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 "범용 인공지능(AGI) 폭발전야"
우융밍(吳泳銘) 알리바바(阿裏巴巴∙ALIBABA 9988.HK) 최고경영자(CEO)가 전 임직원에게 보낸 내부 서한의 첫 문장이다.
알리바바는 이 선언 후 48시간 안에 조직 개편과 전략 신제품 출시를 동시에 단행했다. 중국 최대 빅테크가 AI 사업에서 '탐색기'를 끝내고 본격적인 '전투 단계'에 돌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점점 더 치열해지는 빅테크 간의 경쟁 속에서 알리바바가 AI 제국 건설을 위해 던진 '승부의 수'를 분석해보고, 성공 가능성을 AI 도구를 통해 진단해 보고자 한다.
◆ 첫 번째 수 : ATH 사업군 설립, CEO가 직접 통솔
3월 16일 알리바바는 알리바바 토큰 허브(Alibaba Token Hub, ATH) 사업군 설립을 공식 발표했다. 핵심은 CEO 우융밍이 직접 총괄을 맡았다는 점이다. 알리바바 같은 규모의 기업에서 최고경영자가 특정 사업군을 직접 지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조직 내부에 "이것이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는 메시지를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 ATH 사업군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① 퉁이(通義)연구소 : AI 기초 모델 연구
② 서비스형 모델(MaaS) 사업라인 : 모델을 외부에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레이어
③ 첸원(千問∙Qwen∙큐원) 사업부 : 범용 AI 어시스턴트 제품 서비스 운영
④ 오공(悟空) 사업부 : 기업용 AI 에이전트 플랫폼 운영
⑤ AI 이노베이션 사업부 : 신규 AI 응용 발굴
ATH는 기존 알리클라우드 사업군, 전자상거래 사업군과 병렬하는 독립 사업군으로 격상됐다. 알리바바 AI 전략의 무게중심이 이동했음을 조직도로 증명한 것이다.
▶ ATH의 설계 철학 : 전력망으로 AI를 지배한다.
ATH의 구조를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전력망 비유다. 알리바바는 스스로 이렇게 설명한다.
① 퉁이연구소 = 발전소 : AI 모델이라는 전기(Token, 토큰)를 생산한다.
② MaaS = 송전망 : 생산된 전기를 기업 고객에게 전달한다.
③ 큐원과 오공 = 소비 기기 : 전기를 실제 업무에서 소비하며 가치를 만든다
이 비유가 단순한 마케팅 언어가 아닌 이유가 있다. 전력망은 한번 인프라가 깔리면 다른 회사의 전기로 교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알리바바는 ATH를 통해 AI를 단순한 SaaS 툴이 아니라 기업이 의존하게 되는 인프라 수준의 락인(lock-in) 자산으로 만들겠다는 장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수직 통합'에는 세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 토큰 경제 전 구간의 마진 확보. 기존에는 AI 모델 연구(퉁이연구소)와 클라우드 판매(알리클라우드)가 분리돼 토큰이 생산되는 순간부터 기업에 청구되는 순간까지의 가치 사슬이 끊겨 있었다. ATH는 이 전 과정을 하나의 사업군으로 통합해, 토큰 1개가 생성되는 순간부터 소비되는 순간까지 알리바바가 전 구간의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를 완성한다.
둘째, 경쟁자 진입 차단. AI 모델 레이어만 있으면 딥시크 같은 오픈소스 모델이 치환한다. 클라우드 레이어만 있으면 AWS 등을 더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다. 응용 레이어만 있으면 모델을 외부에서 조달하면 된다. 세 레이어 중 하나만 갖고 있으면 언제든 대체될 수 있지만, 셋을 하나로 묶으면 대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셋째, 데이터 플라이휠. 오공과 큐원이 기업 현장에서 데이터를 소비할수록 → 실제 업무 데이터가 MaaS를 통해 축적되고 → 퉁이연구소 모델이 그 데이터로 재훈련된다. 분리된 조직에서는 부서 간 장벽에 막혀 느려지는 이 피드백 루프가, 단일 사업군 안에서는 실시간으로 돌아간다.

◆ 두 번째 수: '오공' 출시, 기업용 AI 에이전트 전면전
ATH 설립 발표 하루 만인 3월 17일, 항저우에서 기업용 AI 네이티브 플랫폼 '오공(悟空)' 이 공개됐다. 이름은 서유기의 손오공에서 따왔다. '막힘없이 모든 것을 꿰뚫는다'는 뜻이다.
오공을 개발한 것은 알리바바 산하의 기업용 협업 툴 운영사 딩딩(釘釘∙Dingtalk) 팀이다. 딩딩은 현재 중국에서 2000만 개 이상의 기업 조직이 가입한 최대 B2B 협업 플랫폼이다. 오공은 이 2000만 고객 기반에 별도 설치나 API 연동 없이 즉시 내장돼 서비스가 제공된다.
▶ 핵심 기술: CLI 네이티브 아키텍처
오공의 기술적 차별점은 CLI(Command Line Interface) 기반 네이티브 설계다. 시중의 대부분 AI 에이전트는 그래픽 UI(버튼·메뉴·화면)를 모방해 간접적으로 동작한다. 오공은 딩딩의 1000여 가지 기능을 API 레벨에서 직접 호출한다. 더 빠르고, 오류 가능성이 낮으며, 기업의 권한 체계를 자동으로 이어받는다.
천항(陳航) 딩딩 CEO는 "기존 AI 에이전트는 '개인용 장난감'이다. 글씨 쓰고 자료 검색은 하지만, 실제 기업 환경에 투입하면 권한 관리 불가, 작업 추적 불가, 비용 산정 불가다. 오공은 처음부터 기업 환경을 위해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 스킬 생태계: 알리바바 전체를 연결하다
오공의 확장성은 알리바바 그룹 전체 생태계와의 연결에서 나온다. 출시 이후 다음 스킬들이 순차 탑재될 예정이다.
① 딩딩 스킬 : 회의록 자동 요약, 프로젝트 관리, 인사 업무 자동화
② 타오바오·티몰 스킬 : 상품 등록, 가격 비교, 판매 데이터 분석
③ 1688 스킬 : B2B 도매 소싱, 공급업체 탐색 자동화
④ 알리페이 스킬 : 결제·정산 자동화, 재무 보고서 자동 생성
⑤ 알리클라우드 스킬 : 서버 배포, 데이터 분석 파이프라인
서드파티 개발자도 스킬을 등록할 수 있어, 오공은 일종의 'AI 에이전트 앱스토어' 구조로 설계됐다.
▶ OPT : 1인 팀(One Person Team) 솔루션
오공이 내세우는 핵심 사용 시나리오는 혼자서 팀 수준의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다. 오공은 이를 위해 '10대 산업 OPT(One Person Team) 솔루션'을 동시 발표했다.
천항 CEO는 발표 현장에서 "딩딩이 지난 11년간 일하는 방식을 바꿨다면, 오공은 AI 시대의 새로운 일하는 방식 그 자체를 정의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 시장의 시선 : 수익화가 진짜 관건
알리바바는 향후 3년간 AI 인프라에 3800억 위안(약 82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 빅테크의 AI 투자 경쟁은 이미 시장의 우려를 낳고 있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수익 불확실성 우려로 항셍테크지수는 고점 대비 28% 급락하기도 했다.
결국 시장이 주목하는 핵심 질문은 하나다. 오공으로 대표되는 기업용 AI 에이전트 플랫폼이 실제 매출로 연결되는가. 즉 '토큰 공급망'의 수익화 성공 여부가 알리바바의, 나아가 중국 빅테크 AI 전략 전체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pxx1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