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한때는 韓보다 청년 실업률 심각…지금은 유로존 평균보다 3%↓
한국형 유스개런티 도입했지만…"정권과 무관하게 정책 동력 유지돼야"
입시 중심 교육, 4년제 대학 포화 등 고등교육 구조 개선 필요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황혜영 인턴기자 = 노동력의 주축인 20~30대 청년을 중심으로 '쉬었음' 인구가 늘면서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 방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 국가 중 실업률이 최저치에 가까운 독일의 '유스개런티(Youth Guarantee·청년취업보장제)'와 '투트랙' 직업 교육에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도입된 청년보장제는 명칭만 바뀌었을 뿐, 정권 교체 시기마다 동력이 들쑥날쑥했다. 때문에 정권과 무관한 정책의 연속성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직업 교육 역시 직업계고와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징병제라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사정, 인공지능(AI) 시대 도래에 둔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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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5월 유로존 실업률. [사진=김아랑 미술기자] |
◆ 독일, 한때는 韓보다 청년 실업 심각…실업률 한자릿수로 끌어내린 이원적 직업 교육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독일은 2003년만 해도 청년 실업률 10.2%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8.0%)보다 높았다. 그러나 하르츠 노동개혁을 계기로 2019년 4.9%까지 급락했다. EU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유로존 20개국 실업률은 6.4%로 역대 최저치였는데, 독일은 이보다 낮은 3.3%로 집계됐다.
독일의 실업률이 낮아진 데에는 일·학습 병행제인 '이원적 직업교육훈련'이 있다. 학교 교육과 기업 현장 실습이 결합된 직업 훈련 시스템이다. EU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청년보장제 역시 청년 고용의 기반이 되고 있다. 청년보장제는 청년이 학교를 떤 실업 상태가 된 시점으로부터 4개월 안에 교육과 노동 기관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받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1월부터는 고용노동부 차원에서 '한국형 유스개런티'를 도입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그냥 쉬는' 청년 40만 명(당시 기준)을 겨냥해 EU를 모델로 삼아 한국형 청년보장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청년 실업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배경에는 정권 교체 때마다 약화하는 정책 동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보장제를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청년 일자리 정책은 있었다. 그러나 레임덕, 정권 교체 등을 겪으며 정권과 무관하게 진행돼야 할 청년 정책도 동력을 잃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유스개런티에 준하는 제도를 표방하고 대통령실 산하 위원회 체계까지 갖췄지만 레임덕이 오면서 부처 간 협업이 약화되고 예산 확보 등 힘이 실리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정책은 선진국 수준이다. 그러나 실행 단계에서 관료적인 목표만 추구하고 전시 행정을 하는 경우가 잦아 현실적인 변화는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 있는 유스개런티라도 잘해야 한다. 청년이 정말 필요로 하는 의제를 확정해 실행할 수 있도록 예산 등 힘을 싣고, 당장 일자리와 연계되지 않더라도 심리 치유와 문화 지원 등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폭넓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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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대전 유성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KB굿잡 대전 일자리 페스티벌에서 구직자들이 취업컨설팅을 받고 있다. [사진=최지환 기자] |
◆ 직업계고엔 '경단남' 있다…"고등·평생교육 패러다임 전환해야"
우리나라에도 직업계고와 전문대학 등 직업교육기관이 이미 설치돼 있다. 그럼에도 독일의 직업교육을 여전히 바라만 보는 요인으로는 입시 중심 초·중등교육, 4년제 대학 포화와 평생교육의 소극적 참여도가 꼽힌다.
과한 입시 경쟁으로 진로 탐색이 부족한 상태에서 4년제 대학에 기계적으로 입학하면서 적성에 맞는 직무역량을 키우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성인도 진로와 적성을 모색할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학교를 졸업하면 학습을 멀리 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정우 한국교육개발원(KEDI) 연구위원은 "오늘날 청년들은 수능이라는 입시 중심 제도 아래 기계적으로 대학에 입학하게 되고, 대학은 노동시장이나 사회에 필요로 하는 인재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성적이 좋은 학생을 선발하는데 그 역할이 그친다"며 "청년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 경험 학습이 부족한 상태에서 성인이 되다 보니 취업부터 직장생활까지 어려움이 많아 '쉬었음' 청년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2023년 성인 진로개발역량 향상교육이 평생교육 범위에 법적으로 포함된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성인의 진로교육은 초중고 진로교육과는 차별화·연계화를 통해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부터 탐색하도록 진로교육의 패러다임을 생애 진로교육으로 실체적 전환을 이뤄야 한다"며 "성인 진로교육의 개념화 부족, 홍보가 잘 되지 않는 측면이 있는데 양질의 진로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적극 홍보해 성인들도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김병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사무총장 역시 "4년제 대학은 기본적으로 학문을 연마하는 곳으로 직무역량을 키우기 어려운데 학벌주의가 짙은 우리나라 특성상 졸업장을 따기 위해 기계적으로 4년제 대학에 입학한다"며 "장기적으로는 4년제 대학이 너무 많은 고등교육 구조, 학벌주의를 타파해야 하겠지만 당장은 현실을 고려해 4년제 대학생들도 대학 내에서 직무역량을 키울 수 있는 과정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김 사무총장은 직업교육 측면에서는 병역 의무 등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사정을 반영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직업계고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한 남성들은 학생이 아니라 입영 연기가 어렵다. 직장에서 군복무를 기다려준다는 보장도 없어 커리어 단절이 불가피하다. AI 시대로 접어든 만큼 AI로 대체불가한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과정을 보완할 필요도 있다.
그는 "최근 AI 기술 발달로 직업계고 출신이 할 수 있는 업무가 많이 대체되고 있다. 고교 3년 과정으로는 AI 시대가 요구하는 직업인으로 거듭나기 어렵다. 직업교육의 마지막 단계를 전문대까지 끌어올려 직업계고와 전문대학 연계과정을 적극 운영해야 한다"며 "직업계고 출신 남학생들이 봉착하는 '군 입대에 따른 경력 단절'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전문대 진학을 통해 군휴학-복학-졸업-취업 루트를 밟도록 해 노동시장 이탈을 예방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jane9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