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방위사업청은 20일 LIG D&A에 24개월 입찰제한을 의결했다
- 기소 단계 제재와 전자전기 사업 제외를 두고 논란이 커졌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고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지 주목된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기소 두 달 만에 최고 수위 제재… 집행정지 인용 땐 '종이호랑이'
국가계약법 택해 방위사업법 '복합 철퇴'는 비켜가
뇌물로 얼룩진 2조원 전자전기 사업은 언급조차 없어
기소 전 한화에어로 5명 사망 사고와 '같은 잣대' 시험대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방위사업청이 지난 20일 LIG D&A(옛 LIG넥스원)에 내린 24개월 입찰참가자격 제한은 국가계약법상 최고 수위 제재다. 방사청은 '무관용 원칙'을 내걸었다.
그러나 처분을 뜯어보면 질문이 꼬리를 문다. 형사재판 선고도 나기 전에 왜 서둘렀나. 정작 뇌물이 개입된 사업은 왜 그대로 두나. 5명이 숨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폭발사고에도 같은 잣대를 댈 것인가.
검찰에 따르면, 방사청 5급 공무원은 2021년부터 2025년 말까지 총사업비 915억원 규모 6개 사업의 제안서 평가에 참여해 LIG D&A에 유리한 점수를 주고 4억6000만원을 받았다.
2021년 10월 '지능형 신호탐지 기술' 과제 평가에서는 20개 항목 중 16개에서 LIG에 최고점을, 경쟁사에는 전 항목 최저점을 줬다. 검찰은 지난 7~8월 이 공무원과 LIG D&A 임원 등을 재판에 넘겼고, 방사청은 그로부터 두 달 만에 제재를 의결했다.

◆"판결도 안 났는데" 하던 방사청, 이번엔 정반대 대응 = 업계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LIG D&A 관계자는 "기소 단계 제재는 처음 봤다. 최소한 1심까지는 지켜봐도 늦지 않았다"고 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기자들이 '왜 징계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방사청이 '판결도 안 났는데 어떻게 징계하느냐'고 답했다. 지금은 정반대"라고 했다.
방사청 입장은 다르다. 김주철 방사청 대변인은 "군수품조달관리규정이 기소 시점을 심의·처분 요청 시기로 정하고 있다"며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리면 제재 시효가 지나 처분 자체를 못 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했다. 검찰 기소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혐의 입증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법리상으로는 방사청 손을 들어줄 여지가 크다. 국가계약법 제27조는 '관계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자'라는 행위만 요건으로 둘 뿐, 유죄 확정을 요구하지 않는다. 법원도 행정제재와 형벌은 목적과 절차가 별개라고 본다.
기소 시점 제재에는 배경도 있다. 감사원은 2012년 방사청이 재판 결과를 기다리다 제재를 미룬 사이 해당 업체들이 54건, 298억원 규모 계약을 추가로 따냈다며 간부 등 10명의 징계를 요구했다. 지난달 29일 첫 공판에서 피고인들이 공소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진 점도 방사청에 유리한 대목이다.
다만, 대변인의 '시효' 논리는 이번 사건에 그대로 들어맞지 않는다. 국가계약법상 뇌물 사유의 제재 시효는 위반행위 종료 후 7년이다. 금품 거래가 2025년 말까지 이어졌으니 2032년 무렵까지 처분이 가능하다.
형사연계 대형업체 사건의 전례와도 결이 다르다. HD현대중공업 KDDX 군사기밀 유출 사건은 2020년 9월 기소, 2023년 12월 판결 확정을 거쳐 2024년 2월에야 계약심의위에 올랐다(결과는 행정지도). '기소'를 명시적 근거로 한 방사청의 제재 전례는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집행정지 인용률 87.5% = LIG D&A는 집행정지 신청을 예고했다. 제한은 오는 29일 개시될 예정이다. 2020년 기준 부정당업자 처분 집행정지 인용률은 87.5%라는 연구가 있다.
인용되면 본안 확정까지 2~3년간 입찰에 참여할 수 있어 제재는 사실상 무력화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업체는 가처분으로 제재를 묶어둔 뒤, 판결이 나면 이해관계가 가장 적은 시점을 골라 제재를 받고 끝낸다"며 "인용되면 행정처리를 잘못했다는 얘기가 돼 방사청은 망신"이라고 했다.
본안은 사정이 다르다. 조달청 부정당업자 본안소송 464건 중 85.3%가 기각됐다(2018년 보도 기준). 승부처는 방사청이 공소장만 베꼈는지, 자체 조사로 위반사실을 확인했는지다. 헌법재판소는 1998년 '기소 사실만으로' 공무원을 필요적으로 직위해제하도록 한 조항을 위헌으로 봤다. 처분서에 방사청의 독자적 사실인정이 얼마나 담겼느냐가 소송의 향배를 가른다.
◆방위사업법 적용했다면 '철퇴'… 방사청, 임원 범위 좁혀 피해 가 = 방사청이 꺼내 들지 않은 카드도 있다. 방위사업법이다. 방위사업법은 청렴서약을 어긴 업체의 입찰참가를 최대 5년까지 제한한다. 과징금 대체는 불가능하다.
청렴서약 위반을 근거로 입찰·낙찰 취소, 계약 해제·해지, 방산업체 지정 취소까지 할 수 있다. 제재 업체의 대표·임원이 몸담은 다른 업체도 입찰이 막힌다. 이번 수뢰액 구간(2억~5억원)만 보면 기간은 두 법 모두 2년 안팎이지만, 차이는 기간이 아니라 '패키지'다.
