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상장 목표, 1월 수요예측
예상치 못한 탄핵정국에 예의주시
4년 새 매출 3조→5조 수직상승
AI·클라우드·스마트팩토리 DX 전환
공모자금 중 3300억 해외 기업 인수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LG그룹의 시스템통합(SI) 계열사 LG CNS가 내년 2월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삼성그룹의 삼성SDS, 현대차그룹의 현대오토에버, 롯데그룹의 롯데정보통신 같은 다른 대기업 SI 계열사들이 이미 상장한 것과 비교하면 조금 늦은 출발 같기도 한데요, LG CNS는 왜, 지금 상장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연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현신균 LG CNS 대표이사 [사진=LG CNS] |
LG CNS는 1987년 미국의 EDS와 합작 법인으로 출발했습니다. 다른 대기업 SI 계열사들과 마찬가지로 LG그룹의 광대한 IT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회사가 필요했기 때문이죠. 계열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만으로는 매출에 한계가 있으니, 공공기업이나 다른 회사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외주 사업들도 많이 합니다. LG CNS는 1993년 태국의 SGS사의 통합관리시스템을 수주하면서 일찌감치 해외 진출도 했어요. 현재 미국, 중국, 일본, 브라질, 네덜란드 등 11곳의 해외법인이 있습니다.
지금은 또 인공지능(AI) 시대죠. 그래서 현재 대표 사업은 클라우드 구축과 AI·데이터, 스마트팩토리 사업입니다. 지난해 기준 클라우드·AI 매출 비중이 50%를 넘었고요, 스마트팩토리 사업은 21%, 기존 SI 사업은 27% 수준입니다.
그래서 얼마를 버느냐. 지난 2019년 3조3000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5조6000억원으로 4년 만에 70%가 늘었습니다. 영업이익은 2000억원에서 4600억원으로 두 배가 늘었어요. 매출 규모로 보면 삼성SDS의 절반 수준, SK C&C 보다는 조금 큰 편입니다. 삼성SDS는 매출 절반이 물류사업이기는 한데, 물류사업 제외해도 삼성SDS가 좀 더 큽니다.
LG CNS 연간 실적 추이 [사진=LG CNS] |
지금 IT 기업들은 클라우드·AI가 핵심이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통신3사도 클라우드·AI 사업을 하고 있고 네이버, 카카오도 빠지지 않죠. 지금 LG CNS의 경쟁사는 삼성SDS, SK C&C가 아니라 이들과 다 경쟁해야 합니다. 그래서 LG CNS는 공모 자금을 AI·클라우드·스마트팩토리 등 디지털전환(DX) 분야 핵심역량 강화에 쓴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어떻게 강화를 하느냐,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으로 합니다.
LG CNS가 지난 5일에 낸 증권신고서를 보면 공모를 통해 쓸 수 있는 자금은 5000억원 정도인데, 이중 3300억원을 해외 IT전문기업 인수에 쓰기로 했어요. 직접 해외에 진출하는 것 보다 현지 기업을 인수해서 본사-현지 협력 방식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어렵게 진출하는 것 보다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쉽죠.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추진한다고 합니다. 나머지 1600억원은 채무상환에 쓰고, 250억원은 시설 교체에 쓰기로 했습니다.
올해 IPO 시장이 침체기라고 하는데, 지금 상장을 추진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LG CNS는 LG그룹 계열사들 시스템 관리를 하다 보니 아무래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어요. 이게 또 과거 정부 때 "일감몰아주기다"라는 비판이 많아서 지난 2019년 맥쿼리PE에 지분 35%를 9500억원에 매각합니다. 지금 최대주주는 지분 49.95%를 가지고 있는 ㈜LG이고, 2대 주주는 지분 35%를 보유한 크리스탈코리아 유한회사라는 곳인데, 여기가 맥쿼리가 투자한 특수목적법인입니다.
맥쿼리 같은 재무적투자자들은 일단 투자를 하면 상장이나 재매각을 해서 투자 차익을 얻기 위한 약정을 체결합니다. 그 시기가 보통 5년이고, 내년이면 그 시기가 도래한다는 겁니다. LG CNS는 다행히 매출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 전망도 좋기 때문에 상장만 시키면 많은 차익을 투자자에게 돌려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예상 시가총액은 5조2000억~6조원 정도인데, 최소 5조2000억원을 기준으로 해도 지분 35%이면 1조8000억원의 가치가 있습니다. 9500억원을 투자한 맥쿼리가 5년 만에 투자금을 두 배 수준으로 뻥튀기 할 수 있다는 겁니다.
LG CNS는 아시아 최초로 구글 클라우드(Google Cloud)의 '생성형 AI 전문기업(Generative AI Service Specialization)' 인증을 획득했다. [사진=LG CNS] |
LG그룹도 LG CNS 상장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연말 인사 때 현신균 대표이사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IPO에 책임을 다하라"라고 힘을 실어줬습니다. LG그룹이 이번 인사 때 크게 물갈이가 되지도 않고, 승진 인사도 적다 보니까 현 대표의 승진이 오히려 주목을 받았습니다. 현 대표는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나와서 LG CNS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거친 '기술통'입니다. "LG CNS가 DX전문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적합한 인재다"라고 그룹에서 보는 것이죠.
그런데 LG CNS도 비상계엄, 탄핵정국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경제 상황이 너무나 불확실해졌고, IPO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비상계엄 이후 주가는 하락하고 있고, 외국인들은 떠나고 있습니다. LG CNS 같이 공모가가 1조원 이상이 넘으면, 해외 투자기관들의 유치가 중요합니다. 전체 공모 주식 중에서 기관투자자 비중이 절반 정도, 기관투자자 중에 절반 정도가 해외투자자가 비중입니다. 공동대표주관사에 메릴린치, 모간스탠리, 공동주간사에 제이피모간 등이 들어가 있는 이유이기도 해요. 내년 1월에도 혼란한 정국이 이어지면 해외 투자기관들의 관심이 떠날 가능성이 큽니다. 해외 수요 예측은 내달 6일부터입니다. 수요 예측에 실패해서 IPO를 철회하는 사례들도 많이 있습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가운데) [사진=LG] |
LG그룹 총수일가 입장에서도 LG CNS 상장은 중요합니다. 구광모 회장을 비롯해서 여러 일가들이 LG CNS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요, 구광모 회장이 1.12%,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0.84%,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0.28%, 구본식 LT그룹 회장이 0.14%를 가지고 있습니다. 구본능, 구본준, 구본식 회장은 LG그룹 2대 회장인 구자경 회장의 자녀들이죠. 구광모 회장이 가지고 있는 그룹 계열사 지분은 ㈜LG와 함께 유이하다고 하는데요, 상장 후 기업가치가 크게 오르면 보유 지분을 어떻게 활용할지 그 활용도가 높아 보입니다. 내년 IPO 시장의 '최대어'라고 평가받는 LG CNS의 IPO가 얼마나 흥행할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