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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배임죄와 경영판단원칙의 딜레마, 명문화된 보호막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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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기업 경영진들이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혁신과 도전이 요구되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경영자들이 위축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배임죄에 대한 두려움이다. 정상적인 경영판단이 사후에 배임죄로 의율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기업의 역동성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배임죄의 한계

사진=김호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

우리나라는 형법상 일반 배임죄와 업무상배임죄, 상법상 특별배임죄, 그리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에 규정된 배임죄까지 중층적인 배임죄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유례없이 강력한 처벌 체계다. 미국과 영국은 주로 민사법적 규율에 의존하고, 독일과 일본도 형법상 배임죄만을 두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배임죄 구성요건의 모호성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배임·횡령죄의 무죄율은 평균 6.7%로 형법 전체범죄 평균 3.2%보다 2배 이상 높다. 이는 배임죄가 "최종 판결까지 가봐야 유죄 여부를 알 수 있는" 범죄라는 세간의 인식을 뒷받침한다.

특히 형법 제355조의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는 문언이 실제 침해 발생인지 위험 발생인지 불분명하고, 법원은 손해 위험만으로도 배임죄를 인정하는 위험범 해석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명확한 고의 없이도 미필적 고의만으로 배임죄를 인정하는 판례가 다수 축적되어 있다.

판례상 경영판단원칙의 한계

대법원은 이미 경영판단원칙을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기업의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내재하고 있어서 경영자가 아무런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에 기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분석한 지난 10년간(2011~2021) 대법원 판례를 보면, 경영판단원칙을 다룬 89건 중 인정한 사례는 34건(38.2%)에 불과하고 부인한 사례가 55건(61.8%)에 달했다. 특히 형사재판에서는 75%가 경영판단원칙을 인정받지 않아 유죄판결을 받았다.

또한, 판례에는 일관성이 부족하다. 경영판단원칙을 인정하는지 여부는 결국 해당 재판부의 해석에 따른 문제일뿐 어떤 사례에서는 경영판단원칙을 인용해 무죄를 선고하다가, 유사한 사안에서 회사 손해 위험을 이유로 배임죄를 인정하는 등 예측 불가능한 판단을 보이고 있다.

명문화의 필요성과 방향

현재 국회에는 경영판단원칙을 명문화하는 내용의 형법·상법·특경법 개정안 7건이 계류 중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경영판단원칙 명문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명문화 방안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제시되고 있다. 첫째, 형법 업무상배임 조항에 단서를 추가하여 재산상 이익 추구 없는 합리적 판단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둘째, 경영판단을 위법성 조각사유로 규정하는 방법이다. 셋째, 이해상충이 없고 충분한 정보에 바탕한 판단이라면 면책을 허용하는 내용을 직접 규정하는 방법이다.

어떤 입법 기술을 택하든, 핵심은 사익 추구 의도가 없고, 충분한 정보 수집과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친 경영판단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확히 하여야 기업 경영 행위가 범죄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다. 또한 기업에서는 배임죄 개정 이후 배임죄의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의사결정절차와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김호정 법무법인(유) 화우 파트너변호사
· 2019-현재 법무법인(유) 화우
· 2018-2019 법무법인(유) 대륙아주
· 2014-2018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검사
· 2014 제3회 변호사시험 합격
· 2011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2006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abc123@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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