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비조합원에 경영진도 참여 '비대위' 요구
원측 미온적 태도, 이찬진 원장 간담회도 미정
조직 사활 걸고 대대적 반대, 조직개편 재검토 요구
최근 3년간 200명 이상 이탈, 전문직 집단퇴사 우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금융감독원 조직개편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금감원 직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을 요구하는 등 조직개편 재검토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당사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노가 거세지만 이찬진 원장은 여전히 노조 면담 및 직원 간담회 등에 나서지 않고 있다. 전체 직원 중 절반에 육박하는 전문직을 필두로 한 대규모 퇴사 가능성까지 있어 조속한 수습이 없이는 정상 운영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10일 금감원 노조는 "이재명 정부의 일방적인 조직개편에 대응하기 위한 비대위 구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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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류기찬 기자 = 금감원 노조 조합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 로비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반대하는 손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2025.09.09 ryuchan0925@newspim.com |
정보석 금감원 노조위원장 직무대행은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는 정책적 실효성도 낮고 조직에 혼란만 키울 것이라는 의견을 계속 전달했지만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며 "조직개편 재검토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직원(비조합원) 뿐 아니라 부원장 및 부원장보 등 금감원 경영진까지 모두 비대위에 참여해줄 것으로 원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는 노조투쟁을 넘어 일방적인 조직개편의 부당함과 기능적 부작용 등을 정부에 전달하고 재논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노사를 아우르는 단일화된 창구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원측은 아직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경영진 역시 "비대위 참여를 공식적으로 요청받은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원장 또한 노조의 공식 면담에 아직 응하지 않고 있으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 등의 일정도 여전히 미정인 상태다. 이에 직원들은 취임 일성으로 소통을 강조한 이 원장이 정작 조직개편으로 내부 혼란이 극대화되자 대화를 피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대위 구성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 원장을 비롯한 상당수 경영진이 이번 조직개편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금소원 분리 재검토 및 공공기관 재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것과는 온도차가 크다.
금감원 직원들은 지난 9일 상복을 연상시키는 검은 복장을 하고 여의도 본원 로비에서 집단 시위를 하는 등 유례없이 강경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조직개편이 단행될 경우 대규모 인력이탈이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9년 32명 수준이었던 금감원 퇴사자 규모는 2021년 62명으로 두배 가까지 급증한데 이어 2022년 70명, 2023년 74명, 2024년 71명 등 최근 3년에는 210명을 넘어섰다. 올해도 4월까지 퇴사 후 취업심사를 받은 사례만 22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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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관련 全금융권 간담회에 참석하는 가운데 금감원 노조원들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반대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5.09.09 yooksa@newspim.com |
이는 금융시장 다변화로 업무강도는 크게 늘었지만 인력충원 및 임금인상 등은 미흡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금감원 직원들의 시간외 근무는 2022년 21만3200시간에서 2024년 28만8000시간으로 35% 늘었지만 같은 기간 평균 연봉은 1억1000만원 수준으로 1억800만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처럼 처우개선 문제로 이미 인력이탈이 심화되고 있던 상황에서 일방적인 조직개편의 파장까지 더해지면 직원들이 대거 퇴사하는 '엑소더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감원의 경우 지난해말 기준 2172명의 직원 가운데 공인회계사 468명(21.5%), 변호사 232명(10.6%), 박사 52명(2.3%), 보험계리사 47명(2.1%) 등 상대적으로 이직이 수월하고 자유로운 전문직 비중이 40%에 육박한다.
이들을 중심으로 퇴사가 이어질 경우 취업심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4급 이사 직원들의 동반 이탈도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금감원은 이 원장이 조직개편 발표 직후 내부 메일을 통해 "직원들의 걱정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내부 반발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금융 전문성이 없이 깜짝 발탁된 이 원장이 대통령 측근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조직개편에 동의하고 내려온 것 아니냐는 날선 비판도 적지 않다.
정 위원장 직무대행은 "비대위 구성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내용은 없다. 이번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과 경영진 모두 힘을 합치자는 취지"라며 "어려움이 많지만 조직개편이 다시 검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