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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D 셀럽에 길을 묻다] ① 영화감독 이장호 "돈키호테 같은 저돌성이 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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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한국영화사를 흔히 '별들의 고향' 이전과 이후로 나눈다. 1970년대 청년문화를 선도했던 최인호 원작, 이장호 감독의 영화 '별들의 고향'이 개봉 50주년을 맞았다. 데뷔작이 히트작이 됐던 이장호 감독도 올해로 감독 데뷔 50주년을 맞았다. 젊은 세대들에게도 "오랜만에 누워보는군"이라는 명대사로 잘 알려진 '별들의 고향'은 우리 영화의 전성기를 열었던 작품이었다.

이장호 감독은 1945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 건축미술학과를 수료했다. 대표작인 '별들의 고향'(1974)에이어 '어제 내린 비' (1974)도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어 한동안 칩거해야 했다. 그후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어둠의 자식들'(1981), '과부춤'(1983), '바보선언'(1983) 등 사회성 짙은 작품들을 연출했다.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1987)는 베를린 영화제에서 칼리가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무릎과 무릎 사이'(1984), '어우동'(1985)은 당시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였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감독 이장호. 2024.08.08 oks34@newspim.com

이장호 감독은 1996년부터 중부대학교, 전주대학교, 서울예술대학 교수로 활동했다. 제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1977), 사단법인 한국영화감독협회부이사장(2000), 전주시 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2001), 제1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2005),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조직위원회부위원장(2007)을 맡기도 했다. 현재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2002년 서울시문화상, 2003년 대한민국 옥관문화훈장을 받았으며, 현재 사단법인 신상옥기념업회 이사장과 서울영상위원회 위원장, 최인호청년문화상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장호 감독은 현실과 영화의 거리를 좁히는 작품들로 정권에 순치돼 온 충무로의 관습을 깨고 사회성 짙은 작품을 만들었던 기린아였다. 청춘물로 시작하여 시대의 아픔을 담아내는 리얼리즘 영화를 만들고, 한때는 강렬한 섹스물로 극장의 흥행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장호 감독이 고등학교 동창인 소설가 최인호의 작품 '별들의 고향'을 영화로 만들어서 데뷔작이 출세작이 된 이야기부터 사회성 있는 작품과 에로틱한 영화를 넘나들었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대담은 이장호 감독과 영화계 선후배 감독으로 오랫동안 교유해 온 영화감독 이무영(동서대 영화과 교수)이 진행했다.

이하 대담전문.

- 이무영 감독: 감독님 반갑습니다. 감독님이 이제 영화계에 모습을 드러낸 지가, 그러니까 데뷔하신 지가 50년이 됐거든요.
이장호 감독: 그렇게 됐어요.
- 이무영 감독: 데뷔작인 '별들의 고향'이 50주년을 맞이했다는 뜻이 되는 건데, 이 영화를 50년 만에 다시 보신 느낌이 어떠신지요?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은데…. 그리고 지난 50년을 돌아보면 요즘은 어떤 느낌이신지 한번 듣고 싶습니다.
이장호 감독: 난 근질근질할 것 같아서 걱정을 했는데, 빠져드니까 그냥 처음 보는 것처럼 또 보게 되더라고요. 하도 오래돼서. 아이들은 텔레비전에서 '별들의 고향' 한다고 해서 봤죠. 잠자고 있는데 깨워서 나가서 보면 마음이 상할 때가 있는 게…. 난 진지하게 빠지는데 애들은 웃는 거야.
슬픈 장면에서 막 웃으면서. "되게 웃긴다" 그러고(웃음). 그럼 이게 날 모욕하려고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고. 젊은 관객들은 우리 때 젊은 관객하고 또 달라져서 자기중심이고. 어, 뭐라 그럴까. 더 개인주의가 된 것 같아요. 아이들이. 자기 감각이 더 소중하고. 아버지지만 예의를 좀 갖춰줬으면 좋겠는데. 좀 겁이 나요. 젊은 사람들하고 볼 때는.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감독 이장호가 서울 여의도 본사 스튜디오에서 영화 '별들의 고향' 50주년을 맞은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24.08.08 oks34@newspim.com

