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와 SNS를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했다
-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정책과 시장에 즉각 영향을 미쳤다
- 즉흥적 발언과 정책 번복으로 국정 신뢰가 흔들려 균형감이 요구된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속도 행정' 성과 뒤 쌓인 번복과 해명은 신뢰 타격
직접 소통 진보, 말의 잔상까지 헤아릴 수 있어야
[서울=뉴스핌] 김미경 기자 = 대통령이 장관들과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는 모습을 국민이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시대다. 권력과 불통이 같은 맥락으로 읽히고, 밀실과 야합이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한국 정치의 근현대사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풍경이다.
그 어려운 걸 이재명 대통령이 해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비롯한 온갖 회의를 가능한 한 공개한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국민은 누구나 대통령과 장관들이 중요한 현안을 두고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댓글로 응원을 하거나 비판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운이 좋다면 회의 석상에 자신의 댓글이 소개되는 경험도 가능하다.
생중계가 끝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국정 의제를 직접 내놓는다. 어떤 고민과 논쟁을 거쳐 정책을 만드는지를 국민 앞에 그대로 펼쳐 보이는 셈이다.

◆대통령의 소통은 정치적 자산…말의 무게 헤아려야
국민과 직접 마주하려는 이 대통령의 소통은 매우 귀중한 정치적 자산이다. 권력을 권력자의 소유물로만 여기고 보물을 숨겨 놓듯 독식하려던 과거 권력자들의 행태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엑스에 올린 글에서 국민과 선출 공직자의 직접 소통을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에 빗대며 그 가치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게시글에서 생중계를 반대하는 목소리에 "중간유통업자들이 생산자 소비자간 직거래가 불편한 것처럼 국민과 선출공직자의 직접소통이 불편한 분들이 많을 것"이라며 "충분히 이해하지만 유통마진 보장하자고 직거래를 막는데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이에 앞서 지난 10일에는 "품격 없다, 권위 없다 비난하겠지만 경호를 최소화한 뒷골목 삶의 현장 방문도, SNS 소통도, 그분들의 언어로 교감하는 일도 계속할 것"이라며 "대통령은 국민의 제1공복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직접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닫힌 문 안에서 결론내고 국민에게는 결과물만 내놓던 과거와 견주면 분명 소통의 진보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의 소통에 경계심을 갖게 되는 것은 바로 그 자산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유교의 오경 중 하나인 '예기'의 '치의' 편을 살펴보면 "임금의 말은 실처럼 가늘어도 밖으로 나가면 굵은 끈이 된다"는 뜻의 '왕언여사 기출여륜(王言如絲 其出如綸)'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오늘날에 맞게 풀면 대통령의 입에서 가볍게 나온 한마디라도 관가와 시장에 닿는 순간 무거운 의중이 실린 말이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소통의 문을 활짝 연 대통령일수록 그 문을 통과하는 말 한마디의 무게를 더 깊이 헤아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속도행정의 대가 李대통령, '말 한마디'로 행정 진두지휘
이 대통령은 속도행정의 대가다. 말 한마디로 행정을 움직이고, 시스템을 바꾼다. 특히 생활 물가 안정과 불공정 거래 근절 부문에서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생중계 국무회의에서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폭등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제재 방안을 논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후 정부와 여권은 정유사·주유소를 만나 한 달 만에 휘발유 사후정산제 폐지를 끌어냈다.
공공조달의 '벌떼 입찰'(한 업체가 낙찰 확률을 높이려고 계열사·관계사를 대거 동원해 같은 입찰에 참여하는 행위)도 이 대통령의 지시로 입찰보증금이 시행되면서 급감했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시장에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엑스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재연장은 없다"고 못박았고, 직후 발표된 한국은행의 2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주택가격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직전보다 16p(포인트) 떨어진 108을 기록했다.
말이 곧 정책이 되는 속도행정은 이재명 정부의 강점이다. 다만 그 속도가 늘 좋은 방향으로만 흐른 것은 아니다.
◆속도에 밀린 심사숙고, 흔들리는 국정신뢰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농지 투기를 거론하며 전수조사와 매각 명령 검토를 지시했다. 정부는 5월부터 7월까지 농지 136만㏊를 살폈지만 농지 거래가 얼어붙고 농민들의 걱정이 커지면서 당정은 특별조치법을 앞세운 보완책을 내놨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관행적 위반은 처분하지 않겠다고 했다.
명절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도 혼선을 빚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지원 예산을 1조 원 가까이 늘리자며 미래대응기금을 재원으로 거론했다. 그러나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대통령이) 미래대응기금의 세부 사업을 세세히 알지 못한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다른 재원을 쓰겠다고 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시민참여단 숙의를 거쳐 공론화 결론을 내렸지만, 지난 7월 14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재고' 의견에 따라 다시 논의 선상에 올랐다. 기초연금 '하후상박' 개편은 지난 8월 27일 보건복지부 사전 브리핑이 시작 70분 전 취소되는 진통 끝에 당초 구상보다 크게 줄어든 모습으로 발표됐다.
