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통보 못 받아...한국과 접촉중"...바이든도 즉답 피해 韓 국회 계엄 해제 가결에 "법에 따라야" 우회 압박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미국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심야 발표 직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상황 파악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는 과정 속에 '법 절차대로 수습'이라는 입장으로 점차 가닥을 잡아갔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3일(현지 시간) 오전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 발표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일단 "사태를 주시하며 한국 정부와 접촉 중이다"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언론의 질의가 쏟아지자 이메일 답변을 통해 "미국은 이번 (계엄) 선포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
이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 정부와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상황을 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를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고, 갑작스러운 상황 전개에 구체적인 입장도 정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비슷한 시각 아프리카 앙골라를 방문 중이던 조 바이든 대통령도 수행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도 "방금 보고를 받았다"며 즉답을 피했다.
CNN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반응에 "한미 간의 긴밀한 동맹 관계를 감안할 때 놀라운 일"이라고 짚었다. 한국계인 경 라 기자는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재임 기간 윤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대했고, 한·미·일 동맹 강화를 주도해왔다"면서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계엄 발표에 당혹스러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방송은 또 미국 정부 인사들이 민주 진영의 우방으로 여겼던 한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에 상당히 당황했다고 전했다.
이후 한국 국회가 비상 계엄 해제 요구안을 다루자, 미국 정부는 '법에 따른 해결'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는 국회의 비상 계엄 해제안 가결을 윤 대통령도 수용해야 한다는 우회적인 메시지로 읽혔다.
국무부는 물론 바이든 행정부 전체에서 한국과 일본, 한미일 동맹 문제를 전담해온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워싱턴 D.C.의 한 행사에 참석, 기자들에게 "우리는 이곳(워싱턴)과 서울에서 모든 직급의 한국 측 대화 상대와 소통하고 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 국가안보보좌관, 국무장관 모두 상황 전개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으며 진행 상황을 계속 평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한국의 모든 정치적 분쟁이 법의 지배에 따라 평화롭게 해결될 것이라는 모든 희망과 기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캠벨 부장관은 또 "나는 한국과의 동맹이 철통같다는 점과 불확실한 시기에도 우리가 한국과 함께 서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 국회에서 비상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자 미국 정부의 입장은 더욱 분명해졌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나는 한국 법률이나 국회와 관련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특정 국가의 법과 규칙은 해당 국가에서 준수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자 기대"라고 답했다.
그는 특히 국회의 비상 계엄 해제안 가결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 역시 같은 경우"라고 거듭 확인했다.
한편 워싱턴 정가에선 대표적인 민주 동맹국 중 하나로 꼽혔던 한국에서 헌정 질서를 뒤흔드는 계엄령이 기습적으로 시도됐다는 점에서 한미 동맹의 신뢰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