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현실이 된 날…사실 명예의 전당이 목표는 아니었다"
"3000안타와 262안타, 기자들도 인정했죠…한 명 빼고"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더 이상 수식어가 필요없는 스즈키 이치로(51·일본). 그에게서 인생을 배울 소중한 자리가 마련됐다.
이치로는 2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서 열린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위트와 감동을 넘나드는 연설로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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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스타운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스즈키 이치로가 28일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위트와 감동이 넘치는 연설을 하고 있다. 2025.07.28 zangpabo@newspim.com |
영광스러운 헌액 자리였지만, 유쾌한 복수도 잊지 않았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에서 전체 394표 중 393표(득표율 99.7%)를 받은 이치로는 "3000안타도, 262안타도 기자들이 인정한 기록이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라며 "그 기자에 대한 저녁 초대는 이제 기한이 만료됐다"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앞서 그는 "표를 주지 않은 기자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며 커밍아웃을 요청했으나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이치로는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명예의 전당이 뭔지도 몰랐다"며 "2001년 쿠퍼스타운을 방문했을 땐 이곳에 설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오늘은 꿈이 현실이 된 날"이라고 감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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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스타운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스즈키 이치로가 28일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7.28 zangpabo@newspim.com |
시애틀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였던 2001년 이치로는 아메리칸리그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휩쓸며 미국 야구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뉴욕 양키스와 마이애미에서 활약한 그는 통산 타율 0.311에 3089안타, 117홈런, 780타점, 509도루의 화려한 성적을 남겼다.
2004년엔 한 시즌 최다인 262안타를 때려내는 대기록을 세웠고, 10년 연속 200안타와 10년 연속 골드글러브라는 불멸의 기록도 함께 쌓아 올렸다. 일본프로야구(NPB) 시절 기록한 1278안타를 포함하면, 통산 4367안타로 메이저리그 최다 안타 보유자 피트 로즈(4256개)를 넘어선다.
이치로는 "야구는 그저 치고 던지고 뛰는 스포츠가 아니다. 내 삶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만들어준 철학이었다"며 "45세까지 뛰면서도 팬 앞에선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유쾌한 클로징도 놓치지 않았다. 이치로는 "2015년 마이애미에서 연락이 왔을 땐 그런 팀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특유의 '이치로식 농담'으로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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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스타운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28일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포즈를 취한 빌리 와그너, 스즈키 이치로, CC 사바시아(왼쪽부터). 와그너와 이치로의 키는 180cm로 같다. 2025.07.28 zangpabo@newspim.com |
좌완 투수 CC 사바시아와 마무리 투수 빌리 와그너도 이날 명예의 전당에 함께 헌액됐다. 사바시아는 첫 해 투표에서 342표(86.8%)를, 마지막 도전에 나선 와그너는 325표(82.5%)를 얻어 기준선인 75%를 넘겼다.
사바시아는 "나는 마지막 흑인 20승 투수나 마지막 흑인 헌액자가 되고 싶지 않다"라며, 흑인 선수들이 사라져가는 메이저리그 현실을 아쉬워했다.
와그너는 "키도 작고 주위의 기대도 없었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며 "이제 명예의 전당에 8번째 마무리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고 감격을 전했다.
zangpab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