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경제 경제일반

속보

더보기

[경제 첫걸음] ④ "오만원은 주황색! 장애인도 물건 살 수 있어요"(르포)

기사입력 : 2025년06월09일 06:00

최종수정 : 2025년06월09일 06:00

대전 열매주간보호센터…3년째 경제교육 프로그램 운영
경제교육 교재·교구 기재부 경제교육센터 예산으로 지원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결제가 일상이 된 시대. 하지만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세대도 있다. 초중고 학생들의 경제 이해력은 해마다 낮아지고, 노인과 장애인은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뉴스핌>은 경제 취약계층의 현실을 짚어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한다.

[글싣는 순서] 경제 첫걸음

1. AI·디지털 시대인데…韓 경제 이해력은 '뒷걸음질'
2. "카푸어는 안돼요"…자립준비청년들의 야간학당
3. "저는 하루살이파래요"…나래초의 엉뚱한 경제수업
4. "오만원은 주황색! 장애인도 물건 살 수 있어요"
5. 경제 취약계층 격차 더 벌어져…정부, 경제교육 확대

[대전=뉴스핌] 이정아 기자 =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달 14일. 8명의 장애인이 대전 열매주간보호센터로 삼삼오오 모였다. 각기 다른 장애를 가진 이들이었지만, 이날 진행되는 경제 교육에 큰 기대를 품고 있었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 수업은 육소영 대전세종경제교육센터 강사의 친근한 인사와 함께 시작됐다. "여러분, 오늘은 우리가 매일 쓰는 돈에 대해 배워볼 거예요." 육소영 강사는 손에 쥔 여러 동전과 지폐를 꺼내 하나씩 소개하며 화폐가 그려진 교재를 건넸다.

"이건 10원 동전이에요. 앞에는 이삭 모양이 있고, 뒷면에는 숫자 10이 쓰여 있죠. 이것은 50원, 100원, 그리고 가장 큰 동전은 500원이에요."

[대전=뉴스핌] 이정아 기자 = 지난달 14일 대전 열매주간보호센터에서 장애인 대상 경제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2025.06.06 plum@newspim.com

수강생들은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교재 속 동전 그림을 따라 색연필로 조심스레 동그라미를 그렸다. 손이 조금 떨리기도 했지만, 집중하며 색칠을 이어갔다. 강사는 동전마다 특징과 색깔, 숫자를 반복해서 설명하며 학생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왔다.

"1000원은 파란색, 5000원은 갈색, 만원은 초록색, 그리고 오만원은 제일 높은 곳에 있어요." 학생들은 강사의 설명에 따라 색칠하면서 각 화폐의 색을 익혔다. 한 학생은 "오만원은 주황색"이라며 색연필을 들고 수업을 따라갔다. 교재는 실제 화폐 그림과 함께 장애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큰 글씨와 선명한 색상이 사용됐다.

"10원이 다섯 개면 얼마일까요?" 육소영 강사가 질문하자 학생들은 곧바로 "50원!"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10원이 열 개면?"이라는 질문에는 "100원"이라 답했다. "50원 두 개는 얼마죠?"라는 질문에는 다시 "100원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익숙하지 않은 화폐 단위였지만, 학생들은 반복되는 질문과 대답 속에서 조금씩 자신감을 얻었다.

복잡한 계산도 이어졌다. "1000원과 100원이 함께 있으면 얼마일까요?" "5000원과 100원이 함께 있으면 얼마일까요?" 질문을 받은 한 학생은 머뭇거렸지만, 주변 친구들의 격려에 힘입어 정답을 맞혔다.

실습 시간도 주어졌다. 학생들은 제시된 금액만큼 육소영 강사에게 돈을 건네는 방식이다. 1100원이라는 숫자가 나오자 학생들은 동전과 지폐를 하나씩 꺼내 손으로 만지며 직접 금액을 맞춰봤다.

1100원이라는 숫자는 어느덧 2300원, 4300원, 3700원까지 변해갔다. 다양한 금액을 읽고 계산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웃음소리도 들렸고, 간혹 실수가 있으면 강사가 다정하게 바로 잡으며 올바른 계산이 될 수 있도록 이끌었다.

[대전=뉴스핌] 이정아 기자 = 지난달 14일 대전 열매주간보호센터에서 장애인 대상 경제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2025.06.06 plum@newspim.com

"지폐와 동전이 섞여 있으면 지폐부터, 큰 단위부터 읽어야 해요." 육소영 강사는 수업을 끝내기 전 중요한 원칙을 강조했다. 학생들은 오늘 배운 내용을 교재에 정리해 제출했고, 수업 만족도와 의견을 묻는 설문지를 작성했다.

이날 수업은 기획재정부 예산 지원으로 개발된 맞춤형 교재와 스티커, 색연필을 활용해 진행됐다. 육소영 강사는 "장애 유형과 수준이 다양해 이해 속도 차이가 크지만, 반복 학습과 시각적인 교재가 효과를 낸다"며 "꾸준한 참여가 성장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수업에 참여한 한 학생은 "돈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동전도 찾고 계산하는 게 재밌어요"라고 웃었고, 다른 학생도 "수업 덕분에 시장에서 직접 물건을 사볼 자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장애인 돌봄센터인 대전 열매주간보호센터는 이런 경제 교육을 3년째 진행하고 있다. 단순한 이론 전달이 아닌 실생활과 연결된 체험형 교육을 통해 장애인들이 경제 개념을 몸으로 익히고, 자신감을 키워가도록 돕는다.

