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국왕, 멀랠리 런던 주교 선임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영국 성공회 역사상 처음으로 교회 내 최고 성직자인 캔터베리 대주교에 여성 사제가 임명됐다.
6세기 말 교황이 파견한 성 안드레아스 수도원장 아우구스티누스가 601년 캔터베리 대주교로 임명된 이후로도 처음이다.
성공회는 헨리 8세가 1534년 수장령을 선포해 로마 교황청에서 분리 독립하면서 설립됐다. 전 세계 성공회 신자는 약 8500만명이다. 성공회의 최고 수장은 영국 국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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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멀랠리 신임 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 [사진=로이터 뉴스핌] |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3일(현지 시간) 사라 멀랠리(63) 런던 주교를 신임 캔터베리 대주교에 임명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멀랠리 대주교는 106번째 캔터베리 대주교가 됐다.
멀랠리 대주교는 이날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연설을 통해 "그 동안 영국 국교회가 모든 형태의 권력 남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모든 사람을 위한 안전과 복지 문화를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1962년 영국 서리주 워킹에서 태어난 멀랠리 대주교는 간호사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1999년에는 잉글랜드 지역 최고간호책임자(CNO)에 올랐다.
만 16세가 되던 해 기독교 신자가 된 그는 1998~2001년 켄트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2002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지난 2018년부터 런던 주교로 재임해왔다.
멀랠리 대주교는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옹호하는 등 보수적인 성공회 사회에서 자유주의적 대의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이날도 "우리의 전통이 무엇이든 모든 사역이 번성하도록 돕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새 캔터베리 대주교는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보수적인 기독교인과 진보적인 기독교인 사이에서 교회 내 여성의 역할과 동성 커플 문제로 분열된 교회 공동체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임 저스틴 웰비 대주교는 아동 학대 은폐 스캔들로 지난해 11월 사임했다. 교회 관련 활동을 하던 변호사의 수십 년간 아동 성학대 의혹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웰비 대주교는 10년 전 여성도 대주교가 될 수 있다고 교칙을 변경해 멀랠리가 캔터베리 대주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웰비 대주교 사임 이후 조너선 에번스 전 영국 보안국(MI5) 국장이 위원장을 맡은 왕실추천위원회(CNC가 후보자를 검증한 끝에 멀랠리 주교를 찰스 3세에게 추천했다.
캔터베리 교구는 지난 6월에 발표한 성명에서 "다음 대주교는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정치적 문제에 대해 연설할 수 있는 최고의 성실성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영국 성공회 내에서 가장 골치 아픈 문제 중 하나인 동성 결혼과 관련, 지지자와 반대자 모두를 포용해야 한다고 했다.
멀랠리 대주교는 내년 1월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대주교 지위를 부여받은 뒤, 3월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