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올해 국내에서 출간된 책들의 제목에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단연 'AI(인공지능)'였다. 인공지능이 산업과 일상을 빠르게 바꾸는 가운데, 출판 시장 역시 이 흐름을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하며 AI 중심의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14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11월 28일까지 출간된 도서 가운데 제목에 'AI'가 포함된 책은 총 224종에 달했다. 이는 출간 도서들의 제목에서 단어를 추출한 뒤 '하드커버', '2025', '시리즈', '위한' 등 의미가 크지 않은 단어를 제외해 집계한 결과로, AI가 가장 많이 사용된 핵심 키워드로 나타났다.

AI 다음으로는 '수업'(190회), '과학'(176회), '수학'(174회), '길'(158회), '마음'(155회) 등이 제목에 자주 등장했다. 교육·과학 분야 키워드와 함께 AI가 상위권을 차지한 점은, 인공지능이 단순한 기술 주제를 넘어 학습과 사고, 삶의 방향성을 다루는 핵심 화두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올해 출판 시장에는 AI 활용법을 안내하는 실용서부터 각 산업과 직업군의 AI 트렌드를 전망한 책, AI의 윤리적·사회적 이면을 조명한 인문서까지 다양한 신간이 'AI'를 전면에 내세워 출간됐다. 개발자나 IT 종사자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 AI 서적은 일반 독자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제목에 AI가 직접적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AI를 핵심 주제로 다룬 도서 역시 눈에 띄게 늘었다. 교보문고가 이달 초 발표한 도서 판매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출간된 AI 관련 서적은 총 2040종으로, 지난해 1057종에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판매량 역시 전년 대비 68.5% 늘며, AI 도서 시장의 성장세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었다.
AI 서적 인기를 주도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AI 전문가 이선 몰릭이 집필한 듀얼 브레인이 꼽힌다. 이 책은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AI가 개인의 사고방식과 업무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쉽게 풀어내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기술서가 아닌 'AI 교양서'가 베스트셀러 최상단에 오른 점은 출판 시장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출판계에서는 특히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AI 서적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분석한다. 업무 자동화와 직업 환경 변화에 대한 불안감, 자녀 교육과 노후 대비에 대한 고민이 맞물리며 'AI를 모르면 뒤처진다'는 인식이 독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AI를 학습해야 할 대상이자 이해해야 할 교양으로 받아들이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다.
60대 여성은 뉴스핌을 통해 "요즘은 AI를 모르면 사회생활이 힘들다. 뭐든 AI로 통하는 것 같다"며 "AI를 배우기 위해 문화센터도 다니고 AI 서적도 찾아 읽는다"고 말했다. 이어 "AI를 사용하는 방법 뿐만 아니라 AI 관련 서적들도 읽는다"고 전했다.
AI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내년 트렌드를 예측한 다수의 도서들이 AI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하고 있다.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6을 비롯해, 2026년을 전망하는 주요 트렌드 서적 대부분이 AI를 사회·경제 전반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지목했다.
결국 2025년 출판 시장에서 AI는 일시적인 유행어가 아닌, 기획과 소비를 동시에 움직이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제목에서부터 내용, 독자층까지 AI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책 시장은 인공지능이 기술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언어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moonddo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