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호주 소비자 95%가 호주산 선호를 답했다
- 수킨·루카스 포포, 호주 로컬력 보여줬다
- 베지마이트·번다버그가 지역 정체성 키웠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통상학도의 호주 다이어리]는 호주 멜버른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는 장해윤 대학생 인턴기자의 생생한 호주 체험기다. 장 기자에게 호주는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국제적 감각을 키울 수 있는 요람이라 한다. '어학연수편'을 시작으로 장 기자가 전할 글들은 글로벌 재원으로 성장하고픈 이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공유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멜버른=뉴스핌] 장해윤 대학생 인턴기자 = 여행을 다니다 보면 어느 나라에서든 낯익은 글로벌 브랜드 로고를 쉽게 접하지만, 정작 그곳 사람들의 일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오랫동안 현지인의 사랑받아 온 로컬 브랜드다.
호주 역시 마찬가지다. 마트와 약국, 카페를 둘러보면 현지인들이 자연스럽게 집어 드는 제품들이 있다. 단순히 품질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호주의 자연환경과 소비문화, 그리고 지역 산업의 특성이 브랜드에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기자가 직접 사용하거나 먹어본 호주의 대표 로컬 브랜드들을 통해 호주 사람들이 무엇을 소비하고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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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호주는 로컬 브랜드가 강할까?
여론조사기관 Roy Morgan이 매년 발표하는 조사를 보면 호주 소비자의 95%가 호주산 제품을 살 가능성이 더 높다고 답한다. 이 수치가 몇 년째 거의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은 더 놀라운데, 일시적인 유행이라기보다는 거의 국민적인 소비 습관에 가깝다고 봐도 될 정도다.

이런 선호는 그냥 마음가짐으로만 끝나지 않고, 실제로 눈에 보이는 장치로도 이어진다. 호주의 마트나 약국에서는 초록색과 금색 바탕에 캥거루가 그려진 'Australian Made' 인증 로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로고는 호주에서 생산되거나 제조 기준을 충족한 제품에 부여되는 공식 인증으로, 현지 소비자들에게 품질과 신뢰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실제 Australian Made Campaign Limited(AMCL)가 실시한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이 인증 로고를 본 소비자들은 호주산 제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인증을 받은 기업들 역시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 확대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소비자들은 해당 로고를 지역 일자리와 고용 지원(97%), 안전성(94%), 고품질(94%), 신뢰성(93%), 윤리적 생산(90%), 우수한 가치(85%), 지속가능성(80%), 친환경성(80%) 등의 이미지와 연결해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흐름을 정부도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는데, 호주 정부는 2025년부터 'Made Right Here'라는 이름으로 약 2천만 호주달러 규모의 전국 캠페인을 시작했다. 목표는 단순하다. 호주 소비자들이 물건을 살 때 호주산을 1순위로 고려하게 만드는 것. 실제 이 캠페인을 접한 소비자들은 향후 몇 달간 호주산 제품을 살 의향이 이전보다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답했다.
'호주산'을 선호하는 이러한 정서는 농축산업 중심의 산업 구조와도 잘 맞물린다. 호주가 밀, 소고기, 와인 같은 농축산물을 세계로 수출하는 나라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호주 정부 자료에 따르면 슈퍼마켓에서 팔리는 신선 과일과 채소, 육류, 우유, 달걀 또한 90% 이상이 호주 안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수출도 하고, 내수도 스스로 책임지는 구조다.
여기에 환경에 대한 관심도 로컬 선호를 거드는 한 축이다. 컨설팅펌 PwC가 2025년 발표한 소비자 조사를 보면, 호주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기업의 지속가능성 활동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친환경 제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비싼 값을 치를 의향이 있는 건 아니어서 실제로 프리미엄을 지불하겠다는 응답은 35% 정도에 그쳤다. 흥미로운 건 이 조사에서 "지역 농산물을 선호한다"는 항목이 여러 친환경 소비 습관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게 높았다는 점이다. 즉 호주 소비자에게 로컬 소비는 환경을 생각하는 방법 중에서도 가장 부담 없이 실천할 수 있는 선택지인 셈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내 동네 경제를 지킨다"는 의식이다. 호주는 인구밀도가 낮고 도시마다 색깔이 뚜렷한 편이라 동네 빵집이나 로스터리, 소규모 농장 하나가 그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인지 "로컬 브랜드를 사는 것"이 단순한 소비를 넘어서 "우리 동네를 응원하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호주 곳곳에서 진행되는 '바이 로컬(Buy Local)' 캠페인들도 이런 정서 위에서 힘을 받는다.
