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유한양행이 6월 20일 창립 100주년을 맞아 국민약 기업에서 글로벌 신약 기업으로 도약했다
- 안티푸라민·삐콤씨로 성장한 유한양행은 폐암 신약 렉라자 FDA 승인과 글로벌 허가를 통해 새 성장축을 확보했다
- 렉라자 기술이전과 글로벌 병용요법 확대로 마일스톤·로열티 수익이 증가하며 유한양행의 위상과 R&D 전략 가치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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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스톤 3억달러 확보·로열티 확대
[편집자주] 유한양행이 6월 20일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1926년 설립된 유한양행은 안티푸라민과 삐콤씨 등 '국민약'을 앞세워 성장하며 국내 대표 전통 제약사로 자리매김했다. '주인 없는 회사'로 알려진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의 창업 정신 또한 사회에 귀감을 줬다. 유한양행은 폐암 신약 '렉라자'의 성공을 기점으로 글로벌 신약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뉴스핌은 창립 100주년을 맞은 유한양행의 성장 궤적과 미래 전략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1926년 일제강점기. 조선은 질병과 가난에 시달리고 있었고 의약품 대부분은 일본과 외국에 의존했다. 미국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유한양행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는 귀국 후 "건강한 국민만이 교육을 받고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 아래 서울 종로에 유한양행을 세웠다.
유한양행이 내놓은 첫 의약품은 1933년 출시된 바르는 소염진통제 '안티푸라민'이다. 1926년 창업 이후 수입 의약품 판매에 주력하던 유한양행이 국산 의약품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결과물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수입 의약품 가격이 비싸 일반 국민들이 쉽게 구입하기 어려웠는데, 안티푸라민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되며 국민 상비약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상처나 타박상에는 안티푸라민'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정도로 국민에게 오랜 기간 사랑받았으며 연고에서 시작해 로션과 파스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90년이 넘은 지금도 안티푸라민은 유한양행의 상징적인 의약품 브랜드로 남아 있다.
유한양행의 또 다른 국민약으로 꼽히는 '삐콤씨'의 시초는 1963년 출시된 '삐콤정'이다. 당시 한국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놓였고 영양부족 문제가 심각했다. 특히 비타민B 결핍으로 인한 각기병이 흔했던 시절, 유한양행은 국민 영양 보충을 목적으로 삐콤정을 선보였다.
삐콤정은 국민들의 영양 보충에 기여하며 국민 영양제로 자리 잡았고 이후 시대 변화에 맞춰 성분을 강화하며 현재의 삐콤씨 브랜드로 발전했다. 출시 후 6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오며 유한양행의 대표 장수 브랜드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처럼 국내 전통 제약사로 익숙한 유한양행은 최근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2024년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 국내 무대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신약 개발 기업으로 변모하면서다.
렉라자는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항암 신약 가운데 최초로 FDA 승인을 획득하며 한국 제약산업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단순히 신약 개발 성공을 넘어 유한양행 기업의 정체성과 성장 전략을 한 단계 높인 상징적 성과로 평가받는다.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한 혁신 신약 렉라자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를 표적하는 폐암 치료제다. 회사는 지난 2018년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 계열사인 얀센 바이오텍에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기술이전했다. 당시 계약 규모는 총 12억5500만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얀센은 자사의 이중항체 항암제 리브리반트와 렉라자의 병용요법 개발을 추진했고, 임상시험을 통해 기존 치료제를 뛰어넘는 효능을 입증했다. 그 결과 2024년 FDA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을 승인했다.
이는 국내 기업이 개발한 항암제가 글로벌 표준 치료 영역에 진입한 첫 사례다. 렉라자는 미국 허가 이후 유럽과 일본,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도 잇따라 허가를 획득하며 글로벌 치료 옵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렉라자의 성공은 유한양행의 실적과 기업가치에도 기여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기술이전 계약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기술료)과 판매 로열티를 수령한다. 지난달 렉라자의 유럽 상업화에 따라 3000만 달러의 마일스톤을 수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한양행이 현재까지 확보한 렉라자 관련 누적 마일스톤 규모는 계약금을 포함해 총 3억달러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2018년 11월 계약금 5000만달러 ▲2020년 4월 병용 개발 진행에 따른 3500만달러 ▲2020년 11월 병용 임상 3상 투약 개시에 따른 6500만달러 ▲2024년 9월 미국 상업화 개시에 따른 6000만달러 ▲2025년 5월 일본 상업화 개시에 따른 1500만달러 ▲2025년 10월 중국 상업화 개시에 따른 4500만달러 ▲2026년 5월 유럽 상업화에 따른 3000만달러 등이다.
유한양행이 얀센과의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수령하기로 한 전체 마일스톤 규모는 계약금을 포함해 총 9억5000만달러다. 현재까지 전체의 약 3분의 1 수준을 확보했다. 리브리반트와 렉라자의 병용요법 처방이 확대되면서 판매 로열티도 2024년부터 수령하고 있다. 렉라자의 글로벌 진출 국가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로열티 수익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렉라자는 현재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4개 대륙에 진출한 상태다. 특히 지난해 11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최선호 요법(Category 1)으로 등재되며 글로벌 표준 치료 지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은 치료 편의성을 개선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해가고 있다. 얀센은 2025년 말 리브리반트의 피하주사(SC) 제형인 '리브리반트 파스프로'의 FDA 승인을 획득한 것이다. 올 2월 월 1회 투여 방식까지 허가받았다.
업계에서는 리브리반트 SC 제형 출시를 렉라자의 글로벌 성장 모멘텀을 강화할 변수로 평가한다. 효능뿐 아니라 투약 편의성까지 확보하면서 병용요법의 경쟁력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환자와 의료진의 선호도가 높아질 경우 처방 확대가 예상되며, 이는 유한양행의 로열티 수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유한양행의 성장 동력이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판매에 있었다면 이제는 신약 개발 성과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무엇보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의 연구개발(R&D) 전략의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한양행은 오랜 기간 외부 바이오벤처와 협력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추진해왔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공동 연구, 기술도입, 기술수출까지 이어지는 개방형 연구개발 모델을 구축했고, 렉라자는 이러한 전략이 실제 글로벌 신약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 사례다.
업계에서는 렉라자의 성공이 국내 제약업계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과거 국내 기업들의 신약 개발이 기술이전 단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면, 렉라자는 실제 글로벌 허가와 상업화까지 이어지며 국산 신약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분석이다.
창립 100주년을 맞은 유한양행은 여전히 국내 제약업계 매출 상위권 기업이지만, 시장이 바라보는 회사의 모습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국민약을 만드는 제약사를 넘어 글로벌 신약을 탄생시킨 혁신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렉라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항암 신약이 FDA 승인을 득한 사례로 내부적으로도 굉장히 의미 있게 평가하고 있다"며 "R&D 유관 부서에서 해외 학회나 행사에 파트너링을 위해 참석하면 관심도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렉라자는 단순한 품목 하나의 성공이 아니라 유한양행이 글로벌 신약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상징적 성과"라며 "창립 100주년을 맞은 현재 유한양행의 역사가 렉라자 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의 의미"라고 평가했다.
s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