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 상한선, 감정가 83%→90%로 조정
대물변제 물건도 포함하며 일부 요건 완화했지만
"완충 효과 vs 실효성 한계" 의견 분분 '여전'
시장선 체감 효과 상향 촉구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해소를 위해 매입 기준과 물량을 손봤다. 매입 규모를 확대하고 매입가 산정 기준도 손봤지만 시장 체감 효과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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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16일 경기 성남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남부지역본부에서 열린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매입 설명회'에서 김애경 LH 건설경기안정화지원단 차장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09.16 chulsoofriend@newspim.com |
◆ 매입가 상한선 높이고 대물변제 포함… '선별 매입' 약화로 기준 손질
16일 LH는 경기 성남시 LH 경기남부지역본부에서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매입 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29일 공고된 '2차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매입공고'와 관련해 건설사, 시행사, 금융기관 등 업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국토부는 올 2월 '지역 건설 경기 보완 방안'에서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3000가구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방 악성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지난 7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757가구로 전월 대비 341가구(1.3%) 늘었다. 이 중 지방 물량은 83.5%로, 대구가 3707가구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남(3468가구) 경북(3235가구) 부산(2567가구) 등 순이다.
지난달 '지방 건설투자 보강 방안'에선 올해와 내년 매입 물량 목표가 8000가구로 늘었다. 매입 가격 상한선도 LH가 정한 감정가액의 90%로 상향 조정된다. 올 4월 진행한 1차 매입 기준은 감정가액의 83%였다. 신청 결과 58건(3536가구) 중 실제 매입을 진행하기로 한 물량은 12건(733가구)에 그치면서 산정 가격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매입 대상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전 지역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다. 접수 후 현장실태조사를 거쳐 매입심의위원회에서 매입기준에 부합하는 주택을 감정평가 대상주택으로 선정한다. 임대 분양전환 가능성, 주택 품질, 단지규모·분양률·미분양 기간 등을 종합 평가해 우량 주택을 선별 매입한다.
시공사가 시행사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해 소유권이전등기를 통해 대물변제한 아파트도 매입 대상에 포함됐다. 당초에는 등기부등본에 소유권 이전 이력이 없는 매물만 매입 대상으로 인정했으나, 2차 매입부터 시공자 등기원인 대물변제는 소유권이전등기 이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서류상으로만 소유권 이전 이력이 있을 뿐 실질적으로 미분양 상태라는 업계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가 원하는 판매가격이 LH 산정가격보다 낮으면 매도희망가격으로 매입한다. 최대 매입 물량보다 신청 가구수가 많으면 감정가격 대비 매도희망가격이 낮은 순(할인율 높은 순)으로 매입절차를 진행한다. 분양률과 준공 후 미분양기간, 단지 규모에 따라 LH 산정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분양률 70% 이상이고 악성 미분양으로 남은 지 1년이 안 된 주택 중 500가구 이상 규모라면 조정률 4%p(포인트)가 반영돼 감정가액의 94%으로 LH 산정가격이 정해지는 식이다.
이렇게 매입한 주택은 분양전환형 임대를 통해 수요자에게 공급된다. 입주자는 시세 대비 90% 수준 보증금을 내고 6년간 전세로 거주하게 된다. 이후 분양을 선택하거나 원치 않는 경우 전세 계약을 2년 연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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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H, 지방 사업자 자금난 숨통 트일까… 현실성 논란은 '여전'
이날 설명회에서는 매입임대 대상 부동산 종류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주택법'상 근린생활시설과 LH의 기존 매입임대 유형으로 매입하는 도시형생활주택은 악성 미분양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향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고 후 분양전환될 주택이므로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도 매도할 수 없다. 신청 결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매입 대상은 올해 안으로 확정될 전망이다. 다음 달 현장 실태조사, 12월 매입심의위원회와 감정평가를 진행한다.
자금이 부족한 사업자 요청이 많아짐에 따라 매입계약 체결과 하자점검 시점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애경 LH 건설경기안정화지원단 차장은 "매입계약은 하자점검을 거쳐 보수가 완료된 후에 체결하는 것이 원칙이나, 연말 대금 지급을 가능케 하고자 계약을 먼저 체결하고 보수에 따른 비용을 별도로 청구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예산 집행 시기도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올해(3000가구)와 내년(5000가구) 간 예산 집행 시간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8000가구를 매입 대상으로 선정한 뒤 중대하자 등 매입기준에 부적합한 사항이 발견되면 계약을 이미 체결했더라도 해제할 수 있다. 이 때 8000가구 안에 선정되지 못해 탈락한 주택이 포기 물량 자리를 자동으로 채우진 않는다. 적격 여부 판단이 이미 끝난 시점이기에 불가하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이번 수정 공고가 미분양 문제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시장이 체감할 만큼 매입 상한선이 큰 폭으로 상승하진 않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2008년 전국 악성 미분양이 16만가구를 넘어갔던 2008년 LH가 발표한 매입 대책에는 매입 상한선이 분양가의 30~40%로 정해져 있었다.
성대규 LH 부동산금융사업처장은 "민간이 추진하다 실패한 사업에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사업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경계하며 일정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주택 공급은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의 관점도 있지만, 공공이 민간의 실패를 떠안는 구조가 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상한선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LH 미분양 매입이 시장 안정화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순 있겠지만, 이른바 '해결사'가 되긴 어렵다는 의견이 고개를 든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이 민간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사업여건이 악화된 가급적 우량 사업장에 집중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매입임대 확대만으로 지방 미분양 문제가 해결된다고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장은 "준공 후 미분양을 매입하는 동안 미분양이 더 많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며 "이미 시장 수요자의 외면을 받은 주택인 만큼 미분양 해결은 못하고 수도권 신축매입임대만 줄이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