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에 예소연 작가 '그 개와 혁명' 선정
은희경 작가 "현재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 줄 수 있다고 생각"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예소연 작가의 '그 개와 혁명'이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17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산 다미아노 카페에서는 출판사 다산북스가 주관하는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대상 수상자 예소연 작가와 은희경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김선식 다산북스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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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은희경 작가 및 심사위원, 예소연 대상수상 작가, 김선식 다산북스 대표이사(왼쪽부터) 2025.02.17 alice09@newspim.com |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에는 예소연 작가의 '그 개와 혁명'이 선정됐다. 이는 1980년대 학생운동 세대와 2020년대 페미니스트 청년 세대가 의기투합해 함께 '개판'을 도모하는 광경을 그렸다. 2021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예 작가는 등단 4년 만에 이상문학상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1998년 등단 3년 만에 수상한 은희경 작가 다음으로 빠른 수상이다.
이날 은희경 작가이자 심사위원은 "제 기수상자이기도 하고, 중견작가로 약간의 권위를 가지고 있어서 심사위원 제안을 받은 것 같다. 이 제안을 너무나 기쁘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오게 됐다. 무엇보다 새로 바뀐 이상문학상의 첫 번째 수상자로 이 작품을 뽑게 돼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그 개와 혁명'으로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예소연 작가는 "대학시절에 소설을 쓰느라 힘들 때 도서관에 가서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차례대로 읽어 본 기억이 난다. 그 시절에 어떤 것을 열망했는데 그래서인지 제 마음은 오히려 궁핍했던 것 같다. 그 시절이 지금은 저를 만들어줬다고 하면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되지도 않는 글을 써보겠다고 늘지도 않는 글재주로 스스로가 힘들었는데 또 하나의 소설이 생겼다는 사실에 순간의 기쁨이 행복하게 느껴진다. 이 소설은 부끄러운 소설이자 슬프게도 느껴진다. 아버지가 아프셨을 때 어찌할 바를 모르고 동동거렸던 제 모습이 담겨 있다. 저는 애도에 대한 생각도, 이별에 대한 생각도 채 정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온 마음 다해 썼다"며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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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은희경 작가 및 심사위원, 예소연 대상수상 작가, 김선식 다산북스 대표이사(왼쪽부터) 2025.02.17 alice09@newspim.com |
예 작가는 "세월이 지나면서 저만의 슬픔을 챙기고, 돌아보지 않았던 것. 함부로 말했던 것들이 마음에 밟히고 가시가 돼 저를 괴롭혔다. 그래서 그런 것들에 미안한 마음을 담아 이야기를 써보고자 했다"라며 "사랑이 전부가 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혐오와 미움이 도사려도 사랑으로 그것을 비추고자 했다. 그리고 실수를 반복해도 사과하는 사람이 되고자 이 소설을 썼다"고 덧붙였다.
작품은 아버지와 딸, 두 세대가 함께 도모하는 프로젝트는 바로 아버지 '태수 씨'의 장례식장이다. 예소연 작가는 이번 소설에 녹아든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나를 괴롭히는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가족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고 해서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모색해보려고 했다. 아버지의 경우 재작년 10월 아프셔서 간병을 10개월 정도 하고 돌아가셨다. 간병을 하면서 겪었던 것들을 제 소설에 녹아든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은 심사위원은 '그 개와 혁명' 선정에 대해 "이 작품은 우리가 생각지도 않았던 어떤 새로운 혁명의 지점을 우리에게 차갑게 보여준다고 생각해서 많은 심사위원의 지지를 받았다. 소설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1980년대 운동권 세력이었던 아버지와, 지금 현재 어떤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있는 딸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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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은희경 작가 및 심사위원, 예소연 대상수상 작가, 김선식 다산북스 대표이사(왼쪽부터) 2025.02.17 alice09@newspim.com |
이어 "여기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과목이나 또 어떤 대립 같은 것을 이 작가는 정면대결 하지 않고 유머를 통해 날카롭게 돌파해 나가고 있다. 작품 속 두 사람이 기획하는 것이 아버지 본인의 장례식이다. 장례식이라는 것이 혁명하고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데, 장례식이 가지고 있는 어떤 관습이나 우리가 또 허위의식 같은 것을 굉장히 신랄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돌파해 나갔다는 점에 대해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기세를 느꼈다"고 말했다.
은 심사위원은 "작품을 좁게 말하면 '아버지 죽이기'인데, 많은 문학 작품에서 많이 다뤄왔던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전체를 부정하고 깨뜨리는 게 아니라, 포용하면서 넘어선다는 점이 상당히 혁명이지만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 싶다. 또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방법을 보여주며 위로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상문학상은 지난해 6월 양도양수 협약을 통해 올해부터 다산북스에서 주관한다. 이에 올해, 제48회부터 수상자 6인과 심사위원 6인의 심층 대담을 진행하고, 그 인터뷰 여섯 편의 전문을 작품집에 수록한다. 또한 후보작에 그 어떠한 제한 조건을 두지 않고 웹진 발표작 및 기수상자 작품까지 모두 대등하게 심사 대상으로 삼은 것 역시 제48회부터 변화된 부분이다.
한 해 동안 국내에 발표된 모든 중·단편 소설 가운데 가장 빼어난 작품을 시상한다는 이상문학상의 기본 취지는 변함이 없으며, 중단편 부문 기준 국내 최대 규모의 상금(대상 5000만원·우수상 5인 각 500만원) 수여 역시 예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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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은희경 작가 및 심사위원, 예소연 대상수상 작가, 김선식 다산북스 대표이사(왼쪽부터) 2025.02.17 alice09@newspim.com |
김선식 대표는 "이상문학상을 저희가 올해부터 맡게 됐다. 이면에는 두 번의 제안이 있었다. 그 전에 이상문학상이 힘들어서 한 번 저희들에게 찾아 오셨었다. 이상문학상이 한국문학을 이끌어왔고 문학사에 중요한 일이기 신중했는데, 작년 봄에 다시 찾아오셔서 간곡한 부탁을 하셨다"며 이상문학상을 맡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한국문학에 가장 중요한 전통과 가지고 있는 상을 유지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을 했다. 이상문학상의 기본 취지는 48년 동안 이어온 전통은 올 한해 동안 발표된 작품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을 선정하겠다는 것을 유지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크게 달라진 점은 운영위원회와 심사위원, 예심위원을 젊은 감각으로 개편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상문학상이 전통적으로 40~50대 독자와 함께 했다면 이 호흡을 2030으로 넓혀서 새로운 세대도 아우르고 싶었다. 또 독자에 대한 배려를 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상문학상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바로 저작권이다. 이전 수상작들 단행본으로 나온 작품들이고, 이번 '그 개와 혁명' 역시 웹진에서 발행됐기 때문이다.
이에 다산북스 관계자는 "문학판이라는 것이 발표 지면이 있다. 문예지, 계간지에 발표된 작품은 저작권이 다 작가에게 있다. 웹진 역시 똑같은 지면이라고 보시면 된다. 다만 전통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웹진이 심사대상에서 소외된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웹진까지 모두 살폈다는 걸 강조 드리고 싶다. 단행본의 경우 먼저 나온 책이라서 계약상 저희가 재수록을 하는 방식이다. 해당 출판사와 다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