열매주간보호센터 원장은 "대전세종경제교육센터을 통해 3년 동안 무료로 경제교육을 받고 있다"며 "이번 수업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시장에 가서 직접 물건도 사보고, 키오스크를 직접 해보는 교육도 하고 있어 장애인의 경제 개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강조했다.

[대전=뉴스핌] 이정아 기자 = 지난달 14일 대전 열매주간보호센터에서 장애인 대상 경제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2025.06.06 plum@newspim.com

plum@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외교부 1차관 인사 충격파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국장급에서 일약 차관으로 직행한 박윤주 외교부 1차관 임명에 외교부가 술렁이고 있다. 외교부 조직과 인사를 총괄하는 책임자인 1차관에 현재 실장급(1급)보다 후배 기수인 박 차관을 전격 기용한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 중이다. 이번 인사는 파격을 넘어 충격에 가깝다. 박 차관은 전임 김홍균 1차관보다 외무고시 기수로 11기 아래이며 나이도 9살이나 어리다. 박 차관이 미국 관련 업무를 오래했다고는 하나 본부 주요 국장도 거치지 않았고 공관장도 특명전권대사가 아닌 총영사를 지냈다. 기수나 나이, 경력 모든 면에서 전례가 없는 인사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박윤주 신임 외교부 1차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 첫 출근을 하고 있다. 2025.06.11 gdlee@newspim.com 퇴직한 외교관 출신의 한 인사는 "차관이 실장보다 후배였던 경우는 외교부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면서 "이 정도 인사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보성 출신인 박 차관은 민주당 정부에서 요직을 거쳤다. 노무현 정부 출범 때 정권인수위원회를 거쳐 이종석 당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밑에서 일했다. '자주파·동맹파 파동'으로 외교부 북미국장에서 물러난 위성락 현 국가안보실장도 당시 NSC에서 함께 일했으며, 위 실장이 주미 대사관 정무공사일 때도 워싱턴 공관에서 함께 근무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북미국 심의관과 인사기획관을 거쳐 애틀랜타 총영사로 임명됐지만, 1년여 만에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교체됐다. 외교부가 술렁이는 이유는 단순히 의외의 인물이 발탁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박 차관 임명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전례없는 파격 인사로 조직에 충격을 가하고 강도 높은 조직 개편과 체질 개선을 추진하기 위한 인사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민주당 정부가 집권했을 때마다 개혁의 대상이었으며, 실제로 외교부를 '손보려는' 시도도 자주 있었다. 노무현 정부때는 중앙인사위원회·행정자치부 출신의 차관을 임명해 조직 개편을 시도했고, 문재인 정부 때는 주미 대사관의 한·미 정상통화 유출사건을 계기로 외교부 내 '친미 라인'을 제거하기 위해 과도한 징계를 가해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외교부의 한 중견 간부는 "이번 차관 인사가 태풍의 전조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외교부 내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박 차관 임명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신선한 충격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opento@newspim.com 2025-06-11 16:23
사진
[이재명의 사람들]김현지 총무비서관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주일이 지난 가운데 비서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급 인선도 추가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재명 대통령 인선의 핵심은 '실용'이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해야 하는 정부인 만큼 기존에 손발을 맞춰온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성남·경기라인 인물들은 정부 요직에 내정됐다. 대표적인 인물이 총무비서관으로 내정된 김현지 전 보좌관이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 전 보좌관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때 시민운동을 하면서 인연이 닿았다. 대학 졸업 직후인 1998년 당시 변호사이던 이 대통령이 설립을 주도한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으며 이곳에서 집행위원장, 사무국장 등을 거쳤다. 이 대통령이 정치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던 성남시립병원 설립 운동도 함께했다. 성남시립병원추진위원회에서 사무국장을 역임한 것. 이후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에도 시민운동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2011년 성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환경·도시 전문가 등이 주축이 된 민관 협력 기구 '성남의제21'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이 대통령이 2018년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후에야 도청 비서관직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이 대통령을 보좌하기 시작했다. 김 전 보좌관은 '그림자 보좌'로 유명하다. 본인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성향이다. 시민운동가로 활동할 때는 지역 언론 인터뷰에도 응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이 대통령이 국회에 입성한 이후에는 언론 노출을 지양해왔다. 또한 김 전 보좌관은 이 대통령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김 전 보좌관은 리스크 관리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은 사전에 차단하려고 하고 조심성이 강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각각 대장동 사건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사법리스크에 휘말리면서 당직을 내려놓은 영향도 있다. 김 전 보좌관이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의 자리를 대체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김 전 보좌관이 맡게 될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 예산을 총괄하는 직책으로 공무원 직제상 1급에 해당한다. 특히 대통령실 2급 이하 행정관 등 실무진 인사에 관여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수석급 인선에는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강유정 대변인 등 비교적 친명(친이재명) 색채가 옅은 통합형 인재를 등용하는 한편 실무라인에는 김 전 보좌관처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복심'들을 배치하고 있다. 대통령실 1부속실장에 내정된 김남준 전 당대표 정무부실장, 의전비서관의 권혁기 당대표 정무기획실장, 인사비서관의 김용채 전 보좌관 등이 대표적이다. 원외에서 이 후보를 후방지원한 더민주전국혁신회의 핵심인물들도 이재명 정부에서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윤용조 혁신회의 집행위원장은 대통령 국가안보실 비서관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강위원 혁신회의 상임고문은 전남 경제부지사에 내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 정부와 더 긴밀히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heyjin@newspim.com 2025-06-11 17: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