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서울 강서구 공항시장·신노량진시장·수일시장이 17일 정비사업 갈등을 빚고 있다
- 공항시장·신노량진시장은 상인 퇴거와 보상, 안전 문제로 조합·구청과 충돌하고 있다
- 수일시장은 상인 이주 완료 후에도 토지 소유주 동의 부족으로 수십 년째 사업이 표류 중이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신노량진시장, 임차상인 퇴거 시기 두고 구청과 갈등
수일시장, 소유주 동의 확보 난항...부지 폐허로 변해
온라인 유통 확산과 전통시장 노후화로 시장정비사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상인 보호와 사업성, 공공성과 시장 정체성 사이의 갈등으로 사업이 표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3회에 걸쳐 시장정비사업의 쟁점과 해법을 살펴본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저는 40년째 이 자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가게를 다른 곳으로 어찌 옮겨야 할지 막막합니다."(공항시장 상인 A씨)
지난 17일 오전 방문한 서울 강서구 방화동 공항시장. '접근금지'라는 글씨가 적힌 주황색 테이프로 출입이 통제된 빈 상가들이 줄지어 있었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상가 곳곳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전골', '국수', '침구', '혼수', '꽃' 등의 글자가 적힌 간판은 떨어져 나가거나 기울어진 채 방치돼 있었다. 적막한 시장 골목에서 문을 활짝 열고 손님을 맞고 있는 순대국집이 눈에 띄었다.
공항시장은 1970년에 지어졌다. 2010년대 들어 시설 노후화가 본격화되면서 정비사업 필요성이 제기됐다. 2012년 10월 조합이 설립된 후 2024년 11월 상인들의 이주가 시작됐다. 당초 2025년 하반기 착공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부 상인들이 퇴거를 거부하면서 아직 철거 작업이 진행되지 못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공항시장에서 계속 운영되고 있는 가게는 지난달 기준 7곳이다.

공항시장에서 순대국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퇴거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단골 손님들이 있어 가게를 옮긴다면 인근 상권으로 가야 한다"며 "주변에서 현재와 비슷한 규모의 점포를 유사한 임대료 수준에 구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조합이 제시한 보상금으로는 현실적인 이전 비용을 충당하기에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20년째 공항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B씨도 퇴거 이야기에 고개를 저었다. B씨는 "현재는 노후 건물이라 비교적 낮은 임대료를 내고 있지만 인근 다른 건물로 이전할 경우 임대료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과거 사업자 명의를 가족 이름으로 변경한 적이 있는데 이 때문에 정비사업 추진 이후 영업을 시작한 상인으로 분류되면서 영업손실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지급받을 수 있는 보상액이 너무 적어 선뜻 이전에 동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앞서 공항시장 토지 및 건물 소유주 및 임차상인 60여 명은 서울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정비사업 보상 관련 중재를 신청한 상태다. 최근 서울지방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이 완료됐으나 임차상인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공항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C씨는 "조합의 초안과 거의 비슷한 결과가 나와 이의제기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심의나 행정소송으로 이어지면 상인들의 퇴거 시점이 밀리게 되고 정비사업 일정 전반의 지연이 불가피하다.

"퇴거하시라고 공문을 몇 번을 보냈는데요! 이젠 나가셔야죠!"(동작구청 관계자 D씨)
"갑자기 공사를 해버리면 장사는 어떻게 하라고요! 저도 생존권이 있는데요! "(신노량진시장 상인 E씨)
상인들의 퇴거가 장기간 지연되면서 관할 구청이 나선 곳도 존재한다. 동작구 노량진동 신노량진시장은 1968년 준공됐다. 2000년대 들어 정비사업 추진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업계에 따르면 사업 추진 초기 상인들은 조합과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득한 후 퇴거하기로 약속했다. 2015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득했으나, 조합과 공동시행자의 갈등으로 후속 인허가 절차를 밟지 못했다. 앞서 133개 점포 중 129곳은 이주를 마쳤다. 다만 나머지 4곳에서는 관리처분계획인가 취득 전까지 영업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사이 노후 건축물의 안전 문제가 더욱 심화되면서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2022년부터 동작구청은 매년 상인들에게 퇴거를 권유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송해왔다. 이 건물이 2010년 정밀안전진단에서 최하 등급(E등급)을 받았으므로 안전을 위해 퇴거하라는 내용이다. 최근 동작구청은 신노량진시장 입구 쪽 골목에서 보수 공사를 시작했다. 시장 건물의 벽체가 한쪽으로 불룩 튀어나와 붕괴 위험이 있는 데다 콘크리트 파편 등이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돼서다.