- 이무영 감독: 그게 아마도 그 명대사라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 50년이면 시대가 엄청나게 많이 변했잖아요. 우리가 언어를 쓰는 어떤 태도도 변하고. 그런데서 오는 괴리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어떤 상황을 만드는 것 같은데. 저는 아직도요. 예전에도 봤지만 예전의 감성으로 보고. 물론 그 "오랜만에 같이 누워보는군", 이런 대사들이 그때의 감성으로 보면 감회가 새롭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이장호 감독: 그 때도 코미디언들이 많이 그렇게 했거든요.
- 이무영 감독: 패러디를 한 거지요.
이장호 감독: 그래서 나는 이게 웃기는 대사가 아닌데. 나는 진지한 대사인데. 오히려 좀 간지러운 대사가 "제 입술은 작은 술잔이에요." 뭐 그런 게 난 더 좋아요. 예쁘잖아요. 그런 얘기가 회자됐으면 좋겠는데 그건 안 되고.
- 이무영 감독: 오늘 이 방송이 끝나면 그 대사도 회자가 될 것 같습니다. 감독님, 사실 데뷔작을 만드셨을 때 나이가 굉장히 젊으셨잖아요. 그리고 그렇죠. 조감독으로서 경험도 물론 연출부로서 오랫동안 신상옥 감독님 밑에서 수학을 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그때 어떻게 이 영화를 연출하게 되셨는지, 그 배경이 궁금하거든요. 좀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별들의 고향' 연출하려고 선배들 찾아다니면서 책도 팔았다

이장호 감독: 내 계획에 있었던 작품이 아니고, 최인호가 가까운 친구였으니까 최인호가 신문 소설을 처음 썼고 그때도 내가 영화 만든다는 실감을 못 가졌어. 신문 소설을 읽으면서 너무 재미있으니까 점점점 욕심이 나고 책을 읽으면 항상 영상이 떠오르잖아요. 머릿속에 그걸 자꾸 영상화 생각을 하다가 홍콩에 갔는데 아버지까지 이제 신문 연재된 거를 계속 보내주시더라고. 홍콩에 한 1년 있었는데 연재된 거를 다 오려서 보내주고 그러니까 점점점 현실적으로 나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돌아오니까 신문 소설은 끝났고 이제 단행본으로 출판했단 말이에요. 그게 베스트셀러가 된 거예요.
- 이무영 감독 : 그랬군요.
이장호 감독: 그러니까 그때서야 조감독 입장에서 최인호한테 "야 이거 내가 영화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하기가 굉장히 뻔뻔스러운 것 같고 관심은 있는데, '조선일보'에서 영화화 경쟁이 붙었다는 기사가 나오는데 그 당시에 유명한 정소영 감독, 최인현 감독이라고 그 당시에 거장이 있었고, 홍파 감독 거기에 네 번째로 신필름의 조감독 출신인 이장호가 나온거지. 내가 나와서 이름을 날렸어. 이게 동기동창의 황수원씨 아들이 '조선일보' 문화부 말단 기자였거든. 얘가 그 기사를 썼어. 이장호를 고쳐준 거야. 그거 보니까 갑자기 현실감이 확 살면서 신문에 이름이 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때인데 "야 이거 이번에 뛰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도전이지. 그래서 이제 최인호 한테 "야 이거 내가 영화하고 싶다"고, 어 입에서 안 나오던 말을 했어. 최인호가 처음엔 쉽게 "아유 당연하지" 그랬거든.
- 이무영 감독: 이야, 그 친구 아빠 찬스처럼 일단 친구 찬스를 쓸 기회가 생긴 거군요.
이장호 감독: 그때부터 이제 하려고 했는데 최인호가 하루는 걱정스럽게 "야 이거 계약할 때 이 모든 걸 출판사 사장이 좌우하게 돼 있다" 이거야. 생각지도 않은 장애물이 생겼지. 최 사장 만나가지고 "이거 오래 전부터 내가 이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던 작품이다." 했지.
- 이무영 감독: 그 분은 출판사 사장이죠.
이장호 감독: 그랬더니 "아니 그거 다 아는데 영화는 영화고 출판은 출판이고 출판에 지장을 줄까 봐 지금은 계획을 세우지 않겠다. 판매 부수가 충분히 자기 마음에 들 때 그때 이제 영화를 생각해 보겠다" 이런 거예요. 쉽게 잘 나간다 했는데 그게 장애가 딱 생겼어. 옛날부터 좀 돈키호테의 기질이 있었는데 "제가 책을 좀 팔아드리겠습니다." 이제 이렇게 막 나갔지. 그래서 총동창회 명부를 갖다가 기업의 총수들 회사마다 골라가지고 무작정 찾아가는 거야. 찾아가서 "아 고등학교 후배라고 그러고 최인호 하고 친구인데 이를 제가 영화를 만들려고 합니다. 책을 좀 사주십시오." 이제 그러니까 너무 좋아하는 거야. 그 사람들이 그러지 않아도 신문 소설로 인기가 많았던 거고 그러니까 "아 그래, 여기 한 100권 갖다 놔." 뭐 그렇게 해서 부수가 싹 올라가니까 출판사 사장이 놀란 거야. 개인이 팔면 얼마나 팔까 했는데 이게 보통 부수가 아니거든.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감독 이장호(사진 오른쪽)가 후배 영화인인 이무영 감독(동서대 영화과 교수)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2024.08.08 oks34@newspim.com

