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박정인 교수는 13일 AI·스마트 안경 부정행위 대응을 촉구했다
- 시험기관은 기능 중심 금지 기준과 입실부터 종료까지 관리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 탐지·제재는 증거와 적법절차에 따라 접근권을 보장하며 운영해야 한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올해 수능일이 1달 앞으로 다가왔다. 시험장에 들어온 안경이 문제를 읽고, 인공지능이 답을 찾아 수험생에게 전달한다면 우리는 누구의 능력을 평가하고 있는가. 오랫동안 시험의 공정성을 위협했던 것은 몰래 가져온 쪽지나 옆 사람의 답안지였다. 이제는 일상적인 착용물에 숨어 있는 카메라와 통신 기능, 그리고 생성형 AI가 시험 관리의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국내에서도 현실로 나타났다. 2026년 10월 13일 연합뉴스는 연세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의 대학 입학시험에서 AI·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응시자가 각각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두 사례에서는 시험 전 일반 안경을 착용했다가 이후 스마트 안경으로 바꾼 정황이 전해졌다. 다만 이를 곧바로 수능이나 공무원 시험 전반에서 AI 부정행위가 만연한다는 근거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확인된 사건만으로도 충분히 분명한 사실은, 시험 시작 전 한 차례의 확인만으로 공정성을 지키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수능과 공무원 시험은 개인의 진학과 직업 선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누군가 금지된 AI의 도움으로 점수를 얻으면, 그 손해는 성실하게 준비한 다른 수험생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시험 보안은 단순한 질서 유지가 아니라 기회의 공정한 배분을 위한 제도적 책임이다. 대응의 중심에는 기술의 '통제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시험기관이 무엇을 금지하고, 어떤 절차로 확인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입증하고 책임을 물을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먼저 금지 기준을 제품명이 아니라 기능을 중심으로 정비해야 한다. '구글 글라스 금지'처럼 특정 제품을 열거하는 방식은 새로운 기기가 등장할 때마다 뒤처질 수밖에 없다. 안경·이어폰·시계·펜 등 형태와 관계없이 시험 문제를 촬영하거나 저장하고, 외부로 전송하거나, 답안 정보를 수신·표시하거나, 기기 내부에서 답을 생성할 수 있는 장치를 포괄해야 한다. 인터넷 연결이 없어도 작동하는 기기를 고려하면 통신 기능만을 기준으로 삼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이미 발표된 2027학년도 수능 시행세부계획 관련 안내에는 스마트 안경이 반입금지 물품에 포함돼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금지 선언을 현장에서 작동하는 관리 절차로 구체화하는 데 있다. 수험생에게는 금지 기기의 기능과 예시, 제출 시점과 보관 방법, 위반 시 처리 기준을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그림으로 미리 안내해야 한다. 시력 교정을 위해 스마트 안경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일반 안경을 준비하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알려야 한다.

둘째, 시험장 입실부터 종료까지 기기 관리가 이어져야 한다. 입실 시 확인했더라도 시험 중 물품을 바꾸거나 쉬는 시간에 다시 사용할 수 있다면 관리의 공백이 생긴다. 금지 기기를 제출받아 수험생이 시험 중 접근할 수 없는 곳에 보관하고, 매 교시 시작 전 책상과 착용물의 변화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화장실 이용이나 이동 과정도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관된 기준에 따라 관리해야 한다.
이를 감독관 개인의 눈썰미에 맡겨서는 안 된다. 감독관에게 기기의 외형과 기능을 확인하는 교육을 제공하고, 의심 상황에서는 시험장 책임자나 기술지원 담당자가 함께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시험기관은 점검에 필요한 시간과 인력을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새로운 장치를 식별할 책임만 추가하면서 인력과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규정은 현장의 부담으로만 남는다.
셋째, 탐지 기술은 실제 효과를 검증하면서 도입해야 한다. 금속탐지기나 무선신호 탐지 장치를 설치했다고 모든 부정행위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속은 일반 안경과 의료기기에도 들어 있고, 무선신호가 포착됐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수험생의 부정행위를 입증할 수도 없다. 반대로 외부 통신 없이 작동하는 장치는 무선신호 탐지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장비 구매에 앞서 실제 시험 환경에서 탐지 성능과 오탐지, 점검 시간, 수험생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 전파 차단 역시 적법성, 긴급통신과 의료기기에 대한 영향 등을 검토해야 하므로 손쉬운 해법처럼 제시해서는 곤란하다.