해당 공사로 행인들의 시장 진입에 차질이 생기면서 영업을 지속 중인 상인들과 동작구청간 갈등이 커졌다. 신노량진시장에서 옷가게를 하고 있는 E씨는 "관리처분계획인가가 아직 나지도 않았는데 동작구청에서 갑자기 보수 공사를 한다며 가게 짐을 빼라고 해서 당황스럽다"며 "당장 이동할 가게를 구하기 어려운데 구청에서 방안을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동작구청 관계자 D씨는 "지난 몇 년간 퇴거하라고 지속적으로 안내해왔는데 '갑자기'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옳지 않다"며 "진작 퇴거를 했어야 한다"고 응수했다.
동작구청은 행정대집행을 통한 강제 이주 절차도 고려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8월 동작구청이 행정대집행을 추진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다만 잔류 상인들의 반발이 커 신속한 추진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신노량진시장에서 2대째 가게를 운영 중인 F씨는 "지난해 동작구청에서 잔류 상인들을 고발 조치했지만 검찰에서는 상인들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하며 기소유예를 결정한 바 있다"며 "내 가게에서 내가 세금을 내고 장사를 하는데 구청이 상인들을 범법자로 만들고 내몰려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여기가 시장이었던 게 믿겨지시나요? 재개발을 못하고 있으니 지금은 쓰레기장이 됐죠."(은평구민 G씨)
진작 임차상인들의 퇴거가 완료됐으나 사업이 멈춘 곳도 있다. 은평구 수색동 수일시장은 1990년대에 시간이 멈춘 모습이다. 시장 골목을 걷다 보니 발 밑에서 깨진 유리 조각이 바스락거리고 바람에 쓰레기가 날아다녔다. 길 건너편 아파트 단지 내 카페는 손님들로 빼곡했지만, 시장 안은 사람의 발길이 끊긴 채 고요함만 감돌았다. 은평구민 G씨는 "건물이 붕괴 직전"이라며 "일부 구민들이 자체적으로 보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수일시장은 1970년 개설됐다. 1990년대 들어 건물 노후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1997년 시장은 문을 닫았다. 당시 장사를 하던 상인들도 모두 이주했다. 1997년 사업추진계획 승인을 받고 2004년 조합을 설립했다. 그러나 추진을 위해 필요한 토지 등 소유주 동의율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전통시장법에 따라 사업시행계획 인가 취득을 위해서는 토지면적의 5분의 3이상의 동의 및 토지 등 소유자 총수의 5분의 3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구역계가 문제가 됐다. 조합 관계자 H씨는 "2000년대 중반에 수일시장이 뉴타운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시장 외 토지가 정비구역으로 함께 묶였다"며 "해당 토지의 소유주들이 사업에 동의를 해주지 않아 동의율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의율 기준 충족을 위해서는 7명의 추가 동의가 필요하다"며 "조합에서 토지를 매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만 가격에 대한 눈높이가 달라 어렵다"고 덧붙였다.
은평구청은 사업을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추진 주체가 민간인 만큼 개입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존 수일시장이 운영되던 부지 근처 상인들은 수일시장 정비사업 속도에 대해 회의적이다. 인근에서 가게를 하고 있는 노인 G씨는 "이 일대 건물이 많이 낡아서 개발이 필요하긴 하다"면서도 "수일시장을 개발한다는 이야기는 몇십 년 전부터 나왔지만 아직 실제로 바뀐 건 없다"고 했다. 그는 "소유주들끼리 합의가 안 되어서 정비사업이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들었다"며 "내가 눈 감기 전에 개발이 되려나"라고 말끝을 흐렸다.
blue9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