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내달 전자담배 스틱 '핏' 가격 200원 인하...4300원으로 조정
필립모리스는 지난달 4500원짜리 저가형 '센티아' 출시...가격 다양화
담뱃값 10년 멈췄는데...전자담배 스틱 가격 낮추고 주도권 경쟁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궐련형 전자담배 양강인 KT&G와 필립모리스가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필립모리스가 저가형 스틱인 '센티아'를 출시하자마자 KT&G가 '핏' 가격을 낮췄다. 담배 가격이 10년여간 멈춰선 상황에도 전자담배 패권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KT&G는 내달부터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 '핏(Fiit)' 가격을 200원 인하한다. '핏'은 궐련형 전자담배 '릴 솔리드(lil SOLID)'의 전용 스틱이다. 기존 4500원이었던 이 제품은 내달 1일부터 4300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KT&G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가격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스틱 가격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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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 여의도 한 편의점에 진열된 담배. [사진= 뉴스핌DB] |
KT&G는 릴 솔리드 전용스틱 '핏'을 포함해 릴 하이브리드 전용스틱 '믹스(MIIX)', 릴 에이블 전용스틱 '리얼(REAL·각초형)' '그래뉼라(GRANULAR·과립형)' '베이퍼 스틱(VAPOR STICK·액상형) 등 스틱 카테고리를 운영하고 있다. 릴 하이브리드 전용 믹스는 4500원, 릴 에이블 전용 리얼 등 3종 가격은 모두 4800원이다. 이번에 핏 가격을 인하하면서 전자담배 전용 스틱 가격대를 4300원~4800원으로 다양화 했다.
업계에서는 KT&G의 이번 가격 조정이 경쟁사인 필립모리스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달 1일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 '센티아'를 출시했다. 센티아는 기존 아이코스 일루마 전용 스틱 '테리아'보다 300원 저렴한 저가형 제품이다. 테리아와 센티아 가격은 각각 4800원, 4500원이다.
필립모리스가 센티아를 선보인 이유 또한 가격 선택지를 다양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실제 테리아와 센티아는 가격 차이는 있지만 동일한 생산과정을 거치며 원재료 차이가 크지 않다. 센티아는 담배 기본 맛에 가깝게, 테리아는 향, 풍미를 다양화한 제품으로 구성했다. 센티아 출시 당시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테리아와 센티아의 캐스트리프는 배합과정에서 약간의 콘셉트 차이를 둔다"며 "품질과 원재료의 가격 면에선 동일한 기준"라고 설명했다.
양사의 가격 다양화 전략은 사실상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KT&G와 한국필립모리스는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각각 45%안팎의 점유율을 나눠가지며 1%포인트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전자담배 스틱 기준 점유율은 KT&G가 46%로 1위를 차지했고 한국필립모리스가 45%가량을 차지하며 그 뒤를 이었다. BAT로스만스 10%안팎이며 지난해 전자담배 시장에 도전한 JTI는 아직 점유율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체 담배시장에서 보면 양사의 가격 인하 움직임은 다소 의아한 면이 있다. 국내 담뱃 가격은 2015년 이후 10년째 멈춰있기 때문이다. 당시 담배세 인상과 맞물려 큰 폭으로 오른 이후 거의 인상되지 않아 담배업체들의 수익성도 꾸준히 줄었다. 10년간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멈춰서있는 담배 가격이 '인하' 수준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최근에서야 일부 업체들이 일반 담배 품목의 가격 인상을 소폭 단행하고 있다. 관련해 BAT로스만스는 지난해 6월 켄트 가격을 4100원에서 4300원으로 올렸고 JTI도 내달부터 카멜 레전드, 메비우스 등 담배 가격을 100~200원씩 소폭 인상한다.
담배 수익성이 악화한 가운데 이번 KT&G와 한국필립모리스가 나란히 내놓은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 가격 정책을 놓고 사실상 치킨게임이란 해석도 나온다.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1% 점유율을 놓고 초접전을 벌이면서 결국 가격 경쟁력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2022년 전자담배 시장 선두에 오른 KT&G는 1위 수성을, 국내 첫 궐련형 전자담배를 선보인 한국필립모리스는 1위 탈환을 목표로 한다. 이들 업체들은 궐련형 전자담배 이외의 일반 담배 관련 가격 인상 또는 인하 계획은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일반 담배 판매는 소폭 줄고 전자담배 판매는 9%가까이 늘었다"며 "전자담배로 전환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