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장항준 감독이 연출하고 유해진, 박지훈이 주연을 맡은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가 누적 매출액 기준 역대 국내 개봉작 중 1위에 올랐다. 동시에 역대 동원 관객수 3위에 오르며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우뚝 섰다.
23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왕사남'의 누적 매출액은 1425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역대 1위였던 '극한직업(1396억원)'과 '명량(1357억원)'의 매출을 모두 넘어선 수치다. 그간 물가 상승에 따른 티켓 매출 증가 등의 영향도 있었으나, 개봉 이후 한 달 차까지 역주행을 거듭하며 장기 흥행을 이어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지난 2월 초 개봉 이후 거의 두 달째를 맞았지만 관객 동원력도 여전하다. '왕사남'은 지난 20~22일 주말 동안 80만3000여 명이 더 관람하면서 박스오피스 정상을 이어갔다. 누적 관객 수는 1000만을 한참 넘긴 1475만7000여 명까지 늘어나며 역대 흥행 3위로 올라섰다. 기존의 3위였던 '신과함께-죄와 벌(1441만 명)'과 4위 '국제시장(1425만 명)'을 제치고 대기록을 세웠다.
특히 '왕사남'은 1000만을 넘긴 해외 대작 영화들을 모두 제치고 역대 흥행 3위까지 오르면서 폭넓은 대중성을 입증했다. 개봉 시기를 설 연휴로 정하면서 당초 400~500만 정도의 관객 동원력을 예상했던 업계에선 과연 어떤 점이 한국 영화관객들을 모조리 극장으로 불러냈는지 그 비결을 주목하고 있다.

장항준 감독을 직접 섭외하고, '왕사남'의 제작을 초기부터 기획, 진두지휘한 임은정 대표는 "기획자로서 이 사극이 되게 새롭다고 생각했었다. 궁궐에서 정치적 암투가 벌어지고 무엇은 옳다고 주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민초 사극이라 그랬다. 역사적 사건을 겪는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란 별로 없던 걸 해보고 싶었고 그래서 확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이 작품이 사랑받은 이유를 얘기했다.
또 엄흥도와 이홍위의 특별한 관계를 다루면서 "사극은 안 돼. 사극은 규모도 크고 뭔가 타깃이 좀 한정되어 있다는 생각을 깨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고 이 작품이 연출적으로 집중했던 점을 밝히기도 했다.
장항준 감독의 숨겨진 능력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임 대표는 "투자팀 시절에 감독님 글을 볼 기회가 많았는데 조금 더 깊이 그분을 알 수 있었다. 성공작이 없다고는 하지만 준수한 작품들을 만드는 연출자라 생각했고 '리바운드'에서도 실존 인물들을 대하는 그 마음과 방식이 좋았다. 상업적으로, 의미를 확장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면 분명히 성공할 것이란 야망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왕사남'의 가장 큰 흥행비결 중 하나는 모두가 아는 역사적 사실을 아주 쉽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앞서 역대 흥행 1, 2위를 지키고 있는 영화 '명량'과 '극한 직업'도 역사적 인물을 중심에 놓거나, 설정상 전혀 어려울 것이 없는 통쾌하고 유쾌한 스토리로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 2023년 코로나 이후 첫 10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한 '서울의 봄'과 '파묘'도 비슷했다.
자연히 업계에선 '쉬운 영화가 성공한다'는 이야기가 성공 법칙처럼 회자된다. 그렇지만 그런 작품을 내놓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장항준 감독이 과감히 수양대군을 영화에서 삭제하고 한명회에게 악역을 몰아준 것도, 계유정난을 직접 그리지 않고 이홍위와 엄흥도의 관계성에 집중한 것도 '쉬운' 서사와 구도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간 1000만 관객이 선택한 영화 리스트의 면면을 살펴보면, 사극, 역사적 사건, 새롭게 덧붙인 설정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작품이 결국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다. K오컬트 영화 '파묘'가 이순신 장군을 불러내고, '왕사남'이 단종앓이를 500년 만에 불러냈듯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쉬운 영화가 조만간 또 다른 1000만 영화를 배출해낼 것을 믿어봄직하다.
jyy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