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견제 호소했지만 관세 정책에 아세안 불만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1일 폐막했다.
미국은 중국의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 아세안(ASEAN) 국가들과의 안보 협력을 강조했지만,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불신이 협력 분위기에 그늘을 드리웠다고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적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5월 31일 회의 연설에서 제2기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안보 전략을 공식적으로 처음 설명하며 "중국의 침략을 막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며 동남아 국가들과의 결속을 호소했다.
해양 진출을 가속화하는 중국을 경계하는 지역 국가들은 미국의 지속적인 개입을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다.
필리핀의 길버트 테오도로 국방장관은 "미국이 아세안에 깊이 관여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평가했고, 말레이시아의 모하메드 칼레드 국방장관 역시 미국의 국방비 증액 요구에 "각국이 스스로의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며 수용 의사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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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하는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러나 동남아 각국과의 전략적 연대에는 미국의 무역 정책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트남(46%), 캄보디아(49%) 등에 고율의 관세를 예고해 왔으며, 회의 현장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가 집중됐다.
말레이시아 측의 한 참가자는 "안보와 경제는 불가분의 관계다. 트럼프 관세와 아시아 협력은 어떻게 양립 가능한가"라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에 대해 "나는 전차 사업을 맡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일방적 조치와 그에 대한 중국의 보복 관세, 그리고 전 세계의 분열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며 미국의 무역 정책을 에둘러 비판했다. 판 반 지앙 베트남 국방장관도 "패권주의와 배타적 민족주의가 확산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경제적 이해와 안보 협력이 맞물리는 복잡한 구조 속에서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에 전적인 신뢰를 보내지 못하는 형국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은 안보 면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필요로 하지만, 미국이 자국 기업에 고통을 주는 관세를 유지할 경우 진정한 파트너십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싱가포르의 찬춘싱 국방장관은 "경제와 안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양면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유럽은 아시아에 또 하나의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5월 30일 회의에서 유럽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기조연설을 진행하며 "미국도 중국도 아닌 제3의 파트너로서 유럽이 있다"며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은 세계 질서를 해치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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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유럽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기조연설을 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