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GM, '2028 美 생산 목표' 신차 공동 개발 발표
'10년 국내 운영' 약속 종료 시점 2028년과 맞물려
미국 관세율 15% 확정...미국 비중 '90%' 한국GM 치명타
국내 유휴 자산 매각 공식화...노조 반발에 노란봉투법까지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되고 '자동차 동맹'을 맺은 현대자동차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신차 5종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한 이후 국내 완성차 업계에 '한국GM 철수설'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 품목관세율이 15%로 확정되며 대미 수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한국GM의 타격이 크다는 점과 본사인 GM과 현대차의 직접 협업, 노동 이슈 등이 근거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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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한국사업장 창원공장 임직원들과 미팅을 진행 중인 헥터 비자레알(Hector Villarreal) 사장 [사진=GM 한국사업장] |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7일 GM과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모두 탑재할 수 있는 중남미 시장용 중형 픽업, 소형 픽업, 소형 승용, 소형 SUV 4종, 북미 시장용 전기 상용 밴 등 총 5종의 차세대 차량을 공동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와 GM은 지난해 9월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자동차 동맹'을 체결한 관계다. 양사는 2028년 출시를 목표로 중남미 시장용 신차를 위한 디자인 및 엔지니어링 관련 협업을 진행 중에 있으며 이르면 2028년부터 미국 현지에서 전기 상용 밴을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차와 GM의 협력 일정이 구체화되며 불똥이 한국GM으로 튀었다. 양사가 미국 현지에서 공동 개발에 나서겠다는 방침에서다.
한국GM 철수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을 때부터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다만 철수설에 대해 한국GM 최고경영진은 일관된 목소리로 이를 부인해 왔다.
구스타보 콜로시 한국GM 영업·서비스·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지난 4월 '더 뉴 에스컬레이드' 출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측성 루머(철수설)에 대응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새로운 제품 라인업을 출시하고, 이미 수립한 한국에서의 전략을 지속적으로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GM 사측은 노조에 트레일블레이저와 뷰익 앙코르 GX, 엔비스타 등 2만1000대 생산 물량을 부평공장에 추가로 배정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 관세 확정과 현대차-GM의 공동 생산 발표 후 잠잠했던 한국GM 철수설이 다시 불거졌다. 이번 철수설도 주변 상황에 의한 '정황 증거'들이 주로 근거로 제시되고 있지만 합리적 의심을 불러 일으키는 실체적인 것도 일부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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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제너럴모터스(GM) 본사에 있는 전광판과 미국 국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철수설의 근거 중 가장 강하게 거론되는 것은 사업성 측면이다. 한국GM은 한국에서 생산한 물량의 90% 안팎을 미국으로 수출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비중이 높긴 하지만 국내 및 신시장 입지도 탄탄한 현대차·기아와 달리 한국GM에 부과될 15% 관세는 부담이 만만찮다는 평가다. 지금까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무관세였기 때문에 미국 수출 물량에 대한 비용이 15%가 증가한 상황에서 국내에서의 입지는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 2023년 3만8755대였던 국내 판매량은 지난해 2만4824대로 약 36% 감소했고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8121대로 2024년 상반기 대비 약 40% 줄었다.
또 다른 근거는 노조 관련 이슈다. GM 한국사업장이 지난 5월 말 전 직원에 "급변하는 산업 및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 관련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시작할 예정임을 알려드린다"며 공지한 '비즈니스 업데이트' 내용이 기폭제가 됐다.
GM 한국사업장은 공지에서 "전국의 9개 GM 직영 서비스센터를 순차적으로 매각하고 386개 협력 정비센터를 통해 고객 지원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예정"이라며 "이번 조치 후에도 직영 서비스 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고용은 보장된다"고 알렸다.
이어 "GM 한국사업장 부평공장의 유휴 자산 및 활용도가 낮은 시설과 토지 매각에 대해서도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할 예정"이라며 "이번 조치는 이미 계획된 생산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헥터 비자레알 GM 아태지역 및 한국사업장 사장은 "유휴 자산의 가치 극대화와 적자 서비스센터 운영의 합리화가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하다"며 "현재 차량 생산 프로그램은 아직 수년이 남아 있으며, 이번 조치는 회사의 비즈니스 효율성 확보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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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와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진은 실판 아민(Shilpan Amin) GM 수석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 마크 로이스(Mark Reuss) GM 사장, 메리 바라(Mary Barra) GM 회장 겸 CEO,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
GM 한국사업장의 국내 자산 매각 계획이 '철수설'에 다시 불을 지피며 노조는 반발했다. 한국GM 직영 서비스센터 직원들은 최근 '고객님께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직영사업소가 사라진다면 전문성과 품질을 갖춘 정비 서비스의 일관성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매각 반대 입장을 밝히며 고객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여기에 한국GM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한국GM 노조는 이미 부분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입법을 예고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역시 GM 입장에서는 한국GM 유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다. 이번 개정안에는 일부 경영활동까지 쟁의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업장 이전, 생산 물량 및 품목 조정, 주요 자산 매각 등까지 쟁의 대상이 될 수 있어 GM 및 한국GM 사측 입장에서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이밖에 현대차-GM이 발표한 북미 시장용 신차 생산 시점이 2028년이라는 점도 철수설과 맞물려 거론된다.
한국GM은 지난 2018년 부진한 실적에 군산 공장을 폐쇄했다. 이에 정부가 지역경제 붕괴를 이유로 산업은행을 통해 약 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한국GM은 최소 10년 동안 한국 내 생산기지를 철수하지 않고 운영하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10년의 약속'이 종료되는 시점이 2028년이라는 점에서 철수설에 대한 의구심이 더 커진 것이다.
다만 GM 최고 경영진도 한국GM 철수설은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최근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관세 영향으로 한국GM 공장에 변화가 있을지 여부'에 대해 "한국GM은 오랫동안 매우 효율적이고 좋은 품질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고 답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