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긴 줄 알아"…펀치 적중 수에선 뒤졌으나 강타 비율에선 앞서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필리핀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46)가 4년 만에 링에 돌아와 나이를 잊게 하는 기량을 선보였다.
파키아오는 20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 웰터급(66.68㎏) 타이틀전에서 현역 챔피언 마리오 바리오스(30·미국)와 치열한 접전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다.

채점 심판 세 명 중 한 명은 바리오스를 115-113으로 앞섰다고 판정했으나, 나머지 두 명은 각각 114-114 동점을 줘 다수 판정 무승부가 선언됐다. 이로써 파키아오는 프로 통산 전적 62승(39KO) 3무 8패가 됐고, 바리오스는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며 29승(18KO) 2무 2패가 됐다.
파키아오는 경기 내내 자신보다 16세나 젊은 챔피언에게 팽팽히 맞섰다. 초반 바리오스의 공세에 밀리는 듯했으나, 중반 이후부터 오른손 스트레이트 등을 앞세워 경기 흐름을 바꿨다. 컴퓨복스 펀치 통계에서 파키아오는 펀치 적중 수(101-120)에선 뒤졌지만, 강타 비율에선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파키아오는 "내가 이긴 줄 알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신이 허락한다면 계속 경기를 할 것"이라며 향후 활동 의지를 밝혔다. 바리오스도 "파키아오와 링에서 만난 것은 영광이다. 그의 체력과 실력은 여전히 엄청나다"라며 존경심을 표했다.
파키아오는 2021년 요르데니즈 우가즈에게 판정패하며 은퇴를 선언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4년 만에 복귀한 그는 이번 경기를 통해 과거 8체급 석권이라는 대기록 소유자답게 건재함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두 선수는 모두 재대결 의사를 내비쳐 팬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파키아오는 복싱 외에도 필리핀 정치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그는 하원 의원에 이어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상원 의원직도 수행했으며 2022년에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유소년 스포츠 발전에도 힘써왔다. 필리핀 유소년 농구 리그 설립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다.
링 위에서 과거의 영광만큼이나 치열하게 싸운 파키아오의 모습은 스포츠 팬들에게 감동만 안겨준 것이 아니라 '노장'이라는 편견을 깨트린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zangpab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