- 이무영 감독 : 대단하셨네요.
이장호 감독: 그러니까 영화하게 되면 이장호 한테 제일 먼저 선택권을 주겠다. 그 소리만 들어도 뭐 얼마나 기분 좋은지 몰라. 하나 써주십시오 그랬어. 그랬더니 이제 각서 각서를 써주더라고. 네 아무래도 내가 의심스러운 게 출판사 사장이 설마 이 결정권을 갖고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드니까 최인호를 녹여야겠더라고. 그래서 이제 동생 불러가지고 "야 너 이번 등록금 하지 말고 다음 기회, 다음 기회하고 이걸 나 좀 빌려주라"고 그랬거든. 뭐 착한 동생이니까 "그러라고, 그 대신 내가 너 배우 나중에 시켜줄게" 이렇게 된 거야. 그걸 갖고 이제 최인호 집에 찾아갔지. 마침 최인호가 없어서 최인호 부인한테 "들어오면 이거 좀 전해주라"고 그러니까 "이게 뭐예요?" "선물이라고 생각하라"고 그러고.
- 이무영 감독: 사실은 작가 계약금인 셈이었군요.
이장호 감독: 그래놓고 나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최인호가 술이 잔뜩 취해가지고 전화가 왔어. 욕이 뭐 한참 나오더라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니가 알아서 해." 딱 이러더라고.
- 이무영 감독 : 그건 이제 허락을 받은 거네요.
이장호 감독 : 그렇지. 그러니까 양쪽 다 된 거지. 그러면서 이제 뛰기 시작하니까 경쟁이 붙었고 보고 이장호가 가졌다 이렇게 되잖아요. 신문에 나고 그러니까 진행이 빨리 되더라고요.

