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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20년 장기전세주택, 주거사다리 역할 '톡톡'…퇴거자 72% 내집마련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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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장기전세 성과와 개선점을 논의했다
  • 장기전세 퇴거자 72%가 자가 마련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 서울시는 20년 만기 주택을 재공급해 주거사다리를 잇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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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장기전세주택 거주·퇴거자와 토크콘서트
주거사다리 성공사례 장기전세, 공급 다양화·확대키로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도입한 서울시 장기전세주택 퇴거자 72%가 자가 마련에 성공하며 공공임대주택 자가 거주 비율(60%)을 넘어섰다. 또 계약기간(20년) 만료 전 퇴거한 가구는 1만5529가구로 장기전세주택 공급량의 34%에 달했다. 

장기전세주택은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지만 2026년 9월 기준 퇴거 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그 절반에 못 미치는 7년 6개월로 조사됐다. 상당수 가구가 안정적인 거주기간 동안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저축과 청약을 준비한 뒤, 최장 거주기간을 채우기 전에 자가 구입이나 민간 전세 등 다음 주거단계로 이동한 것이다. 이처럼 장기전세주택은 무주택 시민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주거사다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장기전세주택의 첫 20년 만기 도래를 1년여 앞두고 그동안의 성과와 실제 입주민·퇴거자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장기전세에서 내 집으로, 서울의 주거사다리 희망토크'가 열린다. 

행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장기전세주택에서 내 집 마련에 성공했거나 준비 중인 입주민·퇴거자 13명, 주거·부동산 전문가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주거비 절감과 저축, 자산 형성, 청약과 내 집 마련 경험을 공유하고 제도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서울=뉴스핌] 김예원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송파구 잠실르엘 단지에서 미리내집 사업과 관련해 신혼부부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소유에서 거주로' 서울시 장기전세주택 19년만 3만8296가구 공급

서울시는 2007년 '소유에서 거주 중심으로' 주택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중대형 장기전세주택을 도입했다. 무주택 시민이 시세보다 낮은 주거비로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자산을 모아 내 집 마련을 준비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시는 지금까지 총 3만8296가구의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해 누적 4만5715가구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며 대표적인 중산층 주거정책으로 자리매김했다.

장기전세주택은 택지개발 등을 통해 공급하는 건설형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확보하는 매입형 방식으로 서울 전역에 공급됐다. 올해 5월 말 기준 SH공사가 보유한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가운데 약 12%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영구·국민임대, 행복주택 등이다.

장기전세주택의 핵심은 시세보다 낮은 보증금으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저축과 청약 등 내 집 마련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현재 거주 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약 10년으로 일반 임대차계약의 최장 4년보다 두 배 이상 길다.

2026년 장기전세주택의 평균 보증금은 2억9300만 원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 7억1178만원(KB부동산, 2026년 8월)의 약 41% 수준이다. 현재 거주 중인 장기전세주택의 보증금과 인근 단지 평균 전세 시세의 차이를 합산한 보증금 절감 규모는 약 10조원으로 추산된다. 시세와의 차액만큼 대출 부담을 줄이거나 저축과 청약에 활용할 여력이 생긴 셈이다.

이러한 주거비 절감 효과는 입주 당시 보증금을 인근 아파트 전세 시세의 80% 이하로 책정하고 입주 후에도 보증금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해 민간 전세시장보다 낮은 수준의 주거비를 유지해 온 데 따른 것이다.

낮아진 주거비 부담은 입주 가구의 저축과 청약 준비로 이어졌다. 2022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패널조사에서 장기전세주택 입주 가구의 69.9%가 매월 평균 62만 5천 원을 저축하고 있었으며, 청약통장 보유율도 83.7%에 달했다. 향후 희망하는 주거 형태를 묻는 질문에는 입주자의 61.3%가 민간아파트로 이사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안정적인 거주기간을 저축과 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과 주거상향 이동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입지와 주거환경도 안정적인 자산 형성을 뒷받침했다. 전체 장기전세주택 단지의 45%가 지하철역 반경 500m 이내에 있고 83%는 초등학교를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입주민들은 직장과 학교 등 기존 생활권을 유지하면서 잦은 이사 없이 저축과 청약을 준비할 수 있었다.

◆ 오 시장과 시민 13명 '희망토크'… 20년 장기전세 경험에서 발전방향 모색

이날 희망토크에서는 장기전세주택으로 주거비를 줄이고 저축·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에 성공했거나 주거상향을 준비 중인 시민들의 경험이 소개됐다. 서울시는 "공급 실적을 넘어 장기전세주택이 시민의 삶과 주거 이동에 가져온 변화를 직접 듣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희망토크는 약 40분간 입주민과 퇴거자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전문가가 이를 분석·보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장기전세가 바꾼 우리 가족의 삶'에서는 현재 입주민들이 안정적인 거주와 주거비 절감이 가계와 가족의 삶에 가져온 변화를 소개하고, 전문가가 장기전세주택의 주거 안정 효과를 분석했다. '장기전세에서 내 집으로'에서는 장기전세주택 거주 후 내 집 마련에 성공한 퇴거자들이 안정적인 거주기간 동안 저축과 자산 형성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한 과정과 경험을 공유했다.

