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스핌] 정상호 기자 = "지역, 지방으로 더 가면 좋겠어요." 이어진 말이 쐐기를 박는다. "기회는 사람이 없는 데 있지, 사람이 많은 데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어 "어차피 실패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누구나 다 두려워 하잖아요." 그러면서 '환대'를 강조한다. "로컬에서는 그런 것들이 환대 받을 수 있고, 실패해도 언제든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방에서는 기본적으로 청년들을 '반갑게 맞아 정성껏 후하게 대접하고' 설령 도전이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수 있는 여러 요소가 있다는 말일까.
"실패를 해도 당연히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중요한 데 저는 할아버지 댁에서 창업했어요. 내가 실패를 해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저를 쫓아내지는 않으니까요. 그런 곳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지방에 오히려 그런 기회가 많이 열려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수원 토박이, 진짜 수원 청년이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부터 대대손손 삶의 터전을 일군 곳에서 성인의 출발을 했다. 할아버지 집이 있었던 공간에서 여행문화기획사를 창업했다.
행궁동이다. 수원화성 세계문화유산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동네이고 또 뒤에 팔달산이 있는, 그에게 제일 친숙한 공간이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드는 일상'을 잘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또한 할아버지 집은 저렴하고 동네 자체도 임대료가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당시 수원의 원도심인 행궁동은 도시 재생을 진행해야 될 만큼 슬럼화된 곳이었다.
그는 4, 5년간 행궁동에서 여행문화기획가로 활동하다가 2010년 공존공간을 창업했고 2012년에 법인을 만들었다. 그리고 10여년 후, '글로컬크리에이터'로 행궁동의 글로벌한 활력을 이끌고 있다.
뉴스핌은 20일 [헬로 로컬크리에이터] 여섯번째 방송으로 수원 행궁동에서 공존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박승현 대표의 도전과 성장 스토리, 미래 비전 등을 다뤘다.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가 진행을 겸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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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공간 박승현 대표 |
현재 박승현 대표는 2021년에 오픈한 공존공간 사옥에서 공유오피스 '행;그라운드', 모던한식 '팔딱산', 전통주 양조장 '신도시양조회'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한 로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팔딱산이나 신도시양조회 등은 로컬을 전면에 내세운 네이밍으로 지역의 가치를 품고 있다.
"동네에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우리만의 지역 브랜드를 공동으로 만들어 볼까라는 아이디어를 냈고 지역 양조장과 협업해서 우리 양조장을 만들어 보자. 그래서 '정조가 만든 신도시에서 양조장을 하는 친구들'인 신도시양조회가 만들어졌죠. 또 수원 토박이들, 오래 살았던 분들은 팔달산을 팔딱산이라고 불렀어요. 그래서 지역 사람들이 애착이 있는 애칭을 브랜드로 만들어서 방문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다면 이게 오히려 더 소구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박 대표 조차 반신반의하던 로컬브랜드는 공존공간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로컬비즈니스의 선순환을 실제 확인한 셈이다.
"팔딱산과 신도시양조회, 이런 지역 브랜드 자체가 정말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처음에 많이 했죠. 그런데 어느정도 우리가 성장하는 데 기틀이 되더라고요. 지역에 대한 이해, 지역 브랜드가 '돈이 된다'라는 나름대로 결과물을 얻었고 이제 좀 더 자산을 만드는 것을 해보려해요."
그는 동네 친구들이 많다. 소위 '걸어다니는 행궁동 콘텐츠'다. 다들 행궁동이나 수원을 근본이라고 생각하는 진짜 로컬크리에이터들이다.
"스트리트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디드라는 팀이 있어요. 온라인에서 중고 명품 혹은 외부에서 리미티드 에디션을 사와서 한국에 파는, 그냥 중간 유통상일 수도 있지만 큐레이션 능력이 뛰어나 문화의 중심이 되고 있죠. 지역에 대한 애정이 엄청납니다. 또 캐릭터 사업에 꽂혀 있는 로컬러, 지역에 대한 연구와 숙박업을 같이 하고 있는 스테이고가 있고 계속 잡지를 만들며 지역의 비주얼을 책임지는 PQR이라는 팀도 있어요."
박 대표는 꾸준히 예비 창업과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지역이 활성화 되고 지역상권이 활력이 있어야 자신의 공간도 열린다고 확신한다. '함께의 가치'를 언제나 마음에 담고 있고 표출하고 있다.
"기존에는 한 10팀에서 20팀 육성을 했어요. 작년에는 글로컬상권 창출이 돼서 한 50팀 이상 네트워킹이 됐죠. 굉장히 의미도 있었고, 또 우리 행궁동이나 수원에 어떤 굿즈를 만든다거나 지역을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 기획을 같이 하고 있죠."