◆ 초등학교 시절부터 글짓기대회 휩쓸고 다녔던 천재 최인호

- 이무영 감독: 근데 그 동생의 등록금을 소위 강탈해서 그 계약금 형식으로 최인호 작가에게 준 게 일단은 주효했던 것 같네요. 여기서 말씀드리면. 감독님에게 돈을 빼앗긴 그 순한 동생은 나중에 70년대 대배우가 되는 이영호 배우죠?
이장호 감독: 그 다음 작품인 '어제 내린 비'의 주인공으로 영호를 썼지.
- 이무영 감독: 그 약속을 지키신 거네요. 동생과.
이장호 감독: 그렇지.
- 이무영 감독: 자 그러면 저희가 이제 최인호 작가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사실은 서울고등학교 다니실 때 처음 만나셨고 그 다음에 여러 관계의 변화들이 있으셨을 거 아니에요. 최인호 작가와 감독님의 관계에 대해서 조금 말씀해 주시죠.
이장호 감독: 덕수초등학교 다녔지, 덕수초등학교에 같이 다녔거든. 근데 전체 조회 학생들 앞에서 교장 선생님이 최인호를 호명하면 최인호가 아장아장 걸어가는 것 같아. 너무 작은 아이라 교단에 올라가면 교장 선생님이 "서울시 무슨 무슨 글짓기 대회 장원 받았다." 그래서 하고 한두 번이 아니고 자주 있었어. 그러니까 얘가 글을 잘 쓰니까 그런 글짓기 대회에 나가면 항상 상을 받아 갖고 오니까. 나는 학교 성적도 나쁘고 좀 열등한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부러운 거지. 전체 전교생 시선이 걔한테 집중 되잖아. 그게 부러우니까. 나는 교장 선생님 교단 뒤에 있는 게양대에 올라가는 거야. 상상으로. 그러면 아이들이 전부 최인호를 보는 게 아니라 나를 보는 거. 그런 상상하고 하는 것 때문에 이제 최인호를 인상 깊게 봤지.
- 이무영 감독 : 그러셨군요.
이장호 감독: 그러다가 서울중학교 같이 들어갔는데 하루는 국어 시간인데 작문 선생이 최인호를 불렀더니 "이거 니가 쓴 거 맞아?" 그러더라고.
"네, 틀림없습니다." 최인호가 아주 야무지거든. "그래, 믿을 수가 없는데 한 번 반 학생들 있는 데서 읽어보라"고 하더라고. 최인호가 읽는데 아이들이 다 나가 자빠졌지. 중학교 1학년이 썼는데 연애 소설이야. 어이가 없지. 근데 나는 초등학교 때 그 최인호를 봤으니까 틀림없이 최인호 글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
- 이무영 감독: 뭐. 물론 최인호 작가가 굉장히 좀 뛰어난 문학적으로 그렇지만 감독님이 그때 "야 나는 저 국기 게양대에 올라가서 다른 친구들의 주목을 받겠다"라는. 사실 시각화 하는 거잖아요. 영화감독으로서 어떻게 보면 그런 상상력은 더 있으셨던 것 같으네요. 근데 두 분의 관계가 이제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잖아요. 그리고 사실 이제 감독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시고 그것 때문에 얼마나 마음 아파하셨는지 다 아는데 그 이후로 두 분의 관계는 또 어떻게 변하셨는지.


