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고정비화에 산업계 초긴장
경제단체도 "경영 현실 외면" 유감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대법원이 삼성전자의 성과급 중 하나인 '목표 인센티브(TAI:Target Achievement Incentive)'를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보고 퇴직금 산정 시 반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산업계 전반에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결정으로 기업들은 인건비 급증과 보상 체계의 전면적인 개편 압박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게 됐다.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경우 경영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9일 법조계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전직 삼성전자 직원 15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TAI를 임금으로 보지 않았던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TAI가 지급 기준이 미리 정해진 근로의 대가라고 판단했지만, 경영 성과와 연동되는 초과이익성과급(OPI:Over Profit Incentive)은 기존처럼 임금에서 제외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향후 퇴직금 정산 시 TAI를 포함해야 하는 상황이며 현재 내부적으로 후속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이번 판결이 국내 기업 전반의 성과보상 구조를 흔들 수 있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긴장하고 있다. 성과급은 경영 실적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원칙인데, 퇴직금과 연동될 경우 사실상 고정 비용으로 굳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 근속자가 퇴직 전 대규모 성과급을 수령할 경우 기업이 적립해야 할 충당금 규모가 억 단위까지 늘어날 수 있어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성과급 비중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의 여파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성과급 규모가 큰 기업들을 중심으로 퇴직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성과급이 퇴직금 산정에 포함될 경우 역대급 성과급을 받은 시기에 맞춰 퇴직하는 것이 근로자 입장에서 훨씬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경우 다음달 인당 평균 1억4000만원 수준의 성과급 지급이 예상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향후 판결 결과에 따라 퇴직금 액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인력 유출 및 인건비 부담에 대한 우려가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사한 성과급 체계를 가진 다른 대기업들로 소송이 번질 가능성도 크다. 현재 주요 기업들을 상대로 유사한 취지의 소송이 계류 중인 상황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이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성과급 지급이 퇴직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고착화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보상 규모 자체를 축소하거나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국 국내 산업 전반의 인재 확보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단체들은 이번 판결이 기업 경영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동희 한국경영자총협회 근로기준정책팀장은 "목표인센티브 평가 항목인 전략과제 이행 정도, 재무성과 달성도 특히 매출 부분 등은 성과인센티브와 마찬가지로 근로자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간과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대법원의 경영성과급 평균임금성 판단기준에 관한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이번 판단기준에 따라 경영성과급의 평균임금성이 일부 인정돼 이에 퇴직금 증가 등 산업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경영성과급은 기업이 달성한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근로의욕 고취를 위해 재량적으로 분배하는 보상으로서 향후 임금성 판단 시 시장 상황과 대외 경제 여건 등 근로자가 통제할 수 없는 경영 변수에 따라 지급된다는 점이 좀 더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대기업 관련 성과급의 평균임금 포함을 요구하는 소송이 다수 진행 중이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