AI 핵심 요약
beta- 삼성전자가 4일 2030년까지 8인치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단계적으로 정리한다고 밝혔다.
- 국내 중소 팹리스는 생산처 변경이나 12인치 공정 전환 부담을 떠안게 됐다.
- 대체 생산업체의 여력과 기술 차이로 공급망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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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DB하이텍·SK키파운드리는 주력 달라…"옮기는 데만 1년"
해외도 가동률 꽉 차고 가격↑…정부 '미들테크 국산화'와 엇박자
[서울=뉴스핌] 이승우 기자 =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8인치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단계적으로 정리하기로 하면서 국내 중소 팹리스 기업들이 생산망 재편 부담을 떠안게 됐다. 삼성전자에 전력관리반도체(PMIC)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의 생산을 맡겨 온 기업들은 새로운 생산처를 확보하거나 기존 제품을 12인치 공정에 맞게 재설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에는 DB하이텍과 SK키파운드리 등 대체 생산업체가 있지만 공정별 기술과 생산 여력에 차이가 있어 단기간에 물량을 이전하기는 쉽지 않다. 생산처를 바꾸는 과정에서 설계 변경과 시험 생산, 품질 검증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중소 팹리스의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비해 기술적 관심은 낮지만 8인치 공정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는 스마트폰과 TV, 자동차, 가전제품에 폭넓게 사용된다. 국내 생산 기반의 축소가 장기적으로 완제품 산업의 공급망 안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8인치 파운드리 고객사들에 2030년 말까지 관련 생산라인 가동을 종료하겠다는 계획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올해부터 8인치 신규 제품 주문도 받지 않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일괄적으로 시점을 정해 문을 닫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8인치 축소는 몇 년 전부터 진행해 온 것으로 고객들과 협의하면서 전환 일정을 맞춰 나가고 있다"며 "고객 요청에 따라 연장하기도 하는 등 고객마다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4월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8인치에서 양산 중인 PMIC, DDI, CIS(이미지센서) 등은 순차적으로 라인 폐쇄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지센서와 DDI는 12인치 17나노 공정으로 생산능력을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90~180나노 구형 공정을 써 온 중소 팹리스에겐 미세공정 전환이 곧 원가 부담이다. 공정을 바꾸면 칩 설계를 수정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 12인치로 옮기면 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되는 칩 수가 2배 가까이 늘어 최소 발주 물량도 커져 소량 생산에 맞춰 8인치를 써 온 중소 팹리스로선 감당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국내 팹리스는 매출 1조원대인 LX세미콘을 빼면 대부분 매출 수천억원대의 중소·중견기업이다. 업계에선 LX세미콘, 어보브반도체, 동운아나텍 등이 삼성 8인치 고객으로 거론된다.
◆ 국내 남은 두 곳은 '주특기' 달라…"옮기는 데만 1년"
국내에서 대안으로 꼽히는 곳은 DB하이텍과 SK키파운드리 정도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8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로, DB하이텍(5%)과 SK키파운드리(3%)를 합쳐야 삼성 한 곳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세 회사의 주력 제품이 달라 실질적인 대체 생산처 역할을 하긴 어렵다. DB하이텍과 SK키파운드리는 전기차와 데이터센터 등에 쓰이는 고전압 전력반도체가 주력인 반면, 삼성 8인치 라인은 TV·스마트폰 화면을 구동하는 칩과 이미지센서, 마이크로컨트롤러(MCU) 등을 폭넓게 생산해 왔다.
SK키파운드리 관계자는 "파운드리마다 주력으로 하는 공정 영역이 조금씩 달라 삼성을 떠나는 고객이 당장 국내 타 파운드리로 옮겨올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며 "아직 고객사에서 이전 문의가 오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종류의 칩이라도 생산처를 바꾸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파운드리마다 보유한 설계자산(IP)이 달라 팹리스가 설계를 다시 맞추고 시험 생산과 검증을 거쳐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제품은 메모리처럼 표준화된 게 아니라 고객별로 맞춤 제작되는 구조"라며 "물량을 옮기려 해도 공정을 맞추는 데 적게는 6개월, 길게는 1년까지 걸린다"고 설명했다.
DB하이텍의 올해 상반기 평균 가동률은 94.9%로 사실상 풀가동 상태로, 생산 여력도 넉넉지 않다. 올해 클린룸 확장 등에 4177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나, 반도체 공장 증설은 용수와 전력, 장비, 인허가가 맞물려 단기간에 물량을 크게 늘리기 어렵다.
해외 생산 라인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8인치 파운드리 평균 가동률은 올해 1분기 약 90%에 달했고, 중국 SMIC는 가동률 100%를 넘는 초과 가동 상태로 알려졌다. 공급난으로 인해 올해 TSMC가 8인치 가격을 3~5% 올렸고, 삼성전자와 대만 PSMC는 5~10%, SMIC와 화훙은 두 차례에 걸쳐 5~10%씩 인상했다. 중국에 생산을 맡기면 최종 고객사의 중국산 반도체 사용 제한에 걸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 가전·車 칩 생산 기반 흔들…정부 '국산화' 정책과는 엇박자
국내 팹리스가 설계한 칩의 해외 생산 의존이 커지면 그 영향은 반도체 업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삼성 8인치 라인에서 만들던 MCU는 자동차 전장과 세탁기·에어컨 등 가전을 제어하는 칩이고, DDI는 TV와 스마트폰, 차량용 디스플레이에 들어간다. 해외 파운드리 사정에 따라 국내 완제품 생산 일정이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구형 칩 수급 차질이 산업 현장을 멈춰 세운 전례가 있다. 2021년 차량용 반도체 대란 당시 MCU 부족으로 현대차 울산1공장이 일주일간 휴업했고, 한국GM 부평2공장은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당시에도 차량용 MCU는 다른 파운드리로 생산처를 바꾸려면 안전·내구성 검증을 다시 거쳐야 해 단기간에 공급처를 늘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대책과의 간극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AI 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 전략'을 발표하면서 차량제어 MCU와 전력관리칩 등 '미들테크' 반도체의 국산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DB하이텍 등과 협력해 4조5000억원 규모의 12인치 '국가 1호 상생 파운드리'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새 파운드리가 들어서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데다 12인치 전환에 따른 중소 팹리스의 원가 부담도 그대로 남는다. DB하이텍과 SK키파운드리의 증설도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용 전력반도체에 집중돼 있어 삼성이 만들어 온 디스플레이 구동칩이나 MCU의 빈자리를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가 위축될 것이란 아쉬움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파운드리 시장의 판이 커야 대만처럼 해외 고객들도 한국으로 들어온다"며 "삼성이 8인치를 좀 더 이어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raul164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