이장호 감독: 이상하게 감수성이 맞는다는 생각이 드는 게 얘가 휘파람을 잘 불어. 나도 휘파람을 잘 부는데 휘파람으로 'Count My Garden in Italy'라는 팝송이 있었는데 그거를 우리 시대 아이들이 잘 부를 수 없는 노래인데. 아주 옛날 거니까. 그거를 멋지게 부르고 그래. 그러면 참 신기한 게 우리 아버지가 부를 팝송을 얘가 부르고 그런 게 자꾸 호감이 가게 돼. 대학 때 나는 이제 학교를 중도에 그만두고 신필름에 들어가면서 영화를 하게 되니까. 그게 소문이 이제 아이들한테 난 거야. 이장호가 공부 안 하고 영화판에 들어갔다고. 한 번은 프레스센터 뒤에 포장마차에서 우연히 만났어. 최인호가 "야 너 뭐 저기 영화판에 들어가서 조감독 한다며?" 그러더니 나는 묻지도 않았는데,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소망이 영화감독이었어"라고 한 거야.
- 이무영 감독: 네, 최인호 작가가.
이장호 감독: 엄청 조숙한 거야. 나는 조감독 하면서도 영화가 뭔지 잘 모르는데 영화감독을 꿈꿨다는 게 참 신기하다고. 항상 내가 한 수 접고 들어가야 되는 게 세상 물정도 밝고 현실적이고 영리하고. 그러니까 이제 호감이 생기니까 자꾸 프러포즈처럼 내가 이제 최인호한테 접근하는 거지. 최인호가 귀찮아하지 않고 항상 뭐라고 그러냐면 "아 넌 애가 굉장히 순진하구나." 나한테 그런거야.
- 이무영 감독: 감독님 그렇게 순진한 분은 아니셨잖아.
이장호 감독: 그때는 말하는 게 어수룩했던 모양이지. 근데 그 말이 기분 나쁘지가 않고. 왜냐하면 나보다 훨씬 영리하고 현실적이고. 그러니까 자꾸 그런 상태로 둘이 대화가 되고 접근하다가 이제는 어느 정도로 됐냐면 걔네 집에 놀러 가면 자기가 대학 노트에 쓴 습작들 그거 보여주고 그러면 그 악필인데…. 이제 그 글씨를 잘 읽게 될 정도로 자주 읽게 됐다고. 최인호도 신기한지 "야, 우리 형만 네 글씨 알아보는데 너도 이제 읽는구나" 이렇게 된 거야. 그때부터 이제 최인호가 새로 쓰면 내가 보게 되고 보게 되고 이제 가까워진 거지.
- 이무영 감독: 그러면 이제 '별들의 고향'은 시대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의미 있는 작품이고 굉장히 많은 분들이 봤잖아요. 그 영화가 이제 그렇게 대성공을 거둔 다음에 감독님의 삶도 많이 바뀌었을 것 같아요.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 '별들의 고향' 개봉 50주년을 맞은 영화감독 이장호.  2024.08.08 oks34@newspim.com