이렇게 놓고 보면, 호주에서 로컬 브랜드가 많고 잘 되는 이유는 우연이 아니다. 국민 정서, 정부 정책, 실제 산업 구조, 환경 의식, 지역 공동체 의식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다음 파트에서는 이런 배경 위에서 실제로 호주의 로컬 브랜드들이 어떻게 자신을 포장하고 소비자에게 다가가는지를 좀 더 들여다보려 한다.
◆ 뷰티 & 생활용품 — 호주 국민 스킨케어
호주 드럭스토어 진열대 앞에 서면 두 가지 종류의 로컬 브랜드가 눈에 들어온다. 하나는 상큼한 초록색 패키징에 "내추럴", "비건"을 강조하는 젊은 브랜드들이고, 다른 하나는 몇십 년째 디자인 하나 안 바뀐 것 같은 낡은 튜브 제품들이다. 실제로 써본 두 브랜드, 수킨(Sukin)과 루카스 포포 오인트먼트(Lucas' Papaw Ointment)는 딱 이 두 세계를 대표하는 제품들이었다.

수킨은 처음 마트에서 집어 들었을 때부터 "완전 호주스럽다"는 느낌을 주는 브랜드였다. 2007년 멜버른에서 남매인 앨리슨 굿거와 사이먼 오코너가 만든 브랜드인데, 시작은 단순했다고 한다. 시중에 파는 천연 스킨케어는 대부분 비싸거나, 가격이 착하면 효과가 별로였다는 것. 그 틈을 파고들어서 카카두 플럼처럼 호주 자생 식물 성분을 활용하면서도 가격은 만 원대 초반으로 맞춘 라인을 내놓았다.
써보니 향도 과하지 않고, 성분표를 봐도 낯선 화학 이름보다는 식물성 오일과 추출물 위주라 부담 없이 계속 쓰게 됐다. 브랜드 자체도 비건, 크루얼티프리를 앞세우고 탄소중립을 표방하면서, 지금은 호주 약국에서 파는 천연 스킨케어 중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수킨은 "친환경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요즘 호주"를 그대로 압축해 놓은 브랜드다.
반면 '루카스 포포 오인트먼트'는 완전히 다른 결의 로컬 브랜드다. 처음 이 빨간 튜브를 알게된 건 호주 친구의 추천 때문이었는데, 입술 트임부터 상처, 건조한 팔꿈치까지 만능으로 쓴다는 말을 듣고 반신반의하며 하나 사봤다.
알고 보니 이 제품의 역사는 100년도 더 됐다. 스코틀랜드 출신 의사 토마스 페닝턴 루카스가 19세기 후반 호주로 건너와 브리즈번에 정착한 뒤, 파파야(파포)의 효능을 연구하다가 만든 연고라고 한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한 세기가 넘었지만 지금도 후손들이 같은 배합 공식 그대로 브리즈번 근교 공장에서 만들고 있고, 마케팅이나 광고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게 더 신기했다. 그런데도 호주 사람들 가방이나 화장대에는 거의 빠짐없이 이 튜브가 하나씩 들어있다. 광고 없이도 몇 세대에 걸쳐 입소문만으로 살아남은 셈이다.
