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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군 사관학교 통합… 진짜 문제는 '거대 파벌' 아닌 '내부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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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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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태연 중앙대 교수는 2일 사관학교 통합 논쟁을 진단했다
  • 통합은 기존 파벌 해소보다 새 하위집단 분화를 낳기 쉽다고 봤다
  • 다만 진짜 과제는 통합 뒤 갈등 관리와 공정한 리더십이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통합이 파벌을 없애는가, 더 큰 카르텔을 낳는가
조직이 커질수록 권력 독점보다 하위집단 갈등 커져
통합의 성패는 제도 아닌 '공정한 리더십'에 달렸다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정태연 교수는 사회·문화심리학을 전공한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한국인의 성인발달과 대인관계, 한국 사회문제 및 조직·집단 현상에 심리학을 적용해 연구해 왔다. 군 조직을 포함한 다양한 조직에 심리학적 지식을 적용하는 활동에도 참여해, 이번 3군 사관학교 통합 기고의 필자로도 맥락이 맞는다. 편집자 주>

요즘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문제는 격렬한 논쟁을 넘어 조직적 저항을 불러오면서 심각한 사회적 충돌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대립을 가로지르는 핵심 쟁점은 여럿인데, 그중 하나가 3개 사관학교 통합을 둘러싼 '파벌과 세력화' 문제다. 즉, 통합을 지지하는 쪽의 '기존 파벌 해소' 주장과 반대쪽의 '더 거대한 신규 파벌 출현'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독자적으로 운영돼 온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통합을 찬성하는 측은 특정 사관학교 출신의 군사 쿠데타와 내란 가담을 직격하면서, "그들이 군의 주요 보직과 승진을 독점하는 등 폐쇄적 파벌을 만들어 조직 전체를 병들게 한다"는 문제 제기에서 출발한다. 그러면서 3개 사관학교를 통합 운영함으로써 이 같은 독점 구조와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단일 사관학교 출신의 세력화와 정치 개입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3개 사관학교의 통합이나 대규모 개편을 우려하는 측은 "소규모 파벌을 물리적으로 합친다고 해서 파벌주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거대하고 강력한 새로운 파벌이 등장할 위험이 크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기존 3개 사관학교 체제에서는 육·해·공군 사이의 '견제와 균형' 원칙이 최소한으로 작동했지만, 단일한 '국군사관학교' 체제에서는 해당 학교 출신이 군 수뇌부부터 주요 보직까지 장악함으로써 비(非)사관학교 출신에 대한 배척이 심화할 것이라고 역설한다.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가 3군 사관학교 통합과 조직 내부의 집단 갈등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태연 교수 제공] 2026.09.02 gomsi@newspim.com

그렇다면 여러 학문은 이러한 논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대다수 이론은 집단 규모가 커질수록 하위집단의 수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특정 하위집단이 권력을 독점하기는 오히려 어려워진다고 지적한다.

진화론적 측면에서 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영장류의 대뇌 신피질 비율과 이들이 형성하는 집단 크기 사이의 정적 관계를 발견했다. 이른바 '던바의 수'에 따르면, 인간이 안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집단의 크기는 최대 150명 정도다. 이 한계를 넘으면 구성원들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10~20명 안팎의 소규모 하위집단으로 갈라진다.

이러한 하위집단 분화는 인간 뇌의 생물학적 한계 속에서 집단생활의 적응적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발달한 진화의 산물이다. 인간의 뇌는 '던바의 수'가 보여주듯 개인이 안정적인 사회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집단 규모에 한계가 있도록 진화해 왔다. 집단 규모가 이 한계를 초과하면 타인의 신뢰나 의도를 파악하는 데 막대한 인지적 비용이 발생한다. 인간은 이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규모 하위집단을 형성해 내집단 협동을 유지하고,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회적 정보 처리 기제를 발달시켜 왔다.

사회심리학 관점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사회심리학자 마이클 호그(Michael Hogg)의 하위집단 정체성 모형에 따르면, 소규모 조직에서는 단일한 '우리', 즉 내집단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동해 특정 기득권 세력이 쉽게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반면, 조직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 커지면 구성원들은 전체 조직에 대한 정체성만으로 심리적 유대감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구성원들은 부서, 전공 등을 기준으로 자신과 더 가까운 사람들을 하위집단으로 재분류하게 된다. 그 결과 형성된 하위집단 간 견제와 저항이 발생하면서 특정 하위집단 하나가 조직 전체를 독단적으로 지배하기는 심리적·구조적으로 한층 어려워진다.

지난 8월 26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 태극홀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설립 관련 공청회에서 최영진 중앙대 교수(왼쪽)가 토론자로 나서 발언하고 있다. 최 교수는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 사관학교 교육개혁분과위원장으로, 사관학교 제도 개선과 국군사관학교 설립 기획안 마련에 참여했다. [사진=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2026.09.02 gomsi@newspim.com

조직심리학 및 집단역동학 연구에 따르면 팀의 인원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모든 구성원이 함께 동의하고 따르는 단 하나의 '통합된 규범'을 만드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려워진다. 집단 발달 이론을 제안한 브루스 터크만(Bruce Tuckman)이 강조했듯, 집단이 성숙하려면 명확한 규범 수립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거대 조직에서는 전체를 아우르는 규범이 약화하면서 구성원들은 자신과 가까운 소수끼리 결속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각 하위집단은 자체 리더와 고유한 행동 규범을 형성하고, 결국 전체 조직은 복수의 하위집단으로 분화한다.

