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국민연금은 26일 상승장 매도 유예와 국내주식 목표비중 상향을 결정했다.
- 7월 급락으로 국내주식 보유액은 한 달 만에 124조6000억원 감소했다.
- 복지부는 유예 효과를 분석했지만 비교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책임론이 커졌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유예 효과 분석했다지만 비공개, 의원실도 비교자료 못 받아
'만장일치' 내세운 정부·연금…판단 근거·사후 평가 책임 쟁점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신도경 기자 = 국민연금은 상승장에서 국내주식 비중을 줄이는 규칙의 적용을 미루고 보유 목표를 높였다. 이후 급락장을 거치며 국내주식 보유액은 7월 한 달에만 124조6000억원 줄었다.
정부와 국민연금은 여전히 양호한 누적 수익률과 시장 충격을 줄일 필요성을 강조하며,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하고 있지만, 규칙을 바꾼 선택이 종전보다 기금에 얼마나 유리했는지 보여줄 비교 분석은 공개되지 않았다.
27일 뉴스핌 취재에 복지부는 리밸런싱 유예의 효과를 분석했다면서도 자료를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기금위 의결 사항을 따로 평가하는 체계는 없고 연간 성과평가 등으로 점검한다는 설명도 내놨다. 안건을 만든 정부와 이를 채택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의 판단을 검증할 구체적인 기준과 책임 주체가 쟁점으로 남는다.
◆ 매도는 미루고 목표는 높였다…상승장에서 바뀐 운용 기준
기금위가 올해 처음 국내주식 운용 기준을 바꾼 것은 지난 1월 26일이다. 당초 올해 계획인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4.4%에서 14.9%로 높이고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자산군별 기준비중이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를 벗어나면 매매로 조정하던 규칙의 적용을 미룬 것이다.
올해 5월 28일에는 목표비중을 20.8%로 다시 높였다. SAA 허용범위도 한시적으로 넓히고 일일 최대 리밸런싱 규모는 줄였다. 유예는 6월 말 끝났지만, 7월에는 국내주식 보유 목표가 높아진 상태에서 리밸런싱이 재개됐다.

복지부는 상법 개정 등에 따른 국내시장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과 국내주식 실제비중 확대, 기금의 시장 영향을 조정 이유로 제시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5월 "이번 중기자산배분은 최근 시장 여건 변화에 대응하여 국민연금기금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제고하면서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올해 8월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기금 규모가 약 700조원이던 2019년의 규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수익성과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으로 유예했다고 설명했다.
매도 속도를 조절하는 것과 국내주식에 더 많은 자금을 배분하는 것은 서로 다른 결정이다. 시장 충격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면, 매도 규모의 조정과 별도로 보유 목표를 20.8%까지 높인 이유도 설명해야 한다.
한 전문가는 지난 5월 결정의 적절성을 이후 주가 등락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내주식의 장기 기대수익률과 위험, 다른 자산과의 상관관계에 목표비중을 높일 만큼 구조적 변화가 있었는지가 핵심이라는 의견이다.
◆ 한 달 새 124조원 감소…누적수익률로 설명 안 되는 선택
바뀐 기준을 적용한 올해 7월, 국내주식 보유액은 크게 줄었다. 기금운용본부의 상반기 실적 발표자료와 7월 말 포트폴리오 공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약 543조2000억원이던 국내주식 보유액은 올 7월 말 약 418조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전체 기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9.1%에서 24.9%로 낮아졌다.
전체 적립금은 같은 기간 약 1865조6000억원에서 약 1684조2000억원으로 181조4000억원 가량 줄었다. 연초 이후 누적수익률은 27.22%에서 14.84%로 12.38%포인트 하락했고, 국내주식 누적수익률은 107.37%에서 60.11%로 낮아졌다.
국민연금은 보유액 감소를 실제 매도로 확정한 실현손실과 구분해야 하며, 지난 7월 말에도 누적수익률이 플러스를 유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평가손실 역시 기금의 자산가치를 낮춘다. 아직 팔지 않았다는 설명은 손실의 성격을 구분할 뿐, 앞서 늘린 위험이 적절했는지에 답하지는 못한다.

최근 논란이 된 182조원대 감소액도 구분해야 한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민연금의 지분 5% 이상 보유 공시 대상 상장사 287곳의 보유주식 평가액은 올 6월 말 약 515조9000억원에서 이달 15일 약 333조5000억원으로 182조4000억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주식 운용이 시장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는 설명에도 한계가 있다. 국민연금은 주가 변동에 배당수익을 반영한 코스피지수 수익률을 국내주식 기준수익률(벤치마크)로 쓴다. 지난 7월 말 국내주식의 연초 이후 시간가중수익률은 60.07%로 벤치마크 57.98%보다 2.09%포인트(p) 높았다.