방위사업법의 청렴서약 의무자는 대표와 임원이다. 방사청은 8월 "공여자가 미등기 임원이면 임원으로 볼지 직원으로 볼지 애매하다"고 했다. 구속기소된 LIG 임원이 이사회 멤버가 아닌 미등기 경영임원이어서 국가계약법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사회는 대표와 CFO를 빼면 사외이사다. 사외이사가 사업 따려고 뇌물을 줄 리 없다"며 "임원을 이사회로 좁히면 방위사업법은 껍데기만 남는다. 방위사업법을 적용했다면 LIG는 거의 망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2017~2021년 방위사업법상 청렴서약 위반 제재는 5건, 전체 제재의 1.3%에 그쳤다.

◆오염된 전자전기 사업은 그대로 = 가장 큰 공백은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이다. 2034년까지 2조원 가까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LIG·대한항공 컨소시엄이 KAI·한화시스템을 4.5점 차로 따돌리고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검찰은 뇌물이 오간 6개 사업 중 3개를 전자전기의 핵심·관련 기술 과제로 본다. 선행과제 실적이 본사업 제안서의 가점으로 작용했다면 전자전기는 부정의 결과물이다. 915억원짜리 선행과제의 20배 안팎 규모다.
국가계약법 제5조의2·제5조의3은 청렴계약을 어기면 계약 해제·해지를 할 수 있게 한다. 방사청도 8월 "진행 중 사업도 범죄 연관성이 확인되면 해제·해지 대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20일 의결은 6개 사업 중 1건에 대한 입찰제한일 뿐, 전자전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LIG 측은 문제의 공무원이 전자전기 평가위원이 아니었고, 해당 과제는 전자전기 핵심기술요소(CTE)와 무관하다고 반박한다. 인과관계 입증이 관건인 만큼 최소한 '1심 판결 시까지 잠정 유보' 같은 원칙이라도 세웠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간은 방사청 편이 아니다. 1~3심에 5년이 걸리면 10년짜리 사업은 절반이 진행돼 되돌릴 수 없다. 방사청은 이미 관련 사업 3건에 대해 "공정률 70~80%라 계약 해지가 어렵다"고 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전력화 문제로 결국 그냥 갈 수밖에 없다. 과거 사례가 다 그랬다"며 "뇌물로 진 경쟁업체의 피해는 누가 보상하느냐"고 했다.
내부 쇄신도 반쪽이다. 방사청은 평가위원 5배수 무작위 추출, 최고·최저점 제외, 불공정행위 감점 강화를 내놨다. 하지만 수년간의 평가 조작을 내부 감사가 한 번도 감지하지 못한 구조, 하도급을 통한 뇌물 세탁 경로, 평가 후 위원·업체 간 유착 징후 분석 장치에 대한 답은 없다.
방사청은 사건을 '개인 일탈'로 규정했다. 업계에선 "준 쪽은 회사 책임이고, 받은 쪽은 개인 책임이냐"며 "방사청이 도마뱀 꼬리자르기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5명 숨진 한화 사고에도 '기소 즉시' 잣대 댈까 = 형평성 시험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지난 6월 1일 대전사업장 56동에서 폭발이 나 5명이 숨졌다. 같은 사업장에서 2018년 5명, 2019년 3명이 숨졌다. 노동부 특별감독에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473건이 적발됐다. 손재일 전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업장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8호는 산안법상 안전조치 의무를 어겨 동시에 2명 이상 숨지면 입찰참가를 제한한다. 사망자 2~5명이면 기준 1년이다. 김주철 대변인은 "수사 결과와 공소장을 받아 제재 방법을 논의할 사항"이라고 했다. 2018·2019년 사고는 송치까지 1년 가까이 걸렸다.
제한 기간이 LIG 2년, 한화 1년으로 다른 것은 사유와 법정 기준이 달라 문제가 안 된다. 핵심은 '언제 착수하느냐'다. LIG에 기소 두 달 만에 칼을 댔다면, 한화도 기소 즉시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 확정판결을 기다리면 LIG가 소송에서 평등원칙 위반을 주장할 근거가 된다.
이용철 청장도 8월 언론 브리핑에서 "LIG를 제한으로 간다면 한화도 제한으로 가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변수도 있다. 유도무기 분야를 과점한 두 회사가 모두 묶이면 '유효 경쟁 불성립'을 이유로 한화에 과징금 대체가 가능해진다.
국가계약법 제27조의2는 특정 업체의 입찰을 막으면 남는 업체가 사실상 하나뿐이어서 경쟁입찰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입찰제한 대신 계약금액의 30% 이하 과징금으로 바꿔줄 수 있게 했다. 유도무기처럼 LIG와 한화 두 회사가 과점한 분야에서 둘 다 묶이면 이 요건이 실제로 충족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LIG는 입찰 제한, 한화는 과징금'이라는 비대칭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시선은 이미 방사청의 행보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방식 변경, 육군 다목적무인차량 기종 결정이 잇달아 한화 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있다. LIG가 체계종합 1순위를 받은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사업을 두고는 "제재로 2순위인 한화에 넘어올 수 있다"는 말이 돈다고 관계자들은 주장한다.
방사청의 엄정함은 업체를 세게 때리는 것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뇌물로 오염된 사업을 정리하고, 내부 감시망의 구멍을 메우고, 모든 업체에 같은 잣대를 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고 수위 제재'는 '최고 수위의 면피'로 기억될 것이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