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27일 현대차·기아가 중국차 공세에 내수 경쟁력 위기를 맞았다.
- BYD와 지커는 가격·상품성에 서비스망까지 강화하며 방어선을 좁혔다.
- 현대차·기아는 생산비 절감과 중저가 제품·사후관리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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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 차종 내수 방어 한계…기업은 비용 구조 개선, 정부는 세제 지원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현대자동차·기아가 국내 시장에서 중국차와 가격 경쟁을 벌이기 어려워지고 있다. 인건비 등 국내 생산비 부담이 커진 가운데 중국 업체들은 낮은 가격에 상품성을 끌어올리고, 판매·서비스망까지 넓히고 있다. 국산차라는 이유로 선택받던 시장에서 가격과 품질, 유지비를 냉정하게 비교당하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해법은 간단하지 않다. 차값을 낮추면 수익성이 줄고,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의 이탈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수익성 높은 차종에만 집중하면 중저가 시장을 경쟁 업체에 내줄 수 있다.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내수 시장을 지키려면 가격 정책뿐 아니라 제품 구성과 생산비 구조, 사후관리 경쟁력을 함께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산차는 수입차보다 경제적'이라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다. 차값은 오르고 중국차의 정비망은 넓어지면서, 국산차의 버팀목이던 가격 경쟁력과 정비 편의성마저 더 비싼 값을 치를 이유가 되기 어려워지고 있다.

◆ BYD는 가격+서비스망, 지커는 프리미엄…좁아지는 방어선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는 "내수 시장에서 국산차의 가성비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인건비 등 국내 생산비가 높기 때문에 중저가 내수 모델의 가성비는 끝났다"고 진단했다.
중국차의 공세는 낮은 차값에 머물지 않는다. 구매 이후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서비스망 확충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BYD코리아는 지난 9월 용인에 전시장을 연 데 이어, 이달 1일 같은 건물에 국내 21번째 승용 서비스센터를 열었다. 회사는 연말까지 전국 승용 서비스센터를 26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커(Zeekr)는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7X'의 국내 고객 인도를 시작했다. 판매가격은 프로 5299만원, 맥스 5999만원, 울트라 6999만원이다. 중국차의 경쟁 범위가 저가 전기차에서 5000만원대 이상 시장으로 넓어지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경계해야 할 것은 중국차의 판매량 증가만이 아니다. 소비자가 중국차 구매를 꺼리던 이유가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차가 낮은 가격에 상품성을 높이고 정비 편의성까지 개선하면, 현대차·기아는 국산차라는 이유만으로 더 비싼 가격을 납득시키기 어려워진다.
보조금에 기대 가격 차이를 줄이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BYD는 정부로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지만, 보조금을 받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의 가격 경쟁력이 BYD 대비 높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BYD는 현재 판매가격보다 대당 300만~400만원 정도 낮출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런데도 시장에서 판매가 잘 되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김 교수의 분석으로, 중국 업체에 추가 인하 여력이 있다면 현대차·기아가 할인으로 대응하더라도 다시 가격 경쟁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차의 위협은 싼 차가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가격 경쟁력에 상품성과 서비스까지 갖추면서 국산차의 시장 지위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BYD와 지커에 이어 체리(Chery) 등 중국 브랜드의 국내 시장 진출까지 확대되면 현대차·기아의 내수 방어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 고수익 차종만으론 한계…중저가 고객 놓치지 말아야
김 교수는 국내 생산비 구조상 현대차·기아가 중저가 모델의 가격을 낮춰 중국차에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는 "국산차 업체가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수익성이 높은 모델 생산을 늘리는 것"이라며 아반떼와 투싼 등 상대적으로 진입 가격이 낮은 엔트리 차종에서도 가격이 올랐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고수익 차종 확대는 수익성 방어책이지, 내수 시장 전체를 지키는 해법은 아니다. 상위 차종과 고가 트림 판매가 늘면 실적에는 도움이 되지만, 합리적인 가격의 차를 찾는 소비자의 선택지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편의사양과 전동화 기술을 추가하면 가격이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필요한 사양과 감당할 가격이 어긋나면 상품성 개선도 설득력을 잃는다. 차가 좋아졌다는 설명과 그 차를 살 수 있느냐는 문제는 별개다.
현대차·기아는 가격 인상의 불가피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기본 사양과 선택 품목, 트림별 가격 차이가 실제 수요에 맞는지 점검해야 한다. 고가 모델을 더 팔면서도 중저가 고객을 놓치지 않을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총소유비용(TCO) 절감은 보완책이 될 수 있다. 구매가격뿐 아니라 금융비용, 유류비·충전비, 정비비와 중고차 처분 가치까지 고려해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다만, 저금리 금융상품과 보증 확대, 정비 지원, 잔존가치 보장에도 비용과 위험이 따른다. 판매가격을 유지한 채 혜택만 늘린다고 기업과 소비자가 동시에 이익을 얻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기아는 막연한 '국산차의 편리함' 대신 경쟁차보다 무엇이 편하고, 어떤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소비자가 체감하지 못하는 가치로는 더 비싼 가격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해외에서의 성공이 안방 소비자의 신뢰까지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 기업은 비용 구조 개선, 정부는 국내 생산 지킬 조건 마련해야
김 교수는 "생산비가 비교적 낮은 해외에서는 가성비 모델 판매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장별 생산 여건에 맞춰 제품과 생산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해외 생산 확대만으로 국내 공장과 부품업계의 경쟁력 문제까지 해결할 수는 없다. 국내에서는 생산성과 품질, 부품 조달, 설계·개발 과정의 비효율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에 원가 절감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한 부품사 관계자는 "연간 영업이익률 2%인 현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가 부품사에 원가를 20% 줄이라고 한다"며 "우리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되묻고 싶다"고 전했다.
완성차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다 부품업체의 투자 여력을 약화시켜서는 지속 가능한 대응이 어렵다. 협력업체에 납품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것과 생산·개발 전반의 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정부는 완성차 업체에 지원할 것을 찾아야 한다"며 "세액 지원 등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지금은 정부가 지원하는 게 뭐가 있는가. 한국에서 사업할 이유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정부 지원이 전혀 없다는 의미라기보다 국내 사업의 비용 부담에 비해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 제기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관계자도 "부품업계의 미래차 전환을 위한 지원(R&D, 인력 등)과 미래차에 대한 보조금, 세제혜택 등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원은 국내 생산·투자·고용과 부품 생태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세제·금융 지원이 설비 투자와 기술 개발, 협력업체의 미래차 전환으로 이어지는지 따지고, 기업 역시 구체적인 투자와 경쟁력 개선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중국차 공세에 맞설 손쉬운 해답은 없다. 생산비를 낮출 기반 없이 할인에 의존하면 수익성이 약해지고, 상품성을 높여도 소비자가 감당할 가격을 벗어나면 선택받기 어렵다.
그렇다고 국내 생산비가 높다는 이유로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을 계속 받아들이라고 요구할 수도 없어 보인다. 수익성을 지키는 일과 소비자가 살 수 있는 차를 내놓는 일은 어느 하나를 포기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간극을 줄이는 것이 현대차·기아의 과제다.
현대차·기아는 가격을 올리는 전략에서 가격을 '납득'시키는 전략으로, 판매량을 지키는 대응에서 소비자가 다시 '선택'할 이유를 만드는 경쟁으로 전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차도 현대차·기아를 선택하겠다는 소비자의 신뢰를 구축해야만 내수 방어선도 다시 세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people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