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안세영이 28일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준결승서 천위페이를 2-0으로 꺾었다.
- 안세영은 이번 대회 32강부터 준결승까지 한 게임도 내주지 않았다.
- 안세영은 29일 야마구치를 꺾으면 여자 단식 첫 2연패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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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3년 전에는 무릎 통증을 견뎌내며 정상에 올랐다. 이제는 다르다. 상대가 누구든 압도한다. '셔틀콕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이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역사상 최초의 2연패까지 단 한 걸음만을 남겨뒀다.
안세영은 28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준결승에서 중국의 천위페이를 2-0(21-5 21-12)으로 완파했다. 세계랭킹 4위이자 한때 안세영의 최대 천적으로 꼽혔던 천위페이를 돌려세우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8분이었다.

단순한 결승 진출 이상의 의미가 있는 승리다. 천위페이는 안세영이 세계 정상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가장 높은 벽이었다. 안세영은 선수 생활 초반 천위페이에게 7연패를 당할 정도로 고전했다. 하지만 이제 관계는 완전히 뒤집혔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준결승 패배 이후 최근 맞대결 5연승. 통산 상대 전적에서도 18승 14패로 안세영이 앞선다.
◆ '천적'에게 21-5…완전히 달라진 위상
준결승은 현재 안세영의 위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경기였다. 1게임 시작부터 9-0. 천위페이는 제대로 된 반격조차 하지 못했다. 안세영은 상대의 강한 공격을 안정적으로 받아낸 뒤 빈 공간을 정확하게 공략했고, 무리하게 승부를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기회가 찾아오면 과감하게 공격했다. 천위페이가 한 점씩 따라올 때마다 연속 득점으로 흐름을 끊었다.
결국 첫 게임은 21-5. 2게임에서도 6-6까지 맞섰지만 이후 안세영이 5연속 득점으로 11-6까지 달아났다. 16-12에서는 다시 5점을 연달아 가져오며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세계 4위와의 아시안게임 준결승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일방적인 승부였다.
더 무서운 것은 안세영 스스로도 이날 경기를 완벽하다고 평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기 후 자신의 경기력을 '85점'이라고 평가하면서 실수가 하나도 없어야 자신의 기준에서 100점이라고 설명했다. 결승 진출에도 만족보다 보완점을 먼저 바라봤다.

안세영은 이번 대회 내내 비슷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전 32강에서는 카밀라 스마굴로바를 2-0(21-5 21-5)으로 꺾었다. 경기 시간은 불과 20분이었다. 같은 날 치른 16강까지 승리하며 '1일 2경기' 일정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8강에서는 난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상대는 세계랭킹 5위이자 전 세계랭킹 1위 라차녹 인타논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오히려 더 충격적이었다. 안세영은 21-8, 21-9로 승리했다. 걸린 시간은 33분. 세계 톱5 선수를 상대로 두 게임에서 내준 점수를 모두 합쳐도 17점에 불과했다.
그리고 천위페이마저 38분 만에 무너뜨렸다. 개인전 32강부터 준결승까지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았다. 경기마다 상대가 강해졌지만 안세영의 경기력은 흔들리지 않았다.
◆ 3년 전에는 '도전자'…이제는 '지켜야 하는 선수'
이번 대회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3년 전 항저우와 안세영의 위치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2023년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안세영은 세계 최정상으로 올라가는 과정에 있었다. 여자 단체전에서 한국의 금메달을 이끈 데 이어 개인전 결승에서는 천위페이를 만났다. 경기 도중 무릎을 다치고도 3게임까지 버티며 승리해 단식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당시는 정상에 도전하는 선수였다면 지금은 정상을 지켜야 하는 선수다. 안세영 역시 이번 대회에서 "3년 전에는 도전자로 나섰는데 지금은 지켜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경기 방식은 오히려 더 여유로워졌다. 무조건 오래 버티는 수비형 선수에 머물지 않는다. 탄탄한 수비를 기반으로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한 뒤 기회가 생기면 곧바로 공격으로 전환한다. 랠리를 길게 끌 수도 있고 필요할 때는 짧게 끝낼 수도 있다.