넷째, 제재는 명확한 규정과 증거에 기초해야 한다. 현행 「공무원임용시험령」 제51조는 다른 사람과 통신하는 행위, 부정한 자료의 소지·이용,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시험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등에 대해 시험 정지·무효 또는 합격 취소와 5년간의 응시자격 정지를 규정한다. AI를 이용한 부정행위도 구체적인 사실에 따라 기존 규정으로 다룰 수 있다. 다만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이라는 문구만으로 AI 이용의 모든 유형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AI를 통한 답안 생성·수신 행위를 명시적으로 안내하고, 필요한 규정 정비를 검토해야 한다.
이때 금지 물품의 단순 미제출, 고의적인 은닉, 실제 답안 생성·수신은 사실관계와 적용 규정을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 행정상 시험 제재와 형사책임도 각각의 요건에 따라 검토해야 한다. 모든 위반을 같은 수준으로 처벌하거나, AI 기기를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범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의심이 발생한 경우에는 발견 시각과 착용·사용 상태, 감독관의 관찰 내용, 수험생의 설명을 정확하게 기록해야 한다. 기기를 확보하거나 내부 기록을 확인할 때에도 권한과 절차를 따라야 한다. 감독관이 개인 기기의 사진과 메시지를 임의로 열람하는 방식은 새로운 권리침해를 만들 수 있다. 중대한 불이익을 결정하기 전에는 적용 규정과 판단 근거를 알리고, 소명과 이의제기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공정한 시험은 부정행위를 찾아내는 능력과 억울한 수험생을 보호하는 절차를 함께 갖춰야 한다.
다섯째, 장애나 질병으로 필요한 보조기기의 사용을 보장해야 한다. 보청기, 혈당 관리 장치,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조공학기기까지 획일적으로 배제하면 시험의 공정성은 다른 방향으로 훼손된다. 교육부의 2027학년도 수능 시행기본계획도 시각장애 수험생을 위한 화면낭독프로그램과 점자정보단말기 등 편의를 안내하고 있다. 금지 기기 관리에서도 이러한 접근권 보장의 원칙이 이어져야 한다.
보조기기는 사전 신청과 기능 확인을 거쳐 허용하고, 필요한 경우 시험기관이 검증한 대체 장치를 제공하는 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 확인 과정에서 건강정보는 필요한 범위에서만 취급하고, 다른 수험생에게 장애나 질병이 드러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같은 조건에서 능력을 평가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장치를 금지한다는 뜻이 아니다. 평가에 필요한 접근은 보장하고, 답안을 대신 만들어 주는 기능은 통제한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시험기관 사이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교육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인사혁신처, 대학과 자격시험기관이 각자 사건이 발생한 뒤 대응하면 같은 공백이 반복될 수 있다. 금지 기기의 기능별 기준, 감독관 교육자료, 의심 상황의 처리와 증거 보전 절차, 보조기기 승인 기준을 공동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제조사와도 기기 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되, 제조사가 제공하는 '시험 모드'만으로 안전을 보장받으려 해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는 평가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 공무원 선발에서는 직무에 맞는 실무 과제나 판단 과정의 확인을 보완적으로 활용하고, 대학에서는 평가 목적에 따라 AI 사용이 허용되는 과제와 개인의 독립적인 수행을 확인하는 시험을 구분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에는 채점의 일관성과 비용, 수험생 부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AI가 잘 풀지 못하는 문제를 만들겠다는 경쟁만으로 시험 보안을 대신할 수는 없다.
AI 시대의 시험 공정성은 수험생의 양심과 감독관의 주의력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명확한 금지 기준, 충분한 안내, 지속적인 기기 관리, 검증된 탐지 수단, 적법한 증거 확보와 권리 구제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시험장에서 평가받아야 할 것은 수험생이 쌓아 온 지식과 판단력이다. 그 원칙을 지키려면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 제도의 설계도 정교해져야 한다. 성실하게 준비한 사람이 자신의 실력으로 정당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이제 시험의 공정성을 운영 가능한 절차로 만들어야 한다.

*박정인 교수(법학박사)는 대통령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본위원회 위원, 문체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문체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인터넷주소분과위원회, 웹콘텐츠 활성화위원회 자문위원, 강동구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위원, 경찰청 사이버범죄 강사 등 여러 국가 위원을 역임했다. 공공기관 대상 법령입안강의를 하며, 대학에서 특허법, 저작권법, 산업보안법, 과학기술법, 정보보안법, 디지털증거법, ICT트러스트공학, 일반 산업안전, 중대재해법 등을 강의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인텔리콘 메타연구소, 해인예술법연구소, 숙명여대 초빙교수, 단국대 연구교수 등을 역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