경영학자 도라 라우(Dora Lau) 등이 제안한 조직 균열선 이론도 유사한 현상을 설명한다. 이 이론은 연령, 성별, 전공, 직무, 출신 배경 등 구성원의 다양한 속성이 결합해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열선'을 형성한다고 본다. 소규모 조직에서는 단순한 개인차에 불과했던 속성들이 조직 규모가 커지고 직접 교류가 줄어들면 이 균열선을 중심으로 활성화된다. 결과적으로 유사한 특성을 가진 사람끼리 결속하면서 조직은 명확히 구분되는 하위집단으로 쪼개지고, 집단 간 '우리', 즉 내집단과 '남', 즉 외집단의 경계는 더욱 공고해진다.

권력이나 자원의 측면에서도 집단 간 분화 양상은 다르지 않다. 사회심리학과 조직행동론을 전공한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와 제럴드 R. 살란식(Gerald R. Salancik)이 제안한 자원 의존 이론과 조직 권력론에 따르면, 조직 내 권력은 자원을 통제하는 집단에서 나온다. 이를 조직 내부에 적용하면, 조직 규모가 커질수록 필요한 정보·기술·외부 네트워크 등 필수 자원의 종류가 다변화돼 특정 단일 집단이 모든 자원을 독점하기 어려워진다.

이처럼 중요 자원이 다원화된 거대 조직에서는 하나의 하위집단이 독자적으로 권력을 차지하기 힘들다. 따라서 권력을 확보하기 위해 둘 이상의 하위집단 간 '연합'이 형성된다. 연합 과정에는 필수적으로 지분 배분과 정책적 타협이 수반되므로 단일 집단의 독점적 지배는 견제를 받게 된다. 특정 집단이 독주할 경우 나머지 하위집단은 다자간 연대를 구축해 세력 균형을 다시 이루게 된다.

이처럼 조직 규모 확대에 따른 하위집단 단위의 친밀성과 정체성 분화, 자원의 다원화, 견제 세력의 출현은 특정 집단의 권력 독점을 구조적으로 어렵게 만든다. 물론 사관학교 통합을 반대하는 측의 주장처럼 통합 조직이 또 다른 거대 파벌을 형성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는 권력 구조가 엄격히 수직적인 독재국가에서나 타당한 이야기다. 권력의 분화와 견제가 보장되고 다원성이 존중되는 우리 사회 구조에서 단일 통합 사관학교가 거대 카르텔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국, 조직 규모 확대에 따른 문제의 본질은 권력 독점 그 자체보다, 여러 이론이 지적하듯 하위집단 간 갈등과 분열에 있다. 즉, 사관학교 통합이 초래할 진짜 위협은 거대 집단의 독점적 지배가 아니라 내부에서 발생하는 알력과 대립이다. 작금의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이러한 사실이 분명히 드러난다. 이념, 성별, 세대, 계층 간 갈등은 대규모 집단의 권력 독점이 아니라 내부 하위집단 간 분열이 가져오는 위험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결국 성공적인 사관학교 통합의 성패는 통합 이후 나타날 하위집단 간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고 화합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지난 7월 8일 국회의사당 본관 계단 앞에서 열린 '사관학교 통폐합과 육사 지방이전 저지를 위한 국민 궐기대회'에서 육군사관학교 출신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정부의 국군사관학교 통합 추진을 규탄하며 결의문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육사총동창회 제공] 2026.09.02 gomsi@newspim.com

현재 우리 군은 각 군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관행적으로 자원을 할당해 왔고, 그 결과 군 간 폐쇄성과 단절성이 오랜 특성으로 자리 잡았다. 각 군이 수행하는 연구 과제조차 상호 공유되지 않을 정도로 정보의 파편화가 심각한 실정이다.

이처럼 기본적인 연구 및 정보 교류조차 단절된 구조에서 유사시 필수적인 상호운용성이나 합동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존 3개 사관학교 체제가 육·해·공군 간 '견제와 균형'을 가능하게 했다는 통합 반대론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현재 우리 군의 실상은 견제와 균형이 아니라 분리와 담합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관학교 통합이 그 자체로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 집단 규모가 커지면 권력 독점의 문제가 사라진 자리를 하위집단 간 반목과 분열이 대신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외형적·제도적 통합'이 곧 '문화적·심리적 통합'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반대 측의 우려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규모가 다른 세 사관학교의 통합 과정에서 소수 집단은 불이익에 대한 불안과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고 성공적인 통합 교육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가 다른 각 조직을 포용할 공정하고 중립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러한 리더십은 배경과 처지가 다른 사관생도들을 단일한 집단 정체성으로 통합하는 기틀이 될 것이다.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연세대 심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코네티컷대에서 대인지각 관련 연구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회·문화심리학을 바탕으로 한국인의 성인발달, 대인관계, 사회문제와 집단·조직 현상을 연구해 왔으며, 심리학적 지식을 군대 등 다양한 조직에 적용하는 연구와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중앙대 심리서비스대학원장과 사회과학대학장, 한국 사회 및 성격심리학회장, 한국 문화 및 사회문제심리학회장 등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는 《심리학, 군대 가다》, 《대인관계와 의사소통의 심리학》, 《사회심리학》, 《발달심리》 등이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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