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황색 표지판 1292개를 세운 MDL은 지금 250개만 남았다.
- 북한 지뢰 3발이 MDL 남쪽서 나와 정전협정 위반 논란이 일었다.
- 공세적 DMZ 작전은 선과 교전규칙 정비 없인 한계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확성기도, 회담도 없다… 2015년 해법은 막혔다
교전규칙은 유엔사 손에… '더 남쪽 선'에 묶인 공세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황색 바탕에 검은 글씨, 가로 99㎝·세로 50㎝짜리 금속판 하나가 남과 북을 갈랐다. 정전협정 부록 지도에 그어진 군사분계선(MDL)을 땅 위에 옮기는 작업은 1954년 9월에야 끝났다.
남쪽을 향한 면에는 한글과 영문, 북쪽 면에는 한글과 한자로 '군사분계선'을 새기고 네 자리 일련번호를 붙였다. 임진강 하구 파주 창동리의 제0001호에서 동해안 고성 송도진리까지 모두 1292개가 섰다. 696개는 유엔군이, 596개는 공산군이 관리를 맡았다.

72년이 지난 지금 남아 있는 것은 250개다. 국방부가 2일 정례브리핑에서 확인한 숫자다. 다섯 개 중 네 개가 사라졌다. 선은 지도 위에만 남았고, 그 지도마저 남과 북, 유엔군사령부가 저마다 다르게 읽는다. 강신철 신임 국방부 장관이 꺼내 든 '공세적 DMZ 작전'이 넘어야 할 첫 번째 벽이 여기에 있다.

◆1292개 중 250개…지도 위에만 남은 군사분계선 = 표지판 설치에는 원칙이 있었다. 직선 구간은 500m, 굴곡 구간은 300m를 넘지 않게 세웠고, 어느 표지판에서든 좌우로 다음 표지판이 보여야 했다. 눈으로 이어 볼 수 있는 선이었다. 지금은 표지판 사이가 수㎞씩 비어 있는 구간이 적지 않다. 현장 장병이 선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지도와 좌표로 '추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공백에서 사고가 났다. 지난달 21일 서부전선 25사단 DMZ에서 신규 수색로 개척 작전 중 두 차례 폭발이 일어나 수색대대장 등 간부 3명이 다쳤다. 합동참모본부와 유엔사의 합동 현장조사에서 북한군 수지(플라스틱) 반보병지뢰가 추가로 나왔다.
폭발한 2발과 미폭발 지뢰를 합쳐 최소 4발이 깔려 있었던 셈이다. 군 당국은 이 가운데 3발이 MDL 남쪽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보고했고, 유엔사도 이튿날 "정전협정 위반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강 장관은 국방위에서 "공세적 DMZ 작전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적이 알 수 없도록 불규칙적으로, 더 기습적으로 깊숙이 진입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반응은 정반대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30일 공개한 담화에서 이번 사건을 2015년 목함지뢰 사건에 빗대 "명백한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군 3군단 21보병사단 비무장지대 방향"에 "전술적 반격수단들을 증강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폭발 지점을 자기 관할로 본다. 표지판이 사라진 자리에서 수십m 차이는 곧 책임 소재의 차이가 된다. 우리 군 지도와 유엔사 기준선만 해도 전체 구간의 60%가량이 일치하지 않는다. 상대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 기준이 없으니 공방은 평행선을 달린다.

◆확성기도, 회담도 없다…2015년 해법은 막혔다 = 국민이 떠올리는 기준은 2015년이다. 그해 8월 4일 파주 DMZ에서 북한 목함지뢰에 하사 2명이 중상을 입었다. 군은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를 다시 틀었다. 북한은 포격으로 맞섰고, 남북은 무박 4일 협상 끝에 '8·25 합의'를 끌어냈다. 북한이 지뢰 도발에 '유감'을 표명한 대목이 핵심이었다.
11년 뒤 조건은 다르다. 첫째, 명분이다. MDL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강도 높은 조치는 2015년만큼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오히려 북한에 맞대응 명분을 줄 수 있다. 둘째, 수단이다. 확성기는 지난해 8월 이미 철거됐다. 재설치는 정부 대북정책 기조의 전환을 뜻하고, 북한의 조준 타격까지 감수해야 한다. 셋째, 대화 채널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MDL 기준선 설정을 위한 군사회담을 제의했지만 북한은 지금까지 답이 없다.
북한군의 MDL 침범은 8월 20여 회, 9월 30여 회로 늘었다. 최근엔 하루 한 번꼴이다. 지난해 전체 침범 횟수(17회)를 두 달 만에 세 배 가까이 넘겼다. 북한은 이른바 '국경선화' 작업으로 MDL 일대 불모지 조성을 약 90% 마쳤고, 철책·지뢰지대 설치는 30~60% 진행한 것으로 군은 파악하고 있다.
◆교전규칙은 유엔사 손에…'더 남쪽 선'에 묶인 공세 = 북한 지뢰 3발이 MDL 남쪽에서 나왔다. 우리 관할 지역이 잠식된 것이다. 이를 걷어내는 것이 잃어버린 땅을 되찾는 최소한의 조치다. 그러나 북한은 해당 지역을 자기 땅으로 여긴다. 지뢰 제거에 나서는 순간 군사 충돌 가능성까지 각오해야 한다. 그때 우리 장병의 행동을 규정하는 것이 교전수칙(ROE·Rules of Engagement)이다.
DMZ 교전수칙은 정전 이후 유엔사가 정전협정과 별도로 만든 정전교전규칙(AROE·Armistice Rules of Engagement)에서 출발했다. 우발 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방어적 개념'이 뼈대다. 무력 사용은 '적성(敵性) 선포'와 '자위권 행사' 두 경우로 제한되고, 자위권을 행사할 때도 '필요성'과 '비례성 원칙'을 지켜야 한다.
현장 절차는 3단계다. 북한군이 MDL 인근 일정 거리까지 접근하면 경고방송을 하고, MDL을 실제로 넘어오면 개인화기와 공용화기로 경고사격을 해 퇴거시킨다. 그래도 불응하면 조준사격이다. 적의 선제 공격을 받으면 현장 지휘관이 자위권을 행사한다.

