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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욕망의 해방 그린 수작... 에드나 오브라이언 '8월은 악마의 달'

기사입력 : 2024년11월18일 12:30

최종수정 : 2024년11월18일 15:19

필립 로스, "영어로 글을 쓰는 가장 훌륭한 소설가"
사회적 모순과 위선을 고발한 아일랜드 문학의 귀재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작가 필립 로스로부터 "영어로 글을 쓰는 가장 훌륭한 소설가"라는 찬사를 듣는 아일랜드 대표 작가 에드나 오브라이언의 '8월은 악마의 달'(민음사)이 출간됐다. 작렬하는 태양과 쪽빛 바다가 신기루처럼 일렁이는 남프랑스의 휴양지를 배경으로, 이혼한 뒤에야 비로소 종교적 엄숙주의와 억압적 성 역할로부터 해방되어 참된 자아와 관능을 마주하게 된 여성의 치명적 휴가를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출간 당시에 '인간의 심성과 미덕을 타락시킨다'는 이유로 모국 아일랜드를 비롯해 여러 가톨릭 국가에서 금서로 지정되었고, 언론의 혹독한 질타와 비난을 받았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8월은 악마의 달' 표지. [사진 = 민음사 제공] 2024.11.18 oks34@newspim.com

그러나 오늘날 '8월은 악마의 달'은 오랜 세월 금기시되어 온 여성의 욕망을 과감하게 해방시킨 선구적 작품이자 작가 특유의 세련된 문체와 섬세한 심리 묘사가 유감없이 발휘된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한층 고양된 작가적 개성, 예컨대 음습한 영국에서 생명력이 넘쳐흐르는 남프랑스로, 성마른 여름에서 적막한 가을로 변화해 가는 장소와 계절의 도도한 흐름을 담아냈다. 계절과 장소에 따라 반전을 거듭하는 주인공의 복잡한 내면, 종교적 죄의식과 가부장적 폭력에 잠식된 기억, 자아와 모성의 대립, 굽이치는 감정, 비상과 추락,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극적 사건들을 절묘하게 조형해 낸 저자의 천재성을 여실히 실감할 수 있다.

잡지사에서 근무하는 이십 대 후반의 엘런은 어긋난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홀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간다. 그는 아이가 전남편과 함께 캠핑을 떠난 여름날, 그동안 잊고 살아온 자기만의 시간을 만끽하기로 결심하고 잠시 인연이 닿았던 남성과 하룻밤을 보내거나 쓸쓸한 런던 거리를 배회하며 자유를 느낀다. 그런데 엘런은 때마침 우연, 어쩌면 운명 같은 낯선 충동에 사로잡히게 되고 여태 시도해 본 적 없는 탈주를 감행한다. 마치 그는 무거운 족쇄에서 이제야 놓여난듯, 영국과 달리 햇빛으로 찬란한 남프랑스로 단호히 떠난다.

엘런은 여행객을 유혹하는 육감적인 언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남성들의 한심한 추파, 알코올의 열기, 사치스러울 만큼 아름다운 풍경에 젖어 두려움 비슷한 떨림, 한평생 억눌린 욕망에 생겨난 깊은 균열을 느낀다. 과거의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마음먹은 엘런은 해변의 나체,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 이름조차 알길 없는 사람들과 뒤섞이며 오래도록 잠들어 있던 자신의 참된 열망을 일깨운다. 온화한 열기에 달뜬 어느 날, 엘런은 유명한 영화배우 바비를 만나고, 그의 매력적인 미소에 한없이 빠져든다. 불붙은 욕망은 도저히 걷잡을 수 없이, 그 자신마저 집어삼킬 듯 무섭도록 번져 나가고, 엄청난 비극과 잔인한 희극을 품은 채 엘런의 턱밑까지 다가온다.

결코 시류와 타협하지 않고 사회적 폭력과 모순, 종교적 위선, 여성 억압의 실태를 끊임없이 폭로하고 과감히 고발한 오브라이언은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됐으며 올해 7월 9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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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선사시대의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바위그림인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신청한 '반구천의 암각화'를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010년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된 후 15년 만의 결실이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총 17건(문화유산 15건·자연유산 2건)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 [사진=국가유산청] 2025.07.12 alice09@newspim.com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로 지정된 울산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와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포함하는 유산이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는 작살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 등이 생동감 있게 표현돼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화 생태계를 엿볼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2010년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된 후 지난해 1월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이후 서류 및 현장실사 등 심사를 거쳤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반구천의 암각화'에 대해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주고,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주요 단계를 담은 희소한 주제를 선사인들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평했다. 이어 "선사시대부터 약 6000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이면서 한반도 동남부 연안 지역 사람들의 문화 발전을 집약해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사진=국가유산청] 2025.07.12 alice09@newspim.com 세계유산위원회는 등재 결정과 함께 사연댐 공사의 진척 사항을 보고할 것과 더불어 반구천 세계 암각화센터의 효과적 운영을 보장하고, 관리 체계에서 지역 공동체와 줌니들의 역할을 공식화하고,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주요 개발 계획에 대해 알릴 것을 권고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이번 '반구천의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는 국가유산청과 외교부,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 해당 지자체가 모두 힘을 합쳐 이뤄낸 값진 결과"라며 "이번 등재롤 계기로 '반구천의 암각화'가 가진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충실히 보존하는 한편, 지역주민과의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는 적극행정으로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상에 알려진 지 50여 년이 지났지만, 세계유산 등재까지는 쉽지 않은 긴 여정이었다"며 "앞으로도 국가유산청은 '반구천의 암각화'를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서 가치를 지키고 잘 보존·활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alice09@newspim.com 2025-07-1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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