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리서치센터장에 적극 질문...PBR 저평가 기업 손질 등 제안
금융투자업계, 밸류업 정책 추진·사외이사 제도 완화·배당소득세 완화 등 제안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전 대표가 21일 금융투자협회를 찾아 주식시장의 불공정을 바로잡아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대주주의 지배권 남용을 막고 시장의 불공정을 바로 잡는 상법 개정안의 재추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식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저평가 기업에 대해서는 "빨리 사서 청산해야 한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전 대표에게 사외이사 선임 조건 완화, 배당소득세 완화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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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4.21 leehs@newspim.com |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간담회'를 열고 "대한민국 경제가 너무 어렵다. 경기 침체 문제를 넘어서 구조적인 위험에 처한 것 같다. 경제 정책에 관한 문제는 나중에 이야기하더라도 일단은 자본시장의 정상화, 활성화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운을 뗐다.
이 전 대표는 "대한민국 자산시장이 부동산 중심인 이유 중 하나가 자본시장이 비정상적이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는 배당도 많이 안 주는 것 같고, 주가도 잘 안오르고 가끔씩 보면 주가조작을 해서 누가 훔쳐가질 않나. 심지어 우량주라고 생각해 장기투자하려 갖고 있는데 어느날 보면 살찐 암소(우량주)가 송아지(물적 분할 등)를 낳아서 주인이 딴 사람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지금은 '휴면 중인 개미'인데 꽤 큰 개미 중 하나였다. 정치를 그만두면 주식시장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99.9%다"면서 "제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져서 상당 기간 정치를 안 하겠구나 싶어서 나름대로 연구 끝에 조선주를 사기도 했다. 갑자기 국회의원이 되면서 손해 보고 팔았는데 지금은 3배가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께서도 자산시장 중에서 금융, 자본시장에서는 혜택을 누리면 좋겠다. 그중 핵심적인 게 주식시장이 규칙을 지키는 정상적인 시장이 돼야 한다. (주가) 조작을 못 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전 대표는 "대주주의 지배권 남용을 어렵게 해야 한다"면서 상법 개정안 재추진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이해가 안 된다. 국제적인 경쟁을 하겠다는 기업들이 집안에서 혜택을 보고, 규칙을 안 지켜서 부당한 이익을 얻으면서 어떻게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고 살아남겠나"라고 했다.
지난 17일 국회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상법 개정안을 재의결했으나 부결됐다.
상법 개정안 부결과 관련해 이 전 대표는 "이해가 안 된다. 이기적인 소수의 저항이라고 생각하는데 당연히 (상법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상식적으로 맞는 이야기이고 국민들이 원하는데 이상한 시스템 때문에 좌절됐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상법 개정안은 특별한 제도를 만드는 게 아니라 평균적으로, 일상적 수준에서 필요한 정상적인 기업의 지배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라면서 "이른 시간 안에 다시 상법 개정 작업을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리서치센터장에 적극 질문...PBR 저평가 기업 손질 등 제안
이날 이 대표는 정해진 식순대로가 아닌 리서치센터장들과 자유롭게 질의응답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다. 이 전 대표는 PBR 저평가 기업에 대한 의견을 묻는가 하면 중국보다 한국의 배당 성향이 낮은 이유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구했다.
이 전 대표는 PBR 저평가 기업에 대한 손질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환영사에서 언급한 '2024년 말 기준 한국의 시가총액이 세계 15위이고, 상장 기업 수는 세계 6위 수준'이라는 말에 "실제로는 가치 없는 종목들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니냐. 그 점에 대해선 어떻게 하면 좋겠나"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서 회장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 못하는 기업들은 사실 상장폐지를 해줘야 한다. 잘 안되는 상점은 골라내고 유망한 상점을 넣어줘야 고객들이 어느 상점을 가든 좋은 상품을 살 수 있다"고 말하자 이 전 대표도 공감을 표하면서 "PBR이 0.1, 0.2인 회사들의 주식이 왜 있느냐"며 "빨리 사서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투자업계, 밸류업 정책 추진·사외이사 제도 완화·배당소득세 완화 등 제안
금융투자업계는 이 전 대표에게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밸류업 정책 추진을 강조했다. 또한 사외이사 제도 완화, 배당소득세 완화 등을 제안했다.
서 회장은 "PBR 1 이하인 기업이 한국에 많다는 게 큰 문제다. 저희가 지금 PBR 0.8이 깨져있는 상황이다. 이거를 1.6으로 더블로만 만들어도 (주가가) 5000포인트 될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시작한 밸류업 정책을 일본의 아베 총리처럼 10년 단위로 장기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사외이사 선임 조건 완화를 제언했다. 그는 "우리나라 상장사의 사외이사 선임 조건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야 한다. 상법상 우리나라의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회사는 동일 업종 출신의 사외이사를 임명할 수 없고, 임기도 3년, 3년씩 총 6년으로 제한된다"고 짚었다.
김 센터장은 "우리나라 30대 기업 사외이사를 보면 교수가 49%, 관료가 17%로 전체의 66%가 거수기로 전락한 현실"이라며 "반대로 애플 등은 사외이사의 80%가 업계 CEO 출신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사인 마이크론이 대만의 TSMC 회장을 사외 이사로 영입했다"고 짚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사외이사 선임 조건을 완화하면 "결국 자기 식구들 뽑지 않나"라고 반문했고, 김 센터장은 "시행령으로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업계는 배당소득세 현실화도 요구했다. 서 회장은 기업의 배당 성향을 높일 방안으로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오너이면서 경영자인 그룹이 거의 90%를 차지한다. 이들은 본인이 받는 배당액에서 종합과세 49.5%를 세금으로 낸다. 100억의 배당금을 받으면 50억이 세금"이라면서 "배당소득세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배당소득세 조정에 공감하는데 세수 감소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세수 감소를 감수할 만큼 배당 성향이 올라갈지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heyj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