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라이브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오늘, '고무신을 신은 판사' 김홍섭이 그립다

기사입력 : 2025년03월24일 12:33

최종수정 : 2025년03월25일 17:44

정치 권력의 압력 받자 검사직 때려 치고 돼지 키워
도시락 싸들고 고무신 신고 출퇴근 한 대법원 판사
'사형수의 아버지', '사도법관'으로 불린 시대의 정신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사법부에 온 국민의 눈과 귀가 몰려 있다. 지금 국민은 판사들이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주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런 판결을 위해 오직 필요한 것은 '정의'다. 길지 않은 사법부의 역사 속에서 그런 '정의'를 실천하여 거의 유일하게 존경받는 판사가 있다. 판사 김홍섭이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사도법관'으로 추앙받는 판사 김홍섭. 2025.03.24 oks34@newspim.com

 

김홍섭(金洪燮, 1915~1965)은 청빈한 법관의 대명사였다. 타락하면 곧바로 '법비'나 '법꾸라지'가 되는 법조계에서 공정성을 지켰던 인물이었다. 신념에 입각한 판결을 하면서도 풍류를 아는 인물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사도법관' 혹은 '고무신을 신은 판사'라고 불렀다.

전라북도 김제 출생. 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전주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1939년 일본대학(日本大學)에 입학하여 2년 만에 조선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였다. 귀국 후 김병로(金炳魯)와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고 활약하다가 광복이 되자 서울지검 검사로 임용됐다.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을 담당하여 명성을 떨쳤지만, 그해 9월 검사직에 대한 회의를 느껴 사임했다. 그 뒤 당시의 대법원장이던 김병로의 간청으로 법조계에 복귀, 서울지방법원 판사·고등법원 판사·지방법원장·대법원 판사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가 아직도 회자(膾炙)되는 것은 청렴강직했던 삶에 있다. 그는 평생 부인이 싸준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고 양복은 한 번도 맞춰 입은 적이 없었다. 구두도 한 번 안 신고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슬하에 8남매를 두고 가장으로서 짐이 무거웠지만, 어떤 청탁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청렴한 삶을 둘러싼 일화는 넘쳐난다. 검사였던 그는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을 맡아 양심에 따라 수사권을 지휘하고자 했지만, 정치권력의 압력으로 심한 갈등을 겪었다. 결국, 검사직을 내던지고 한강변 뚝섬에서 닭과 돼지를 키우고 농사를 지으며 살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판사 김홍섭. 2025.03.24 oks34@newspim.com

김홍섭은 한국 전쟁 직후 서울로 환도한 뒤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임용됐다. 그는 끊어진 한강 다리 때문에 피난을 가지 못한 시민들이 부역자로 몰리고, 이웃집 장독에서 간장을 가져다 먹다가 잡혔다고 특수절도죄로 재판정에 선 이들을 앞에 두고 자책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누구를 재판할 수 있는가. 국민을 이 같은 처지에 몰아넣은 자들은 누구인가.' 본인도 가족들을 돌보기 힘든 상황에서도 박봉을 쪼개서 그들을 돕기도 했다.

명동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김홍섭 판사는 스스로 사형수의 대부를 자처하여 틈날 때마다 구치소와 교도소를 오갔다. 1956년 1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육군 특무대장 김창룡을 암살한 허태영 대령은 사형 선고를 받은 뒤 김홍섭 판사의 인도로 가톨릭에 귀의했다. 그리고 사형이 집행되기 직전 김 판사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평소 많은 독서와 사색을 즐겼던 김홍섭 판사의 수상집 '무상(無常)을 넘어서'는 아직까지도 읽히는 책이다. 그 책에 쓴 법에 대한 단상은 오늘에도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법을 예장처럼 차리고서 근엄·자중하는 사람.
법을 보신처세 도구로 삼아 변융자재로 구사하는 사람.
법을 장난감 딱총처럼 휘두르면서 때때로 세간을 놀래어 주는 사람.
법을 빨간 넥타이처럼 목에 달고서 장식에 이용하는 사람.
법을 양식 바가지처럼 꽁무니에 차고서 염치없이 쫓아다니는 사람.
법을 경이원지(敬而遠之)는 하지만 끊어 팽개칠 용기도 없어 질질 끌고 다니는 사람.
법을 사갈같이 엽기하는 사람.
법을 악마처럼 증오하는 사람.

이 책에는 그가 쓴 희곡도 수록돼 있다. 그는 '최대의 오판'이라는 희곡에서 인류 최대의 오심은 '예수님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지는 장면, 소크라테스에게 사형이 내려지는 재판 장면, 창세기에 하와가 뱀의 꾐에 빠져 죄를 짓는 장면'이라고 기술했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김홍섭의 에세이와 희곡을 수록한 책 ' 무상을 넘어서'. [사진 = 바오로딸]  2025.03.24 oks34@newspim.com

1960년 대법원 판사로 발령받았던 김홍섭은 5.16 쿠데타를 비판하다가 광주고등법원장으로 좌천되었다. 1964년 광주고등법원장에서 서울고등법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간암 진단을 받고 이듬해 3월 16일에 51세의 아까운 나이에 눈을 감았다. 그는 평생 '사랑과 청빈의 삶' 그 자체를 몸소 실천했다.

