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서울시 9일 서울 내 14개 철도 차량기지 중 8곳 이전 및 복합개발 추진했다.
- 창동·방화기지 이전으로 첨단산업단지·주택 공급 확대하고 수서기지는 제자리 입체복합개발한다.
- 구로기지 사례처럼 지자체 협의·경제성 미흡 시 사업 백지화 리스크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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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복합개발 추진…창동·수서 등 속도
구로기지 무산 반면교사 삼아
타당성 확보 및 지자체 간 이익 공유 필수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대규모 철도 차량기지들이 잇따라 이전 및 복합개발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단절된 도심을 연결하고 주택·인프라 공급을 확대할 묘책으로 주목받지만,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 여부와 사업 방식에 따라 성과와 리스크가 엇갈릴 전망이다.

◆ 여의도 1.6배 규모 유휴부지…복합개발로 도심 단절 깬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 내 철도 차량기지 총 14곳 가운데 8곳이 이전 등 각종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거나 추진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안에 자리잡은 차량기지는 ▲도시철도 관할 9개소(군자, 신정, 수서, 창동, 방화, 고덕, 신내, 천왕, 개화) ▲국가철도 관할 5개소(이문, 청량리, 용산, 구로, 수색)다. 이들 차량기지가 차지하고 있는 대지면적은 약 4.9㎢ 수준이다. 여의도 전체 면적이 2.9㎢임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과거 서울 외곽에 지어졌던 이 시설들은 도시가 팽창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심 한복판의 노른자위 땅을 차지하고 있다.
차량기지 이전 및 복합개발은 현대 도시 계획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 대규모 철도 시설이 도심에 자리 잡으면서 주변 지역의 노후화를 촉진하고 결과적으로 도시 공동화 현상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수만 평의 부지가 물리적인 장벽으로 작용해 지역 간의 공간적 단절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열차가 수시로 드나들며 뿜어내는 분진이나 소음 등은 인근 주민의 정주 여건을 훼손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임주호 LH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현재 대다수의 차량기지가 서울의 핵심 요충지에 자리하고 있어, 향후 기지가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남은 유휴 부지가 지니는 개발 잠재력은 엄청나다"며 "이곳을 활용해 지역 상권과 경제 활성화를 주도할 수 있는 대규모 복합용도 개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실제 다수의 차량기지가 각기의 해법을 찾아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앞서나가는 곳은 4호선 창동차량기지다. 이 기지는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진접차량기지로 둥지를 옮기는 방안이 확정돼 현재 순항 중이다. 대체지인 진접기지는 지난해 연말부터 본격적인 시험 운행에 돌입했다. 서울시는 이 일대에 첨단 산업단지인 '서울디지털바이오시티(S-DBC)' 개발을 추진해 강북권의 새로운 경제 중심축으로 전면 개조할 방침이다.
5호선 방화차량기지 개발 사업도 최근 꽉 막혔던 혈을 뚫었다. 지난달 지하철 5호선을 김포와 검단신도시 방면으로 연장하는 대형 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최종 통과해서다. 방화차량기지와 그 인근의 건설폐기물 처리장을 묶어 김포로 동반 이전하는 계획이 마침내 본격적인 실행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평가다.
외곽 이전 대신 발상의 전환을 통해 현 위치에서 돌파구를 마련한 혁신 사례도 있다. 3호선 수서차량기지는 막대한 이전 비용과 마땅한 대체 부지를 구하기 힘들다는 제약을 극복하고자 '제자리 입체복합개발'이라는 대안을 꺼내 들었다.
현재 기지가 수행하는 철도 정비 기능은 하부에 그대로 남겨두되, 상공에 거대한 인공 덮개(데크)를 씌워 새로운 대지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이곳에 주거 시설과 업무, 상업, 녹지 공간을 배치해 동남권을 대표하는 디지털 첨단산업 복합도시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차량기지와 같은 도심 내 초대형 택지에 상업·업무 복합시설과 대규모 주택 단지가 함께 들어서게 되면, 서울의 만성적인 주택 공급 가뭄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단순한 주거 공급을 넘어 교통, 문화, 상업 등 인프라 측면에서도 주변 도시에 획기적이고 긍정적인 파급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구로가 남긴 오답노트…경제성 확보·상생 없이 첫 삽 못 떠
지자체 간 치열한 눈치싸움이 진행 중인 곳도 있다. 2호선 신정차량기지다. 신정지선을 김포 방면으로 연장하는 사업과 연결해 차량기지를 김포 고촌 일대 혹은 김포공항 지하로 이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현재 서울 양천구와 김포시가 큰 틀에서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피 시설을 짊어져야 하는 김포 지역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 여론이 변수로 작용했다.
구로차량기지 이전 또한 무리하게 추진하다 고꾸라진 차량기지 개발의 대표적 사례다. 구로구는 주민들이 겪는 소음과 분진 피해를 덜기 위해 2005년부터 차량기지를 경기 광명시 일대로 이전하고자 했다. 그러나 광명시와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상당했다.
당시 광명시민들은 구로구의 묵은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광명시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행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차량기지 건설로 인해 지역의 산림 생태축이 훼손되고, 수도권 시민들의 핵심 식수원 중 하나인 노온정수장이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었다. 광명시 측은 기지 이전을 진행하려면 지하철역을 신설해 달라는 중재안을 내놨으나 이를 수용하는 경우 총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었다. 결국 2020년 예타 재조사가 진행됐고 3년 후 기재부는 경제성과 타당성이 기준치에 미달한다는 최종 판정을 내리며 사업이 백지화됐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차량기지 이전을 위해서는 철저한 경제성 분석과 함께 민원 이슈를 얼마나 매끄럽게 조율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핵심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차량기지 이전은 기존 부지 개발로 막대한 이익을 얻는 지역이 있는 반면, 새로운 기피 시설을 안게 돼 손해를 보는 지역이 명확히 갈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많게는 수조원이 들어가는 국책 사업인 만큼 이전했을 때 창출되는 사회적·경제적 효과가 투입 비용을 압도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최승안 한국개발연구원(KDI) 타당성재조사팀장은 "기지를 새로 받아들여야 하는 대상지 지자체와의 충분하고 투명한 협의가 최우선 과제"라며 "해당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상세히 설명하고 납득시켜 범지역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시행으로 파생되는 손실은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한편 개발 이익은 양측이 공정하게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상생 방안을 최우선으로 강구해야 한다"며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는 고도화된 갈등 관리 시스템의 도입도 절실하다"고 부연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