◆말이 아닌 말의 잔상에서 쌓이는 대통령의 권위
정치학자 리처드 뉴스타트의 미국 대통령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저서 '대통령의 권력'(1960)에서 '대통령의 권력은 설득하는 힘'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헌법과 법률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이 곧 실제 권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대통령의 힘은 직위에서 저절로 나오지 않고, 정부 안팎의 수많은 사람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뉴스타트는 그 설득력을 받치는 기둥으로 '직업적 평판'과 '대중적 위신'을 들었다. 관료와 의회, 이해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지켜보며 그가 한 말을 끝까지 지켜낼 의지와 역량이 있는지를 가늠한다. 그 판단이 차곡차곡 쌓여 다음 말의 무게를 정한다. 대통령의 권력은 한 번의 지시가 아니라 말한 대로 이뤄진 일들이 모여 만들어진다는 것이 뉴스타트의 통찰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이 수정되거나 번복되는 일이 거듭되면 관가와 시장은 대통령의 첫마디를 새겨듣지 않게 된다.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정책의 신뢰와 예측 가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공동 전국지표조사(NBS)를 살펴보면 올해 1월 2주차(1월 5~7일,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신뢰도는 61%였다. 하지만 10월 3주차(10월 12~14일,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조사)에는 47%로 14%포인트(p) 하락했다.
더욱이 즉흥적인 메시지는 해석의 오류를 낳기 쉽다. 즉석에서 나온 대통령의 말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아 모호하거나 불분명한 경우가 적지 않다.
농지 전수조사를 제안한 송 장관을 칭찬한 말이 오히려 농민 반발의 책임을 전가하려고 했다는 오해를 산 일이나 외국인 노동자가 국가 경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발언이 불러온 후폭풍, 다문화 가정 산후조리원 우선 이용 혜택 축소 시사로 일어난 파문까지 모두 대통령의 '말'에서 비롯된 논란들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29일 이른 아침부터 언론에 공지를 내고 "국무회의에서의 노동 일자리 언급은 외국인 노동자가 핵심이 아니라 농어업 노동 분야의 지원이 너무 낮은 것이 문제이므로 임금 수준이 보장되는 질 좋은 농어업 생산적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주안점이었다"고 해명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소셜미디어에 제시한 모자보건 지원 관련 문제제기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을 없애자는 게 아니라 산후조리원 이용 우선순위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높여 모든 출산 가정이 공감할 수 있는 지원체계로 개선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라며 진땀을 뺐다.
대통령이 남긴 말 한마디의 잔상을 대통령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통령의 소통, 열정에 균형감 더하기를
이 대통령의 생각에도 귀 기울일 대목이 많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11일 국무회의에서 "수정할 필요가 없는 100% 안을 내라고 요구할 수는 있지만 그러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한 번 결정했으니 그대로 가겠다고 하는 게 일관성이 있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부처 간 조율을 마친 결론만 내놓는 방식은 과거의 밀실 행정이라는 것이 이 대통령의 시각이다. 반론을 받아들여 정책을 고쳐 가는 열린 과정은 민주 정부가 지켜야 할 가치임이 틀림없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1919년 강연을 엮은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겹쳐 보면, 베버는 정치인에게 필요한 덕목이 열정(정열)과 책임감, 균형감각이라고 했다.
균형감각은 현실을 차분히 받아들이며 사물과 사람, 그리고 자기 자신과도 거리를 둘 줄 아는 능력이다. 베버는 또 의도의 올바름을 묻는 신념윤리와 함께, 자기 행위가 낳을 결과까지 떠안는 책임윤리를 정치가의 덕목으로 강조했다.
베버의 시선으로 이 대통령의 소통을 보면 열정은 충분하나 책임감과 균형감이 아쉽다. 농지 조사로 인한 농민들의 불안을 예측하지 못하고 정책 집행부터 서두른 것이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촉법소년 연령 하향 결론을 내린 것을 한 마디의 말로 뒤집은 것은 단순히 '민주적 과정'이라는 설명만으로 다 갈음되지 않는다. 그 결과까지 대통령이 품어야 할 몫이다.
베버는 강연 말미에 정치를 열정과 균형감각을 함께 지니고 단단한 널빤지를 힘차게, 그리고 천천히 뚫어 가는 일에 빗댔다. 속도가 국정의 미덕으로 여겨지는 지금, 베버가 굳이 '천천히'라는 말을 고른 뜻을 곱씹어 볼 만하다.
실처럼 가볍게 나온 말도 굵은 끈이 되어 세상에 닿는다. 국민과 가까이 마주하는 대통령이기에, 말의 잔상까지 헤아릴 수 있을 때 소통은 비로소 권위로 완성될 것이다.
the13oo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