공존공간은 지역경영회사다. 이제 성장한 로컬크리에이터들이 타운매니지먼트에 하나 둘 도전을 하고 있다. 행정이라든지 지자체, 재단, 센터에서 지역 활성화를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은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조합 위주로 상권 활성화를 해요. 상인들하고 건물주가 합쳐서 임대료 동결을 해 준다든지 싸게 해준다든지 하는 유연한 운영 체계를 가지고 있어요. 또 전문가를 고용해 설계, 기획, 연구하고 이걸 바탕으로 체계적인 운영을 하죠. 우리 경우에는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고 외부에서 와서 예산이 있을 때 하고 끝나는 형식이었죠. 이제는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박 대표는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니즈를 가지고 있는 지, 그 공간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활성화를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행궁동은 수원의 가장 가운데 있거든요. 이 원도심에서 자란 사람들의 자부심 같은 곳이에요. 그런데 슬럼화됐던 그 중심지가 다시 활성화가 되니까 주민들이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주민자치회나 상인회 분들이 건물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아요. 원래 주택이었기 때문에 건물주 비율도 많고 또 행궁동에 대한 애착이 많아서 '우리 동네가 더 지속 가능하게 발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돼'라고 물어보러 오기도 해요."
지역경영회사의 가장 큰 목표는 지역 활력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다. 로컬상권, 혹은 글로컬상권을 유지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경영회사가 자체 사업을 하고 그 지역 내에 자산을 보유하는 게 바람직하다. 땅이 있고 건물이 있어야 된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지역 안에서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지금 공존공간이 수행 하고 있는 글로컬 상권 창출 사업은 상권법에 따라 상권 기획자와 상권 관리자를 나누고 있어요. 상권 관리자는 실제 소유하고 의결할 수 있는 자치 조직 같은 개념입니다. 행궁동 안에 주민자치회, 상인회 등이 있는데 한번 합쳐보자고 제안을 했어요. 사단법인이라는 형태의 조직을 행궁동의 주민자치회, 여러 상인회, 여러 공익 단체들이 함께 조직하고 있고 다음 달에 출범할 예정입니다. 사단법인 행궁동이죠. 자체적이고 독립적인 재정을 갖추는 게 목표고요. 행궁동 인구 9300여명에 상인들 합하면 1만명 정도 되는데 10분의 1인 1000명을 모집하려고 해요."
민간과 정부, 지자체와 협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다만 행정 중심의 방식이 변하고는 있지만 좀 더 속도를 내야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민간이 더 활성화될 수 있게끔 가야죠.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는데 행정적인 절차로만은 좀 어렵다고 생각해요. 특히 로컬브랜드를 직접 만들어서 운영을 해보는 게 되게 중요하죠. 이제 글로컬상권에서는 그 상권이나 지역 내에 자산을 공동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고 그 자산을 바탕으로 사업성 있는 사업을 하면서 자체 재원을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것들을 실제 소유한 단체가 사단법인 행궁동입니다. 이런 부분들이 문화적으로 더 확산돼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행궁동의 숙원은 무엇일까. 글로컬상권으로 가는 길목에 넘어야 할 허들은 무엇일까. 박 대표는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고 있다. 바로 '환대의 행궁동'이다.
"환대라고 생각했어요. 각자 가게마다 해외 방문객들이 왔을 때 소개한다든지, 또 외국인들이 주로 사용을 하는 포털에 등록이 돼 있어야 되는데 자세하게 설명이 안 돼 있어요. 그래서 이런 것을 도와드리고 교육하고 실제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상인들이 직접 만들어내고 바로 만들어낼 수 있는 '환대 인프라'죠."
골목 상권은 그냥 전통시장보다 하드웨어 인프라가 부족하다. 특히 주차문제는 심각하다. 주말 같은 경우에는 주차를 하려고 50미터, 100미터 줄을 서 있다.
"현재 한 155면 정도 되는 부지가 확보 됐어요. 주차장을 실제로 만드는 데 3개월이면 된대요. 그런데 재원을 확보한다든지, 또 도시 계획상 주차장을 만들려고 하면 지자체장, 공무원들의 동의가 필요하죠. 이런 것들을 같이 만들어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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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공간 박승현 대표와 성신여대 채지민 교수. |
한편 뉴스핌TV로 만나는 [헬로 로컬크리에이터]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을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 중 하나로 보고, 전국의 로컬크리에이터를 만나 로컬콘텐츠를 통한 청년 창업과 생태계를 진단한다. 나아가 지역에 특화된 콘텐츠를 가진 기업가형 소상공인, 글로컬상권으로의 성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격주 목요일 혹은 금요일 생방송되며 진행은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가 맡고 있다. 채 교수는 현재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새로 신설된 지역개발 및 로컬디자인 전공과정에서 골목경제 및 로컬크리에이터, 지역가치 창조론 및 실습, 지역 및 공간정책 실습 등 현장중심형 실습 위주의 교육프로그램을 강의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지역개발 및 로컬콘텐츠 분야의 전문인재 양성 및 지역창작자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uma8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