과거 알려진 바로는 개인화기 응사는 소대장, 기관총은 연대장, 포 사격은 야전군사령관이 허가권을 가졌다. 2010년 연평도 포격전 이후 군은 합참의장 권한과 현장 지휘관 재량을 강화하고, '동종·동량' 대응 대신 적의 위협과 피해 규모를 기준으로 삼는 방향으로 교전규칙 보완을 추진했다. 현행 제대별 위임 체계는 2급 비밀로 공개되지 않는다.
구조적 한계도 있다. 정전교전규칙의 개정 권한은 한·미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에 따라 유엔사·연합사에 있다. 우리 군이 자체적으로 고칠 수 있는 것은 이를 근거로 만든 작전예규와 그 하위 작전지침뿐이고, 이는 교전규칙의 범위를 넘을 수 없다.
학계에서는 평시 작전통제권이 없는 유엔군사령관과 전시 작전통제권만 가진 연합사령관이 정전교전규칙 발령에 관여하는 것 자체가 한·미 지휘체계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사 정전교전규칙은 방어준비태세(데프콘)3 이후에만 적용하고, 그 이전엔 합참교전규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관이 '공세'를 말해도 그 공세의 한계선은 서울이 아닌 유엔사가 쥐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기준선마저 흔들렸다. 합참은 우리 군 지도와 유엔사 MDL이 다를 경우 더 남쪽 선을 기준으로 경계작전에 임하라는 지침을 전방부대에 내렸고, 이를 지난해 9월 DMZ 경계작전 기준서에 공식 반영했다. 북한군이 우리 지도상 MDL을 넘었더라도 유엔사 기준선을 넘지 않았다면 경고사격 등 물리적 조치를 자제하는 방식이다. 우발 충돌을 피하려는 조치였지만, 교전수칙의 문턱이 사실상 남쪽으로 내려왔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회색지대의 지뢰 제거, 한 발이 국지전 부른다 = 지뢰 제거 작전은 바로 이 회색지대에서 벌어진다. 우리 장병이 우리 관할이라고 판단한 지점에 들어가도 북한군은 '국경 침범'으로 간주할 수 있다. 북측이 먼저 사격하면 우리 군은 자위권을 행사해야 한다. 김여정은 한국군이 경고사격이 아닌 실지사격을 가해오면 "즉시적이고 가차없는 보복"을 하겠다고 했다.
교전수칙이 정한 '비례 대응'이 북한의 '반격수단'과 맞물리면 국지전으로 번지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북한의 거친 언사가 오히려 현행 교전수칙 수준의 '관리된 긴장'을 유지하자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군의 손발은 이미 묶여 있다. 수지 지뢰는 금속 함량이 적어 탐지기에 잘 잡히지 않는다. 사고 당시 장병들도 수풀을 제거하고 탐지기로 확인한 뒤 전진했다. 군은 사고 이후 DMZ 2단계 수색로 개척 작전을 잠정 중단했다. 공세를 말하는 시점에 수색로부터 멈춘 것이다. 군 안팎에선 북한의 MDL 이남 지뢰 매설 정황이 이미 지난해 9월 포착됐는데도 1년 넘게 방치해 기정사실화를 허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수색·매복을 불규칙하게 늘리는 '공세적 작전'만으로는 영토 회복과 무관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에게 '무언가 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데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관이 공언한 '상응한 조치'가 시간이 흘러 관심이 식기를 기다리는 '출구전략'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관건은 선(線)과 규칙이다.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한 MDL 표지판 재설치, 남북 간 기준선 합의, 그리고 한·미 간 정전교전규칙 권한 정비 없이는 어떤 작전도 기준을 잃는다. 이달 국정감사에서 국방위원들이 물어야 할 것도 작전의 강도가 아니다. 선을 어떻게 다시 그을지, 그 선 위에서 장병들이 무엇을 기준으로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지다.
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군의 공세는 언제든 북한에 '도발'의 빌미를 줄 수 있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