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크리스토퍼 놀란이 24일 영화 '오디세이'를 공개했다
- 트로이 전쟁 후 오디세우스의 귀향길을 아이맥스로 구현했다
- 전쟁 트라우마와 죄책감 통해 모두의 '오디세이'를 말한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놀라운 역작이 베일을 벗었다. 신화의 외피를 씌운 '오디세이'에 SF 버금가는 세계관과 스케일, 철학적 질문과 메시지를 가득 담아냈다.
'오디세이'는 '다크나이트', '인셉션', '테넷', '오펜하이머' 등의 걸작을 배출하며 전 세계 유수의 영화 시상식을 섭렵한 놀란 감독의 신작이다. 기획 단계부터 호메로스의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거장의 새로운 시각과 맷 데이먼, 톰 홀랜드, 앤 해서웨이, 로버트 패틴슨, 젠데이아, 샤를리즈 테론 등 압도적인 캐스팅으로 주목받았다.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 이후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길에서 겪는 고난과 방랑, 시련을 다룬 서사시다. 서양문학의 대표적인 고전이자, 그리스 신화적 설정을 입은 인간 본연의 이야기이다. 놀란 감독은 서양 문학의 출발점이자, 놀라운 유산으로 평가받는 작품을 본인의 스타일로, 동시에 압도적 걸작으로 다시 빚어냈다.
트로이 전쟁이 출전하는 오디세우스(맷 데이먼)는 정의롭고, 뛰어난 무술과 전술을 갖춘 인물이다. 승리를 위해선 자신의 딸도 제물로 바치는 아가멤논의 출병에 따라 떠나는 길, 아내 페넬로페(앤 해서웨이)와 텔레마코스(톰 홀랜드)에게 유언과도 같은 말을 남긴다. 페넬로페는 20년의 시간이 흘러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고, 장성한 텔레마코스는 어머니에게 재혼을 요구하는 구혼자들을 내쫓을 방법을 궁리한다.
트로이 전쟁 10년, 오디세우스의 지략으로 대승을 거둔 아가멤논 군대는 승전보를 울리며 귀향한다. 이타카로 귀환하는 오디세우스의 배는 잠시 행운이 따르다가도, 식량을 구하러 상륙한 곳에서 최악의 괴물을 만나고 죽을 고비를 수 차례 넘긴다. 10년간의 전쟁서 잃은 병사들이 수만, 귀향 길에 잃어가는 병사들이 또 수백이다. 오디세우스는 고향으로 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매 순간 다진다.

무엇보다 전체 분량을 풀 아이맥스 장비로 촬영한 영상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전사들의 투구, 갑옷과 무기, 복색과 문화는 소설 속 그 시절을 눈 앞에 재현해낸다. '제우스의 법대로 낯선 자를 대접하라'는 식의 대사같은, 신화적 설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곳곳의 디테일들이 여러 감각을 자극하며 영화 전체에 특유의 웅장하면서도 아득한 무드를 더한다.
오디세우스는 병사들을 이끌고 이타카로 돌아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 사이 여러 차례 신들의 시험에 처하고, 어리석은 인간답게도 넘어가고 쓰러진다. 상상해본 적 없는 무시무시한 괴물과 적군의 모습을 구현한 방식은 SF 영화에서 외계인을 만난 듯 낯설고 이질적인 비주얼로 표현된다. 신화와 SF 설정 사이에 흐르는 묘한 동질감을 감독은 예리하게 짚어낸다.
시공간이 멈춘 듯, 어느 섬에 표류한 오디세우스는 자신이 누구인지 잊고 완전히 길을 잃어버린다. 바다의 여신 '칼립소(숨기는 자, 은폐하는 자)'와 조우한 그는 자신의 의지대로, 혹은 의지와 상관없이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 바탕에 깔린 건 깊은 트라우마와 죄책감, 불안, 두려움이다. 그의 곁에서 자꾸만 질문을 던지던 아테나(젠데이아)가 사실은 누구의 얼굴이었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 전쟁의 상처와 후회, 회한은 승자나 영웅이라고 해도 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만을 마주하게 된다.

오디세우스의 여정은 마치 죽음같기도, 삶 같기도 하다. 그는 저승을 헤매이는지, 삶을 헤매이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바다에서 끝없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만나고, 선택하고, 살아남는다. 이타카의 왕이자 군대의 수장으로서 병사들을 잃지 않으려 몸부림치지만 그 책임감과 죄책감까지도 각자의 것이라고, 병사 하나 하나, 우리 모두가 각자의 '오디세이'를 겪어낸다고 말하는 듯도 하다.
승자와 패자로, 흑과 백으로, 정의와 불의로 단칼에 잘라서 구분할 수 없는 세상은 불가피하게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승자에게도, 영웅에게도 예외는 없다. 생존을 위해 싸우는 모두에게 세상은 전쟁터다. 망자들에게 돌아가는 길을 물으며 오디세우스가 마주하는 수만명의 죽은 병사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먹먹해진다. 여전히 전쟁이 멈추지 않는 이 시대를 바라보는 거장의 눈길같다.
오디세우스가 돌아가는 길을 잊었더라도,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비로소 됐다면 큰 문제는 없다. 나뭇조각과 거센 물결에 몸을 맡기고 넝마조각을 걸친 오디세우스의 여정은 무려 3시간의 러닝타임을 거쳐 마무리된다. 시작한 곳에서 끝나는 이야기, 출발한 곳으로 돌아오는 이야기가 왜 감동적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감독이 그려놓은 작품 속 풍성한 비유와 상징 속에서 다만 마음 깊이 느낄 뿐이다.
jyy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