'장기전세, 이렇게 바꿔주세요'에서는 입주민과 퇴거자가 실제 거주 과정에서 느낀 불편과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제안하고 장기전세주택이 실질적인 주거사다리로 계속 기능하기 위한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구로구 장기전세주택 입주민 김 씨는 입주 전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 4층에서 세탁기 놓을 자리조차 부족한 생활을 했다. 장기전세주택 입주한 뒤에는 16년간 안정적으로 두 딸을 키우며 저축을 늘려 3기 신도시 청약에 당첨됐다. 김 씨는 "저렴한 보증금으로 안정적으로 살 수 있었기에 조금씩이라도 저축해 내 집을 장만할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 씨를 비롯해 내 집 마련에 성공했거나 준비 중인 가구, 입주 후 꾸준히 자산을 형성한 가구, 공공·민간분양 등을 통해 주거상향 이동을 준비 중인 가구 등이 참여했다.

◆ "20년간 주거안정, 이후 새로운 무주택 시민에게… 장기전세 '주거사다리' 이어간다

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의 성과를 장기 거주 자체가 아니라, 안정적인 거주를 발판으로 내 집 마련 등 더 나은 주거로 이동한 데서 찾고 있다. 비워진 주택은 다른 무주택 시민에게 재공급해 주거 안정의 선순환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내년부터 20년 만기를 채운 초기 입주 가구의 퇴거가 시작된다. 서울시는 2027년 310가구를 시작으로 2031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약 9300가구를 반환받아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미리내집'과 장기전세주택으로 재공급할 계획이다.

20년 만기 주택은 계약 연장이나 분양전환 없이 재공급하되 만기 가구의 안정적인 이주를 위해 사전 상담과 현장 설명회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최장 20년 거주·분양전환 불가' 원칙은 2007년 최초 입주자 모집공고와 임대차계약 단계부터 명시해 온 제도의 기본 조건이다. 최장 20년간 안정적인 거주를 보장하는 대신 만기 후에는 해당 주택을 다른 무주택 시민에게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의 순환 원칙을 적용한다. 자가나 민간 임대주택으로 이전하기 어려운 만기 가구에 대해서는 소득·자산 등 입주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영구·국민임대 등 가구 여건에 맞는 공공임대주택을 연계한다. 자치구 주거안심종합센터 등을 통해 이주 상담과 이용 가능한 금융지원 정보도 안내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월 10일부터 19일까지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기전세주택 시민인식조사'에서도 주거사다리 기능과 20년 만기 순환 원칙에 대한 높은 공감대가 확인됐다. 장기전세주택 공급을 지속해서 확대하는 데 대해서는 78.3%가 찬성했다. 장기전세주택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는 '무주택자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 자가 마련 기회를 지원하는 것'이 38.4%로 가장 많이 꼽혔다.

20년 만기 거주자의 퇴거에는 73.9%가 찬성했다. 찬성 이유로는 '계약대로 원칙을 지켜야 해서'가 37.2%, '공공임대의 본래 목적이 영구 거주가 아니라 자립 지원에 있어서'가 37.1%로 나타났다. 현행 최장 거주기간 20년에 대해서도 '현재 수준이 적정하다'는 응답이 53.2%로 과반을 차지했다. '단축해야 한다'는 응답은 25.7%로 '연장해야 한다'는 응답 18.5%보다 7.2%포인트 높았다.

서울시는 2007년 시작한 장기전세주택의 주거사다리 기능을 신혼부부와 출산가구를 위한 장기전세주택Ⅱ '미리내집'으로 확대하고 있다. 2024년 도입한 미리내집은 입주 후 자녀를 출산하면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으며 두 자녀 이상을 출산한 가구에는 장기 거주 후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우선 매수할 기회를 제공한다.

서울시는 2030년까지 미리내집 1만7500가구를 추가 공급하고 신속통합기획 2.0과 모아타운 등을 통해 2031년까지 주택 31만가구 착공을 추진한다. 앞으로 충분한 신규 주택 공급을 통해 실제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이날 희망토크에서 나온 시민 제안을 검토해 신속히 개선할 수 있는 사항은 즉시 반영하고, 장기전세주택이 안정적인 거주와 내 집 마련을 연결하는 실질적인 주거사다리로 계속 기능하도록 제도를 다듬어 나갈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기전세주택은 주거 걱정을 덜고 자산을 모아 내 집 마련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라며 "내 집을 마련해 비워진 주택이 다음 무주택 시민의 기회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지속하고 장기전세주택이 서울시민의 희망의 주거사다리로 자리 잡도록 꼼꼼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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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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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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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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