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박원순 성폭력 피해자 신원 정보 게시한 혐의
"업무상 알게된 정보로 피해자 비방"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철승 변호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엄기표)는 28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비밀준수,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정 변호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에 성실히 출석한 점, 항소심에서 유죄 부분을 다툴 여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법정에서 구속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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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로고. [사진=뉴스핌DB] |
재판부는 "피고인은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피해자 이름을 특정 가명으로 지칭했는데 해당 가명은 준강간 사건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피해자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된 가명이며 게시글에 피해자의 임용 시기, 서울시장 비서실 근무 시기 등을 기재해 피해자가 특정됐다고 보인다"라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또 정 변호사가 박 전 시장의 유족이 제기한 행정소송을 대리하며 입수한 결정문을 통해 피해자의 정보를 게시했고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준강간 사건 피해자이기도 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개인정보와 인사정보를 업무상 알게 된 점을 기화로 피해자 동의를 받지 않고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누설했다"며 "범행 동기와 내용, 파급력 등에 비춰 죄질과 범정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적인물이던 고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시정하겠다는 미명 아래 특정인의 사생활과 비밀을 침해하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표현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피고인은 법률전문가로 그러한 표현의 한계를 더 잘 알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전파가능성이 큰 SNS를 통해 변호사 신분이던 피고인이 직접 게시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며 "피해자는 자신의 명예권,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해 현재까지도 심한 정신적 피해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은 사태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정당행위였다고 주장했다"며 "피해자에게 사죄하거나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수사와 재판 동안 피해자 측을 비방하거나 조롱하는 듯한 내용의 게시글을 올린 측면도 있어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 변호사는 박 전 시장의 유족을 대리하던 2021년 8월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원순 사건 관련 사실관계'라는 제목의 글 3건을 올려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 A씨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을 게시해 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A씨의 임용 시기와 연도별 근무지 등 인적 정보를 게시했다. 또 박 전 시장이 A씨를 성추행했다는 물증이 없다며 '국가인권위원회가 객관적인 증거 없이 피해자나 참고인의 불확실한 진술에 근거해 성희롱을 인정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