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봉화의 한 경로당에서 발생한 '복날 농약(살충제) 음독' 사건이 발생한지 15일로 한 달이 흘렀다.
사건발생 직후 경찰은 수사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집중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사건 용의자 특정 등 사건의 실마리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다각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봉화=뉴스핌] 남효선 기자 = 초복인 지난 달 15일, '복날 농약사건'이 발생한 경북 봉화군 봉화읍의 한 경로당에 '출입금지'를 알리는 노란색의 폴리스라인이 둘러 처져있다.2024.08.15 nulcheon@newspim.com |
◇ 경로당 회원 5명 농약중독 증세...1명 숨지고 1명 중태, 3명은 퇴원
30일 전인 지난 7월 15일, 조용하던 봉화지역이 발칵 뒤집히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봉화읍 내성리의 한 경로당 할머니 회원 41명이 인근 한 식당에서 '복날음식'을 함께 먹은 후 3명이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다. 이어 이튿날인 16일 또 다른 할머니 1명이 같은 증세를 보이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 4명의 할머니의 위세척액 등에 대한 국과수의 감식 결과, 두 종류의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검출된 살충제 성분은 에토펜프록스와 터부포스 등 2가지로 확인됐다.
또 이들 할머니들의 가검물 등에 대한 경북도보건환경연구원의 검사 결과 '식중독' 음성 판정이 났다.
이번 사건의 원인이 당초 우려됐던 '식중독'에 의한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들 위세척액 검사에서 동일한 2 종류의 살충제 성분이 확인되면서 봉화지역을 비롯 전국이 충격에 빠졌다.
사건 발생 4일째 되던 같은 달 18일, 경로당 회원인 또 다른 80대 할머니 1명이 동일한 증세를 보이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해당 할머니의 위세척액 등에 대한 검사 결과 4종류의 살충제 성분과 1종류의 살균제 성분이 확인됐다.
4종류의 살충제 성분 중 2종류는 앞서 병원에 이송된 4명의 할머니에게서 검출된 살충제 성분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 사건의 중요 단서 '커피' 주목…경로당 회원들 간 불화가 원인?
경찰 수사전담팀의 조사 과정에서 앞서 병원에 실려간 4명의 할머니는 사건 발생 당일인 15일, 식당의 같은 식탁에서 복날음식을 함께 먹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들 4명의 할머니는 음식을 함께 먹은 후 경로당으로 이동해 경로당 내의 냉장고에 있던 커피를 나눠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발생 4일째 병원으로 옮겨진 또 다른 할머니는 당시 이들 4명과는 다른 식탁에서 음식을 먹고, 경로당에서 문제의 커피를 나눠 마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커피'에 수사력과 함께 모든 눈길이 집중됐다.
사건 발생 11일째인 7월 25일과 이튿날인 26일,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할머니 3명이 다행히 의식을 되찾고 퇴원했다.
이들 입원 할머니 3명이 퇴원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서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기대가 모아졌다.
사건 발생 16일째 되던 7월 30일, 마지막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할머니 A(85)씨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는 병원에 입원하기 전,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고, 인근에서 노인들과 함께 화투를 친 사실도 확인됐다.
또 A씨는 병원에 입원하기 전 은행에 들러 재산의 일부를 찾아 가족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사건 당일 병원에 이송된 할머니 1명은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마지막으로 병원에 실려간 A씨가 사건 발생 수일이 지난 후에 농약 중독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다른 경로가 있을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봉화=뉴스핌] 남효선 기자 = 초복인 지난 달 15일, '복날 농약사건'이 발생한 경북 봉화군 봉화읍의 한 경로당 마당과 정자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채 적막만 감돌고 있다.2024.08.15 nulcheon@newspim.com |
◇ 경찰, 수사전담팀 구성...다각적 경로 수사. 이달 말쯤 수사결과 발표 예정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수사전담팀을 꾸리고 사건 해결을 위해 수사에 집중했다.
사건 발생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및 블랙박스 등 86개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는 한편 현장감식을 통해 감정물 총 400여점을 채취, 감정을 의뢰했다.
또 관련자 70여명을 면담·조사했다. 또 피해 주민들과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DNA 검사도 진행했다.
이와함께 피해 주민의 자택도 수색하고 해당 주택 주변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비춘 CCTV 영상도 확보해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경로당 내 특정 용기에서 살충제 성분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지금까지 해당 사건의 경위 등 실마리를 풀 유의미한 증거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경로당 회원들 간 불화가 있었다'는 등의 일부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과거 상주지역서 발생한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처럼 주민 간 갈등 관계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다각적으로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15년 상주시 한 마을회관에서 발생한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 당시 할머니 7명 중 6명이 냉장고에 든 사이다를 마신 후 2명이 숨지고 4명이 중태에 빠졌다.
수사 결과 화투놀이를 하던 중 피해자들과 다툰 80대 여성이 이들을 살해하기 위해 마을회관 냉장고에 있던 사이다에 농약을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빠르면 이달 말까지는 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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