여담이지만, 김홍섭 판사의 장남인 김정훈은 사제의 길을 걷고자 가톨릭대학 신학부를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나 사제가 되기 직전인 1977년 그곳에서 불의의 등반사고로 불과 30세의 나이로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 발간된 유고집 '산 바람 하느님 그리고 나'를 읽다 보면 김 판사의 장남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산과 사람을 사랑하고, 겸손하고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였다.

oks34@newspim.com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5.03.24 oks3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김효주 "아직도 할 수 있는 선수 증명"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LPGA에서 17개월 만에 우승을 차지해 기쁘다." 김효주(30)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통산 7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효주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의 월윈드골프클럽에서 열린 포드 챔피언십 최종일, 연장전 끝에 릴리아 부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LPGA 통산 7승을 수확한 김효주. [사진= LPGA] 2025.03.31 fineview@newspim.com 역전 우승이다. 3라운드까지 릴리아 부에게 4타 뒤진 공동5위로 출발한 김효주는 대회 마지막 날인 4라운드에서 버디 9개, 보기 1개로 무려 8타를 줄였다. 릴리아 부와 나란히 최종합계 22언더파 266타로 동타를 이룬 김효주는 연장전이 벌어진 18번 홀(파4)에서 1.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승리를 확정지었다. LPGA 통산7승이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1승씩을 올린 그는 2021년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2022년 롯데 챔피언십, 2023년 볼룬티어스 오브 아메리카스 클래식 등에서 6승을 수확한 뒤 1년5개월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김효주는 매니지먼트사 지애드스포츠를 통해 "오늘 마지막까지 집중한 것이 중요했다"고 밝혔다. "작년 겨울 전지훈련에서 열심히 훈련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샷감을 기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파이널 라운드에서도 집중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그는, "그 결과 좋은 성과로 이어져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라고 기쁨을 전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새로운 샤프트와 퍼터를 사용한 것이 주효했다는 김효주는 "좋은 샷감과 함께 시너지 효과가 난 덕분에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LPGA에서 17개월 만에 우승을 차지한 그는 "아직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증명해 너무 뿌듯하다"며 언제나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번 우승은 김아림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올해 두 번째 LPGA 투어 우승이다. 김효주는 "올 시즌, 한국 선수들의 상승 흐름에 좋은 기폭제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fineview@newspim.com 2025-03-31 14:44
사진
"李 무죄, 尹 탄핵 영향 없을 것"48.9%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가운데, 국민 절반은 이 대표 선고 결과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여론조사 결과가 28일 나왔다.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에서도 45%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 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26~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동응답 시스템(ARS)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항소심 무죄 판결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48.9%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고 응답했고, 이어 '영향을 미칠 것 같다' 39.4%, '잘 모름' 11.7%였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40.2%,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50.3%, '잘 모름' 9.6%로 집계됐다. 여성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38.7%,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47.5%, '잘 모름' 13.7%였다. 연령별로는 30대에서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고, 40대에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20대(만 18세~29세)는 '영향을 미칠 것 같다' 43.5%,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39.3%, '잘 모름' 17.2%, 30대는 '영향을 미칠 것 같다' 47.3%,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44.8%, '잘 모름' 7.8%, 40대는 '영향을 미칠 것 같다' 32.6%,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62.5%, '잘 모름' 4.8% 등으로 나타났다. 50대는 '영향을 미칠 것 같다' 37.2%,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54.8%, '잘 모름' 7.9%, 60대는 '영향을 미칠 것 같다' 38.3%,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49.0%, '잘 모름' 12.7%, 70대는 이상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39.6%,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38.8%, '잘 모름' 21.6% 등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에서 유일하게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응답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는 응답보다 높게 나타났다. 서울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45.2%,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43.8%, '잘 모름' 11.0%로 집계됐다. 반면 경기·인천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39.1%,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47.3%, '잘 모름' 13.5%, 대전·충청·세종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39.2%,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54.4%, '잘 모름' 6.4%, 강원·제주는 '영향을 미칠 것 같다' 31.9%,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61.8%, '잘 모름' 6.3%, 부산·울산·경남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33.7%,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53.5%, '잘 모름' 12.8%, 대구·경북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45.0%,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46.1%, '잘 모름' 8.9%, 광주·전남·전북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35.9%,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48.0%, '잘 모름' 16.1% 등으로 나타났다. 지지 정당별로 분석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39.8%,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52.1%, '잘 모름' 8.0%로 답했고,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42.2%,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45.5%, '잘 모름' 12.2%로 응답했다. 조국혁신당 지지층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35.6%,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54.4%, '잘 모름' 10.0%이었고, ▲개혁신당 지지층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42.8%,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48.5%, '잘 모름' 8.7% ▲진보당 지지층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44.1%,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36.6%, '잘 모름' 19.2% ▲기타 정당 지지층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28.3%,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51.2%, '잘 모름' 20.5% ▲지지 정당 없음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28.9%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45.2% '잘 모름' 25.8%로 나타났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헌법재판소와 사법부는 전혀 다른 기관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사법부의) 영향을 받아서 선고한다는 건 이상하다"며 "국민들은 아주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정치평론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정무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기관이기 때문에 혹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국민도 있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이 대표의 무죄 판결은 여권과 야권 간의 정치적 긴장감이 극도로 표출돼 대중의 정치적 인식이 바뀔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 RDD(무작위 전화 걸기) 활용 ARS를 통해 진행됐다. 신뢰 수준은 95%, 표본 오차는 ±3.1%p, 응답률은 4.6%다. 자세한 조사 개요 및 내용은 미디어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kgml925@newspim.com 2025-03-28 10:00
안다쇼핑
`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