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분양 지연·해외 원가 손실에 매출 둔화
'정비사업·플랜트'가 실적 버팀목
안전정책 강화·부동산 규제 불확실성, 내년 실적 변수로 부상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3분기 수익성을 회복하며 영업이익을 늘렸지만, 매출 부진의 그늘은 짙어졌다. 정비사업 중심의 구조 개편이 이익 방어에 힘을 실었으나 안전을 강조하는 장기적 정책 흐름상 새 돌파구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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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상장 건설사 2025년 3분기 실적 추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 현대·대우·GS·DL, 수익성 방어 속 매출 둔화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건설·DL이앤씨·GS건설·대우건설·HDC현대산업개발·삼성E&A 등 주요 상장사 6곳 중 5곳이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세를 보였으나 매출은 대부분 감소했다.
현대건설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837억원으로 전년(1143억원) 대비 60.7% 높지만, 매출은 7조4507억원으로 전년(8조2569억원)보다 9.8% 감소할 전망이다. 수익성 둔화의 주요 원인은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사우디아라비아 3개 현장과 폴란드 석유화학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손실이 꼽힌다. 실적 불확실성은 잔존하지만 내년 개선 측면에서의 가시성이 높은 상황이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윈은 "현대건설은 도급액 3조9000억원 규모의 반포1·2·4주구 재건축(디에이치 클래스트) 사업을 비롯헤 정비사업 위주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며 "CJ 가양동 부지 개발사업과 힐튼호텔 부지 개발사업 등 지분 투자형 프로젝트를 통해 수익성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623억원) 대비 69.5% 증가한 1056억원이다. 매출은 2조0718억원으로 전년(2조5478억원)보다 18.7%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건축·주택과 플랜트 부문에서의 분양 성과 개선과 나이지리아 LNG 등 고수익 현장 영향에 따라 안정적인 마진 유지가 가능했다는 평가다. 연간 누계 수주는 10조원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반기에 예정된 수주를 고려한다면 연간 목표치(14조2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 분양 물량은 8299가구, 누적 기준 1만4000가구로 연간 계획인 1만9000가구)의 76.0%를 달성했다"며 "해외는 모잠비크 LNG 재착공 및 신규 패키지 등 LNG 프로젝트 중심으로 추가 수
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GS건설의 영업이익 추정지는 1016억원으로 전년(818억원)보다 24.2% 증가했다. 매출은 3조0229억원으로 전년(3조1092억원)보다 2.8% 줄어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023년부터 분양 물량이 줄어들면서 주택 부문의 매출액 하락이 이어지고 있으나, 주요 현장의 매출 비중 증가와 실행 예산 반영 효과로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는 플랜트 부문이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신대현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GS건설은 수도권 내 도시정비 수주가 많은 만큼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행정절차 간소화 정책에 일부 수혜를 볼 수 있다"며 "자회사 자이가이스트가 철근 모듈러 주택 신기술 인정을 받은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DL이앤씨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199억원으로 전년 동기(833억원) 대비 43.9%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매출은 1조8645억원으로 전년(1조9189억원) 대비 2.8% 줄어들 전망이다. 자회사 DL건설의 매출 감소 영향으로 성장은 제한적이나 주택 부문 원가율 개선에 힘입은 결과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4분기 중으로 예상했던 약 260억원 규모의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관련 도급증액은 내년 초로 이연된 것으로 파악되나, 이를 제외하더라도 주택 부문 원가율은 80%대 중반 수준"이라며 "안정적 개선이 지속될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 안전·부동산 규제 강화, 내년 업계 불확실성 키운다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선방한 회사는 HDC현대산업개발 뿐이다. 3분기 영업이익 예측치는 992억원으로 전년 동기(475억원) 대비 108.8%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매출 예측치는 1조1080억원으로 전년(1조0886억원)보다 1.8% 높다. 주요 건설사 중 유일한 상승세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윈은 "올 4분기에 원가율이 높은 현장들이 다수 준공됨에 따라, 내년부터는 10% 초반의 이익률을 기록할 것"이람 "청주가경 7~8단지, 복정역세권, 씨티오씨엘, 천안 등에서의 착공이 예정돼 있어 최소 수준의 분양 물량은 유지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주택 사업 호조 속 플랜트와 화공 부문만 영위하는 삼성E&A는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714억원으로 전년(2039억원) 대비 15.9%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은 2조2758억원으로 전년(2조3170억원)보다 1.8%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예측이다.
도급액이 각각 35억 달러와 30억 달러인 카타르에너지 NGL트레인과 아랍에미리트(UAE) 솔트 프로젝트 EPC(설계·조달·공사)은 타국의 수주가 유력한 상황이지만, 미국과 사우디에서 4분기 중 수주 예정인 프로젝트가 있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정부의 안전관련 정책 확대와 부동산 수요 규제 불확실성이 향후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올 초 추락사고를 매년 10%씩 단계적 감축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건설사에 사고조사결과 제출을 철저히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등 건설 공사 참여 주체가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한 경우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매출액의 최대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1년 이하의 영업정지, 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건설안전특별법'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돼 있다.
지난 15일에는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을 대상으로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추가 지정하고 부동산 금융·세제·단속까지 총망라한 고강도 대책을 새로 내놨다. 최근 수도권 일부 지역 중심으로 주택가격과 거래량이 빠르게 증가하며 시장 불안이 확산되자, 선제적으로 수요를 억제하고 자금이 생산적 부문으로 흘러가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전 관련 법령 제정의 실효성을 확충하기 위해선 안전관리비용을 공사금액에 계상하는 조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건설사는 일반관리비 혹은 이윤에서 비용을 충당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또 다른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