수킨은 자연 유래 성분과 친환경 생산 철학을 앞세워 호주의 지속가능한 소비문화를 대표하는 브랜드이고, 루카스 포포 오인트먼트는 퀸즐랜드산 파파야를 주원료로 활용해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제품에 녹여낸 브랜드다. 시대는 다르지만, 지역의 특성과 문화를 브랜드 경쟁력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두 브랜드는 호주 로컬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식품 & 음료 — 베지마이트와 번다버그, 가장 호주다운 맛
호주의 로컬 브랜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베지마이트(Vegemite)와 번다버그(Bundaberg)다. 두 브랜드 모두 호주 사람들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익숙한 '국민 식품'이자, 해외 관광객들에게는 호주를 대표하는 기념품으로 꼽힌다.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호주의 식문화와 지역 산업을 상징하는 브랜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베지마이트를 처음 맛봤을 때 느낌은 별로였다. 짙은 갈색의 짭짤한 이스트 추출물인데, 호주 친구들은 버터 바른 토스트 위에 아주 얇게 펴 바르는 게 정석이라고 신신당부했지만 그 양 조절에 실패해서 한입 베어 물고 표정 관리가 안 됐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몇 주 지나면서 그 짭짤하고 감칠맛 나는 맛에 스스로 적응해가는 걸 느꼈다.

베지마이트는 1920년대에 멜버른의 한 식품회사에서 일하던 화학자가 맥주 양조 과정에서 남는 효모 추출물을 활용해 개발한 스프레드라고 한다. 수입 식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호주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식품을 개발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탄생했다. 부산물을 새로운 식품으로 재탄생시킨 사례라는 점에서 자원 활용의 의미를 갖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호주인의 아침 식탁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호주에서는 "진짜 호주를 경험해 보려면 한 번쯤은 베지마이트를 먹어봐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하나의 문화적 상징으로 여겨진다.
번다버그는 퀸즐랜드주 번다버그(Bundaberg) 지역에서 시작된 음료 브랜드로, 이름을 그대로 브랜드명으로 쓰고 있는데, 실제로 그 동네에서 재배한 생강과 사탕수수 설탕으로 진저비어를 만든다. 1960년대에 플레밍(Fleming) 가족이 작은 병입 공장을 인수하면서 시작된 사업인데, 지금까지도 같은 가족이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한번은 시드니의 한 펍에서 번다버그 진저비어를 처음 마셔봤는데, 흔히 마트에서 파는 진저 음료와는 확실히 결이 달랐다. 톡 쏘는 청량감보다는 생강 본연의 알싸함과 은은한 단맛이 더 진하게 느껴졌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3일에 걸쳐 발효, 숙성시켜 만드는 "브루잉(brewing)"에 가까운 방식이라고 했다.
지금은 60개국 넘게 수출도 하는 규모가 됐지만, 본사와 공장은 여전히 번다버그에 두고 전통적인 양조 방식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역 이름을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원재료와 제조 기술을 브랜드 가치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지역 산업과 브랜드가 함께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 로컬 브랜드는 지역의 얼굴이다
위에서 소개한 브랜드들은 모두 특정한 지역성과 연결되어 있다. 수킨은 호주의 자연주의와 친환경 소비문화를 브랜드 철학으로 삼았고, 루카스 포포 오인트먼트는 퀸즐랜드산 파파야를 활용해 지역 농업의 가치를 제품에 담았다. 베지마이트는 호주인의 일상적인 식문화를 상징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고, 번다버그는 도시 이름 자체를 브랜드명으로 사용하며 지역 정체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각각의 브랜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호주를 표현하고 있다.
지리학에서는 지역을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산업, 문화가 어우러져 형성되는 장소로 바라본다. 그런 관점에서 로컬 브랜드는 지역의 자원과 이야기를 가장 일상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관광지를 방문하지 않아도 마트에서 제품 하나를 집어 드는 순간 그 지역의 농업과 제조업, 소비문화까지 한꺼번에 들여다보게 되는 셈이다.
여행이나 유학 생활은 유명한 명소를 방문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지역에서 만든 제품을 사용하고, 지역 사람들이 오랫동안 소비해 온 브랜드를 경험하는 과정 역시 그 지역을 이해하고 느끼는 방법이다. 로컬 브랜드는 단순한 소비의 대상이 아닌 지역의 가치와 정체성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창이라고 할 수 있다
*글쓴이 장해윤은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지리학과를 전공하고 국제통상학을 복수전공 중인 대학생이다. 2025년 8월부터 어학연수를 위해 호주 브리즈번에 머물렀으며, 현재 멜버른에서 현지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