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의 이례적 신년사…"대외 신인도 하락과 국정 공백 막기 위해"
통화정책 방향 "금리 인하 유연하게 결정…성장, 물가 등 정책 상충 확대"
[서울=뉴스핌] 온종훈 선임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께서 대외 신인도 하락과 국정공백 상황을 막기 위해 정치보다는 경제를 고려해서 어렵지만 불가피한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신년사에서 이같이 말하고 "우리 경제 시스템이 정치 프로세스와 독립적으로 알리는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여야가 국정사령탑이 안정되도록 협력해야 할 때다"라고 밝혔다.
한국은행 총재가 국내 정치상황과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며 이는 최 권한대행이 지난해 연말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한 것과 관련해 경제 안정 측면에서 지지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이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총재는 2일 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2명 임명에 대해 "경제 고려한 불기피한 결정"이라고 옹호했다. 2024.12.19 mironj19@newspim.com |
이 총재는 올해 통화정책 운영방향에 대해 "입수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내외 리스크(위험) 요인들의 전개 양상과 그에 따른 경제 흐름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며 금리 인하 속도를 유연하게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경제와 정책환경에 대해 "전례 없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졌고 새해 물가, 성장, 환율, 가계부채 등 정책 변수 간 상충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총재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의 어려움을 예상하면서도 동시에 지나치게 부풀려진 위기론을 경계했다.
그는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성장률을 1.9%로 전망했지만, 하방 위험이 커진 것이 사실"이라며 "이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의 성장률이긴 하지만, 현재의 잠재성장률 2%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26개국의 성장률 전망치 평균 1.8%(국제통화기금 2024년 10월 발표 기준)와 유사한 수준으로, 지금 우리 상황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와 같은 상황으로 보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구조 개혁도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신산업 개발과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 노력 부족,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 비율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언급된 구조적 문제의 해결을 미뤄온 결과,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까지 낮아졌고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2040년대 후반에는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올해 우리 앞에 놓인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지만, 과거에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는 이번에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며 "손자병법의 '근심을 이로움으로 삼는다'는 이환위리(以患爲利),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서양 격언처럼, 해야 할 것부터 차분하게 실천하고 새 기회를 만들면 우리 경제는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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