그러나 이는 국내주식 안에서의 운용성과다. 국내주식을 더 보유하기로 한 판단을 평가하려면 추가로 배분한 자금의 성과를 다른 자산에 운용했을 경우와 비교해야 한다. 앞선 상승장의 성과가 포함된 누적 초과수익을 올 7월 급락장의 방어 성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운용본부의 성적과 자산배분을 결정한 기금위의 판단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 '하루 8000억원'의 근거…분석했다지만 공개 어렵다
국민연금이 유예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제시한 숫자는 '하루 8000억원'이다. 지난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김성주 공단 이사장은 "리밸런싱을 유예하지 않고 기존 규칙을 적용했다면 매일 8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매도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증시에 충격을 주고 기금 수익률도 낮아졌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만희 보건복지위원장은 "유예하지 않았다면 수익률이 더 떨어졌다는 판단의 근거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공단이 지난 8월 관련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김 이사장은 분석의 가정이 알려지면 투자전략이 노출돼 외부 투자자들이 역이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복지부도 별도 취재에서 유예 효과를 분석했다면서 해당 자료는 기금위 절차 안에 있어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달희·백종헌 의원실은 뉴스핌 질의에 관련 비교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하루 8000억원은 종전 규칙에 따른 가정상 매도 물량이다. 이를 그대로 유예로 얻은 이익이나 피한 손실로 볼 수는 없다. 매도를 미뤄 상승장에서 얻은 수익과 이후 하락장에서 부담한 위험, 매도 자금을 다른 자산에 운용했을 경우의 성과를 함께 비교해야 유예가 기금에 유리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외부 분석은 다른 문제도 제기했다. 영국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는 지난 6월 기존 원칙대로 리밸런싱했다면 국민연금이 올 5월 말까지 국내주식을 최대 약 130조원 매도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유예가 국민연금과 코스피 수익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시장 변동성을 키운 대가가 있었다는 평가다.
주식 비중이 허용범위를 넘으면 팔고, 아래로 떨어지면 사는 리밸런싱의 시장 완충 기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정 장관은 지난 8월 19일 복지위에서 사실관계가 달라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개된 '연기금 등' 수급에는 다른 연기금도 포함돼 국민연금만의 거래를 가려내기 어렵다. 유예가 모든 매매를 중단한 조치도 아니어서 일부 거래만으로 그 효과를 판단할 수는 없다. 유예와 목표비중 상향의 효과를 나눠 보여줄 자료가 필요한 이유다. 투자전략을 보호할 필요가 있더라도 이미 내린 결정의 성과를 검증할 방법까지 닫아둘 수는 없다.
◆ 안건은 정부가, 의결은 만장일치…결과는 누가 책임지나
정부와 국민연금은 정치적 개입 의혹에 기금위의 만장일치 의결을 내세운다. 지난 14일 국감에서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연금은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돼야 하며, 정권의 증시 부양 펀드가 아니다"라고 비판하자 김 이사장은 "정부의 주문 사항이 그대로 통과된 것은 경험해 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노사와 가입자·수급자 등 다양한 대표가 참여했고, 올 1월과 5월 결정 모두 만장일치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정 장관도 국회 연금개혁특위에서 대통령실과 상황을 공유하고 안건을 보고했지만 방침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종안에 반대가 없었다는 사실이 검토 과정 전체에 이견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정 장관은 검토 과정에서 찬반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지난 23일 뉴스핌 질의에 전문위원회와 실무평가위원회 등의 논의를 거쳐 하나의 안으로 의견이 모였다는 취지로 답했다.
안건을 만드는 주체는 정부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복지부에서 안건을 작성한다"고 밝혔다. 기금운용 관련 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경우) 복지부에서 만든 의제 내에서만 움직인다. 정부 입김을 줄여야 될 필요는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어떤 우려와 대안이 제시됐고 정부 안건이 어떻게 수정되거나 채택됐는지를 봐야 견제가 작동했는지 판단할 수 있다. 만장일치라는 결과만으로 이 과정의 검증을 대신할 수는 없다.
결정 이후 평가는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금위 의결 사항에 대해 따로 평가하는 체계는 없다"면서도 "결과를 통해 매년 성과 평가가 나오기 때문에 이를 통해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매년 중기자산배분을 수립하며 전반적인 배분을 점검한다는 설명도 내놨다.
실제 2024년도 기금운용 성과평가는 전략적 자산배분, 전술적 자산배분, 자산선택 효과를 나눠 분석했다. 기존 평가가 매매 집행 성적만 따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산배분이 수익률에 기여한 정도와 규칙을 바꾼 선택이 종전보다 나았는지는 다른 질문이다. 이번 유예와 비중 상향을 각각 어떤 기준으로 비교하고 누가 평가할지 밝혀야 한다.
한 전문가는 관련 연구에서 "SAA에 관한 의사결정 주체가 아닌 운용조직에 그 책임을 묻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안건을 만든 정부는 분석 근거를, 채택한 기금위는 판단과 결과를 설명해야 한다. 상승장에서 규칙을 바꿀 권한을 행사했다면 급락 이후 그 선택을 검증받을 책임도 져야 한다.
dconnect@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