기록은 더욱 압도적이다. 안세영은 천위페이와의 준결승까지 올해 공식전에서 55승 1패를 기록하고 있다. 승률은 98%를 넘어선다. 아시안게임 직전까지 이미 올 시즌 7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특정 대회에서 반짝하는 수준을 넘어 한 시즌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 마지막 상대는 야마구치…이미 한 번 꺾었다
새 역사를 위한 마지막 상대는 개최국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다. 세계랭킹 3위 야마구치는 준결승에서 세계 2위 왕즈이를 2-0(21-11 22-20)으로 꺾었다. 일본 여자 선수가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결승에 오른 것은 1998 방콕 대회의 요네쿠라 가나코 이후 28년 만이다.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까지 등에 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안세영에게 이번 대회 가장 까다로운 승부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최근 흐름에서는 안세영이 확실히 앞선다. 두 선수의 통산 상대 전적은 안세영이 22승 15패로 우위다. 무엇보다 최근 맞대결에서는 안세영이 8연승을 달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미 한 차례 맞붙었다. 여자 단체전 준결승 첫 단식에서 안세영이 야마구치를 2-1(21-9 18-21 21-11)로 꺾었다.
당시 경기는 결승전을 앞두고 참고할 만한 장면을 남겼다. 1게임에서는 안세영이 4-3에서 8연속 득점을 올리며 21-9로 압도했지만, 2게임에서는 야마구치의 공격적인 운영에 고전하며 이번 대회에서 드물게 한 게임을 내줬다.

그러나 3게임에서 다시 차이가 벌어졌다. 4-4에서 안세영이 6점을 연속으로 가져갔고 결국 21-11로 승리했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수비 범위와 체력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야마구치가 안세영을 흔들 수 있다는 가능성과 동시에 안세영이 흔들린 뒤에도 다시 경기를 자신의 흐름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함께 보여준 경기였다.
결승의 핵심 역시 여기에 있다. 야마구치는 빠른 템포와 정교한 코스 공략으로 안세영의 수비를 흔들어야 한다. 반대로 안세영은 초반부터 무리하게 공격으로 맞서기보다 특유의 넓은 수비 범위와 안정적인 랠리를 앞세워 야마구치의 체력을 소모시키는 운영을 가져갈 수 있다.
안세영에게 유리한 것은 자신감이다. 8경기 연속 야마구치를 꺾었고 불과 엿새 전 같은 코트에서 다시 승리했다. 상대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 이제 단 한 경기…아시안게임 역사에 없던 2연패
안세영이 29일 결승에서 승리하면 아시안게임 배드민턴의 역사가 바뀐다. 역대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에서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2022 항저우 대회 정상에 올랐던 안세영이 아이치·나고야에서도 우승하면 최초의 여자 단식 2연패를 달성한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안세영의 위치도 크게 변했다. 항저우에서는 천위페이라는 벽을 넘어 세계 최정상으로 향하는 선수였다. 아이치·나고야에서는 세계랭킹 1위이자 모든 선수가 넘어야 할 기준점이 됐다.

이번 대회는 그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세계 5위 인타논에게 17점만 허용했고, 한때 자신을 7번 연속 좌절시켰던 천위페이에게는 첫 게임에서 단 5점만 내줬다. 이제 마지막으로 기다리는 선수 역시 최근 8차례 맞대결에서 한 번도 자신을 넘지 못한 야마구치다.
안세영은 기록보다 자신의 플레이를 강조했다. "기록보다 내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하는 것이 먼저"라며 과감하고 자신 있게 경기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항저우에서는 부상을 견뎌낸 투혼으로 정상에 올랐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압도적인 실력으로 다시 정상 바로 앞에 서 있다. 도전자였던 안세영은 이제 세계 배드민턴의 기준이 됐다. 그리고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역사에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열기까지, 이제 정말 단 1승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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