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마줄스호 한국 남자농구가 20일 일본을 67-57로 꺾고 금메달을 땄다
- 한달 전 평가전 참패 뒤 시스템 농구로 12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섰다
- 이현중 중심 공격과 수비 안정으로 팀 색깔을 완성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색깔 없는 농구'라는 혹평을 받았던 팀이 불과 한 달 만에 아시아 정상에 섰다. 위기에 몰렸던 니콜라이스 마줄스 감독은 자신이 그토록 강조했던 '시스템'으로 한국 농구의 12년 묵은 금메달 갈증을 풀었다.
마줄스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에서 일본을 67-57로 꺾었다. 2014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이자 통산 5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결과다. 한국은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68-88, 66-95로 연달아 무너졌다. 1차전에서 64년 만에 한일전 최다 점수 차 패배 기록을 새로 쓰더니 바로 다음 날 29점 차로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마줄스 감독 부임 이후 성적도 1승 5패까지 떨어졌다.
당시 가장 큰 비판은 성적 자체보다 '무엇을 하려는 농구인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공격은 정체됐고 한국 농구의 장점이던 빠른 공수 전환과 외곽 공격은 실종됐다. 수비에서는 로테이션이 계속 꼬였다. 일본의 드라이브 앤 킥에 속수무책으로 외곽을 열어주면서도 경기 도중 뚜렷한 수정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 마줄스호는 전혀 다른 팀이 됐다.
◆ 개인이 아닌 '시스템'…누가 들어가도 같은 농구
가장 큰 변화는 마줄스 감독이 부임 이후 끊임없이 강조했던 '시스템'이 코트에서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번 대표팀 역시 완전체로 대회를 준비한 것은 아니다. 최준용은 해외 진출 일정으로 합류가 늦었고 여준석은 대회 도중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기도 했다. 선수 구성과 컨디션에 계속 변수가 생겼다.
그럼에도 경기력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82-66으로 잡은 뒤 인도네시아를 102-48로 대파했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는 일본까지 100-83으로 꺾었다. 8강에서는 요르단을 114-80으로 제압했다. 이 경기에서는 3점슛 17개가 터졌고 출전 선수 12명이 모두 득점했다.
마줄스 감독이 말했던 시스템의 의미도 여기에 있었다. 특정 선수 한두 명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빠져도 다른 선수가 그 역할을 대신하면서 같은 원칙으로 경기하는 농구다.
마줄스 감독은 요르단전 이후 최준용과 여준석의 합류를 반기면서도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선수가 빠져도 페이스를 유지하고 정해진 원칙 안에서 농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말뿐인 '시스템'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회를 치를수록 그 실체가 나타났다.

◆ 돌아온 '양궁 농구'…그냥 던지는 3점이 아니다
한국 농구의 가장 강력한 무기도 돌아왔다. 바로 3점슛이다.
한국은 과거부터 외곽 공격으로 아시아 무대에서 체격의 열세를 극복했다. 하지만 마줄스 감독 부임 초기에는 이런 장점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슈터가 있어도 좋은 위치에서 공을 받지 못했고 세트 오펜스가 정체되면서 어려운 슛을 던지는 장면이 많았다.
아시안게임에서는 달랐다. 특히 이란과의 준결승이 마줄스 농구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준 경기였다. 한국은 최근 맞대결 6연패를 기록하고 있던 이란을 77-51로 완파했다. 3점슛을 14개 성공했고 성공률은 42.4%에 달했다. 반대로 이란의 3점슛은 단 2개로 묶었다.
단순히 슛이 잘 들어간 경기가 아니었다. 볼을 돌려 수비를 움직이고 빈 공간을 찾아 다시 외곽으로 빼주는 과정이 반복됐다. 상대가 스위치하면 미스매치를 이용하고, 도움 수비가 들어오면 다시 외곽으로 공을 보냈다. 한 명이 공을 오래 소유한 뒤 어려운 슛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패스를 통해 더 좋은 슛을 찾아갔다. 이날 한국이 기록한 어시스트만 22개였다.
마줄스 감독 역시 경기 후 "한국은 슈터의 팀"이라고 강조하면서 상대의 빈틈을 파고든 뒤 킥아웃 패스로 3점슛 기회를 만드는 과정이 잘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현중의 개인 능력으로 성공한 어려운 슛도 있었지만 어시스트에서 파생된 대부분의 외곽포가 오픈 찬스였다는 설명이었다.
마줄스호가 찾은 해답은 단순히 3점을 많이 던지는 농구가 아니었다. 좋은 3점슛을 만들어내는 농구였다.

