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적 정당성 확보와 다자공조 틀 구축에 의미
정부, 국제공조와 별도로 이란과 양자접촉 가능성
무력동원 어려워...준군사적 압박으로 장기전 준비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호르무즈 해협 안전 운항 문제를 다른 나라에 떠넘기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40여개국 외교장관들은 2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었다. 한국도 이 회의에 참석해 호르무즈 재개방을 위한 국제공조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영국이 주도한 이번 회의에서는 세계 경제를 볼모로 잡은 이란에 대한 성토와 함께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 논의됐다. 군사적 해결을 배제하지는 않았으나 외교적 압박과 해상안전 보장 장치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는 견해가 주류였다.
무엇보다 통항 재개를 위해서는 전투 행위가 종료되고 안전보장 장치가 확보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의 논의는 한계가 분명했다. 결국 이날 회의는 즉각적인 돌파구 마련보다 호르무즈 재개방의 정치적 정당성과 다자공조의 틀을 구축하는 첫 단계라는 점에 더 큰 의미가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군사적 지원 압박을 받으면서도 즉각적인 응답을 하지 않았던 한국 정부는 정의혜 외교부 차관보가 이 회의에 참석했다. 한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를 직접 비난하지 않으면서 '항행의 자유'와 '해상 안보'를 지지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 회의에 참석한 것은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 이 문제에 공조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호르무즈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논의에 적극 참여해 외교적 지지의 뜻을 밝히고 앞으로 해상 상황에 대한 정보 공유, 보험·운임 정상화 협의, 대체 조달 확대 등의 '비군사적 실질 조치'를 적극 모색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외교소식통은 "정부는 그동안 군사적 참여보다 중동의 에너지 공급 안정과 한·미 동맹 관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스탠스를 유지했다"면서 "외교적 참여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되 군사적 개입은 최소화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제공조와는 별도로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한국 선박을 통과시키고 향후 한국 유조선의 해협 통과를 조율하기 위해 이란과 양자접촉을 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정부는 이란과의 접촉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으나 이란과의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어려움 속에서도 주이란 대사관을 철수시키지 않고 있는 이유도 향후 이란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란과의 개별 협상이 한·미 관계나 국제공조 체제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에게는 중요한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장기전이 불가피하다는 인식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번 외교장관회의에서도 호르무즈 해협을 당장 열 수 있는 실행 수단은 제한적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국제공조 체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지만 미국의 소극적 태도와 유엔 안보리의 분열이 한계를 드러냈다. 러시아·중국·프랑스는 유엔 안보리에서 무력 사용을 허용하는 결의에 반대했다. 따라서 강제적 해법은 쉽게 나오기 어렵고 실행한다고 해도 결국 영국·유럽·걸프국가 중심의 제한된 공조가 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다국적군을 동원한 군사력 투입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국적 해군의 호위나 이란에 대한 제재 강화, 보험·운임 통제 등의 준군사적 압박을 통해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비용을 증가시킴으로써 스스로 해협을 열게 만드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opent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