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적 범행이라기에 지나치게 집요·잔혹"
"향후 가족·교제 상대방 재범 가능성 있어"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모녀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고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학선(65)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오세용 부장판사)는 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학선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범죄는 존엄하고 절대적 가치를 지닌 사람의 생명을 비가역적으로 침해하는 범죄"라며 "특히 이 사건은 교제에 반대하는 교제 상대방의 딸을 살해하고, 관계 청산 요구에 대한 앙심과 범행이 발각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에서 교제 상대방도 살해한 것으로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시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강남 오피스텔 모녀' 살해 혐의를 받는 박학선(65)이 지난 4일 피의자 머그샷이 첫 공개된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박학선의 신상이 공개된 것은 중대범죄 신상공개법 시행 이후 처음이다. 2024.06.07 leemario@newspim.com |
재판부는 이 사건이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박학선의 주장을 배척하고 계획적 살인 범행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범행 당일 피해자가 다른 사람에게 연락을 취하지 못하도록 휴대전화를 빼앗고 사무실 현관문 고정장치를 해제하면서 문을 닫아 피해자들의 도주경로를 차단하는 등 준비행위를 했다. 피고인은 사전에 피해자들을 살해할 것을 마음먹지 않았다면 불가능할 정도로 신속하게 범행의 실행에 착수했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은 흉기를 이용해 피해자들의 신체 급소를 수십차례 찔렀다"며 "우발적 범행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집요하고 잔혹하다"고도 지적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범행 직후 비교적 태연한 모습으로 건물을 빠져나갔고 본인의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현금을 이용해 버스와 택시 등을 탑승하며 도주했다. 그 과정에서 흉기와 피해자의 휴대전화도 은닉했다"며 "피고인은 도주 및 증거은닉 방법을 사전에 대략적으로 구상해 두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박학선의 재범 가능성도 낮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성행과 범죄 전력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향후 가족이나 교제 상대방을 상대로 재범할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리분석 결과 피고인은 연령에 비해 상당히 미숙한 애정욕구를 가지고 있고 관심을 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면 상대방에게 분노감과 적대감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의 법리, 제반 양형요소, 이 사건 범행과 유사한 다른 사건들에서 확정된 형의 내용을 모두 종합해 보면 피고인을 영구히 사회에서 격리해 자유를 박탈하고 평생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피해자들에게 속죄하며 남은 여생 수감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판결 직후 취재진을 만난 유가족은 "사람을 2명이나 죽였는데 무기징역을 받은 건 어이없다고 생각한다"며 "항소심에 가게 된다면 사형이 선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학선은 지난 5월 30일 서울 강남구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과 교제하던 60대 여성 A씨와 그의 30대 딸 B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박학선은 범행 당일 결별 통보를 받자 피해자들의 사무실로 찾아가 B씨를 먼저 살해하고 도망가는 A씨를 쫓아가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이후 박학선은 택시 등을 타고 도주했지만, 결국 범행 13시간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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