◆ 이현중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 않았다
그 중심에는 이현중이 있었다. 이현중은 이번 대회 한국 최고의 선수였다. 요르단과의 8강에서 28점을 넣었고 이란과의 준결승에서는 3점슛 7개를 포함해 26점 1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결승에서도 27점 18리바운드로 일본 골밑과 외곽을 동시에 무너뜨렸다.
하지만 마줄스의 변화는 이현중에게 모든 공격을 맡긴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이현중에게 수비가 몰리면 이정현과 이우석, 유기상 등이 공간을 활용했다. 일본과의 조별리그에서는 이현중이 16점에 그쳤지만 이정현이 25점 7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장재석이 18점 8리바운드로 골밑을 책임졌다. 이우석이 퇴장당하고 일본에 다시 역전을 허용한 상황에서도 공격이 멈추지 않았다. 한국은 마지막 쿼터에서 일본을 29-17로 압도하며 100-83 승리를 완성했다.
결승에서는 다시 이현중의 시간이 왔다. 일본이 3쿼터 초반 추격하자 이현중이 연속 3점슛으로 흐름을 끊었다. 일본의 수비가 이현중에게 집중되자 이정현과 이우석도 외곽포를 터뜨렸다. 4쿼터에는 이현중이 외곽뿐 아니라 골밑과 공격 리바운드까지 장악했다.
에이스에게 의존하는 것과 에이스를 시스템 안에서 극대화하는 것은 다르다. 이번 대회에서 마줄스는 후자에 가까운 답을 찾아냈다.

◆ 29점 차 참패의 원인이었던 수비, 금메달의 무기로
공격보다 더욱 극적인 변화는 수비였다. 8월 일본 원정에서 한국은 상대 가드들의 돌파에 첫 번째 수비가 무너지면 이후 로테이션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렸다. 골밑을 막기 위해 도움 수비가 들어가면 외곽이 열렸고 일본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런 팀이 한 달 뒤 전혀 다른 수비를 보여줬다. 준결승에서는 이란을 51점으로 틀어막았다. 이란의 3점슛 성공률은 8.6%에 불과했다. 체격과 힘에서 우위에 있는 이란을 상대로 리바운드에서도 36-39로 대등하게 버텼다.
그리고 결승에서는 일본을 57점에 묶었다. 한 달 전 95점을 허용했던 상대다. 당시 가장 큰 문제였던 일본 가드진의 돌파와 외곽 공격을 이번에는 경기 내내 압박했다. 공격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시간에도 수비가 무너지지 않았고, 결국 한국은 저득점 양상의 승부에서도 버틸 수 있는 팀이 됐다.
조별리그 일본전에서는 100점을 넣어 이겼고 결승에서는 상대를 57점으로 묶어 이겼다.이 차이가 중요하다. 이전까지 한국은 외곽슛이 터지지 않으면 승리할 방법이 급격히 줄어드는 팀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공격으로 상대를 무너뜨릴 수도, 수비로 승부를 끌고 갈 수도 있었다.

◆ '색깔 없다'에서 '우리 농구'로
마줄스 감독에게 가장 부족했던 것은 시간이었다.
한국 농구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이라는 기대 속에 출발했지만 초반 결과는 처참했다. 부임 후 첫 6경기에서 1승 5패. 7월 대만전에서는 최대 19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일본 원정에서는 이틀 연속 한일전 최다 점수 차 패배 기록을 새로 썼다.
당시에는 마줄스가 한국 선수들의 장점을 자신의 농구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나왔다. 아시안게임에서 마줄스가 내놓은 답은 자신의 철학을 버리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한국 선수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자신의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빠른 볼 이동과 스페이싱으로 슈터들에게 좋은 슛을 만들어줬다. 이현중이라는 확실한 에이스를 중심에 두면서도 이정현과 이우석, 유기상 등 다른 공격 옵션을 살렸다. 공격이 풀리지 않는 날에는 수비와 리바운드로 버틸 수 있도록 팀의 바닥도 높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가 코트에 들어가더라도 해야 할 역할을 명확하게 만들었다. 100점을 넣으며 일본을 무너뜨렸고, 114점을 폭발시키며 요르단을 압도했다. 최근 6연패를 당했던 이란을 51점으로 묶었고 마지막 결승에서는 다시 만난 일본을 57점에 가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물론 아시안게임 금메달 하나로 한국 농구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높이와 선수층, 귀화 선수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히 많다.
그래도 적어도 한 가지 답은 얻었다. '색깔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마줄스호가 이제 어떤 농구를 하고 싶은지는 분명해졌다. 선수 한 명의 이름보다 시스템을 앞세우고, 패스로 좋은 슛을 만들며, 공격이 풀리지 않는 날에는 수비로 버티는 농구다.
마줄스가 강조했던 '우리의 농구'가 말이 아닌 금메달로 모습을 드러냈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