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 공격할 수 있게 해달라"
러시아 "서방의 불장난, 3차 세계 대전 일어날 수도"
에이태큼스·스톰 섀도·스칼프-EG, 사거리 250~300㎞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했지만 러시아 본토 공격에는 사용 못하게 제한하고 있는 장거리 미사일이 개전 900일을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최근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최대사거리가 300㎞인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영국과 프랑스는 순항미사일 스톰 섀도(storm shadow)와 스칼프-EG(SCALP-EG)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스톰 섀도와 스칼프-EG는 같은 미사일로 부르는 이름만 다를 뿐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했고, 최대사거리는 550㎞에 달하지만 해외 수출용은 250㎞로 제한돼 있다.
이 미사일들은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될 경우 전세에 크게 영향을 미쳐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영토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이 가해져 있다.
미국 록히드마틴사 제조의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사진=록히드마틴 홈페이지] |
이달 초 러시아 남서부 접경 지역인 쿠르스크주(州)를 기습 공격한 우크라이나는 미국 등 서방에 이들 장거리 미사일의 사용 제한을 풀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거의 매일 이 같은 요구를 반복하면서 장거리 미사일 사용으로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이 무기 사용 제한을 풀어줬다면 굳이 러시아 본토 공격이라는 위험한 선택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가 우위를 점하고 전쟁을 공정하게 끝내기 위한 조건을 만들려면 적 후방 깊숙한 곳을 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를 비롯해 동맹국들이 도와주면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미사일로 공격하고자 하는 러시아 목표에 대한 정보를 워싱턴에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목표에는 비행장과 탄약고, 연료 저장소, 지휘 통제 센터 등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관계자들은 "이런 공격이 허용되면 러시아 공습이 시작되기 전에 반격할 수 있고, 적을 국경에서 더 멀리 이동하도록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서방 진영 내에서도 우크라이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대표는 "무기 사용 제한을 해제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자위력을 강화하고 생명을 보호하며 파괴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독일은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도 공식적으로는 "아직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입장이 변한 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의 경우 우크라이나의 제한 없는 공격을 허용해야 한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지난 5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내 군사 목표 타격에 자국 무기를 일부 또는 제한 없이 사용하는 것을 지지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 10여개국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반면, 러시아는 3차 대전과 핵 전쟁을 거론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7일 "미국 등 서방 국가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확대하고 (장거리 공격용) 지원 무기의 러시아 영토 타격을 허용해 불씨를 키우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핵 무기 사용을 규정한 '핵 독트린'을 들먹이며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도 했다.
ihjang6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