◆ 영화계의 유혹과 도전에 맞서야 했던 순간들

이장호 감독: 최인호도 나보고 천진난만하다고 그러고 그랬는데 영화감독 하고 나서 '별들의 고향'의 성공이 실감이 나지 않고 얼떨떨했어. 나한테 그런 재능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했는데 어쨌든 텔레비전 출연 자꾸 하게 되고 신문에 오르락내리락 하고 그러니까. 아마 바보 같아도 점점 오만해지기 시작 하더라고. 이게 현실인가 현실인가 하면서도 우쭐해지고. 어떤 유혹에 빠졌냐면 다른 영화사에서 프러포즈가 왔어. 내가 '별들의 고향'에서 받은 액수의 5배를 주는 거야. 혹해서 이제 당연히 가야지 하면서 계약했지. 화천영화사. '별들의 고향' 영화사는 다음 작품 당연히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딴 데로 옮기니까 괘씸해서 보너스고 뭐고 없는 거라. 그 회사에서는 안 되겠다 싶었어. 최인호라도 잡아야 돼. 이렇게 된 거지. 그래서 최인호 한테 상당히 큰 액수를 주면서 '바보들의 행진'을 이제 준비를 하는 거예요.
- 이무영 감독: 파란만장 했네요.
이장호 감독: 나는 몸만 빠져나가는데 갑자기 최인호가 없어지니까 머리를 쓰다가 최인호의 미완성 소설이 있어. 그래서 최인호 한테, "그 '정원사' 내가 영화 만들고 싶다"고 하니까 "그걸 미완성으로 어떻게 만드냐" 고. 그러더라고. "꾸려보겠다"고 이제 그렇게 했지. 근데 최인호도 작품을 많이 쓰다 보니까 그 '정원사'의 방향이 최인호의 단편소설에 '침묵의 소리'라는 게 있더라고. 침묵, 침묵의 소리. 그리고 그거를 '중앙일보' 장편소설 신문소설부터 연재를 시작했거든. 그게 '내 마음의 풍차'야. 그래서 난 이제 김승옥 형한테 시나리오를 부탁했지. 소설가인 김 작가와 같이 순천에 내려가서 시나리오 쓰는데 승옥이 형이 또 쓰다가 보니까 자꾸 '내 마음의 풍차'처럼 가는 거예요. 방법이 없지, 뭐. 시작이 그러니. 최인호는 이제 그 눈치를 못 챘지.
- 이무영 감독 : 그래서요?
이장호 감독: 어떻게 보면 내가 배신 때린 거나 마찬가지인데. 완성되고 나니까 영화사에서 너무 좋다고 그러니. 제목을…. 이제 최인호 찾아가서, "야. 그거 '정원사' 시나리오 완성됐어. 승옥이 형이 이제 시나리오 됐는데 제목을 좀 지어달라"고. 그러니까 최인호가 제목을 잘 지어. '어제 내린 비'라는 제목을 주더라고요. '어제 내린 비'. 나도 너무 마음에 드는 거지. 감각적이잖아. 그렇게 해서 영화를 만드는데 그것도 또 흥행에 성공한 거지. 거기까지 나갔는데. 그다음에 '바보들의 행진'을 히트시키지 뭐. '어제 내린 비', '바보들의 행진'. 다 히트를 했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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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공항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 스타트업 입사 4년 차인 30대 직장인 A씨는 연말에 아껴둔 휴가를 소진하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여러 프로젝트로 쓰지 못한 연차를 모두 사용하기로 했다. 회사에서도 연차 소진 권고가 내려지면서 징검다리 연휴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에 A씨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3일, 24일과 26일 연차를 내고 22일 저녁 일본에 도착해 여정을 시작하는 6박 7일 여행을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4일 비행기 출발을 기다리는 이들로 설렘이 가득차 있던 김포공항에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해 화요일인 26일 징검다리 연휴에 연차를 낸 이들과,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관광객 등이 공항에 자리했다. 2025.12.24 aaa22@newspim.com 24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김포공항은 여행객으로 북적였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금요일 하루를 연차로 내면 최소 3박 4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어서다. 내년 1월 1일 신정까지 연차를 내면 최장 11일을 휴가로 사용할 수 있다. 커다란 캐리어를 양손에 쥐고 있는 하루토(가명·23) 씨는 이날 고국인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는 "한국 여행을 마치고 가족들과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함께 보내기 위해 고국인 일본에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출국장에는 외국인들이 화장품 등 다양한 선물을 가득 담은 박스와 커다란 캐리어를 밀며 분주히 오갔다. 출국장에 위치한 체크인 줄에는 커다란 기내용 캐리어를 쥔 사람들로 줄들이 가로세로 빽빽히 차 있었다. 이른 아침 시간에 출발하느라 챙기지 못한 끼니를 벤치에 앉아 간단히 빵과 커피로 때우는 이들도 간간히 보였다. 안양에서 왔다는 30대 커플은 "4박 5일 일정으로 대만으로 갈 예정"이라며 "직장인이라 업무 때문에 더 휴가를 내지 못해 아쉽다. 뒤에 휴가를 더 붙였다면 유럽에 가고싶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업무가 쌓여있어도 연차를 아예 날릴 수는 없고 (회사에서도) 소진하라는 분위기여서 다행이었다"라며 "대만에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보고 싶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4일 김포공항 출국장 한 켠에 쌓여 있는 캐리어와 수화물들. 2025.12.24 aaa22@newspim.com 이날 공항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서울 서초구 양재에서 공항으로 왔다. 그는 "중국 상하이에서 근무하는 남편을 만나러 간다"며 "중국에서 2주 정도 같이 연말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보내는 장기 휴가가 가능한 이유는 크리스마스인 25일, 내년 신정인 1월 1일이 각각 목요일이기 때문이다. 금요일인 26일(금요일), 29일부터 31일까지, 내년 1월 2일(금요일) 등 총 5일의 연차를 사용하면 최장 11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다. 가족끼리 휴가일을 맞춰 같이 해외 휴가를 가는 경우도 있었다. 장승훈(28·건국대 컴퓨터공학과) 씨는 "참여하고 있는 개발자 관련 프로그램에 양해를 구하고 나를 포함해 총 6명이 중국 상하이로 어머니 생일과 가족 기념일을 겸해 가족 여행을 간다"며 "아버지나 삼촌 등 다른 분들도 휴가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중국을 가본 적이 없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날 출국하는 여행객들의 목적지는 일본과 중국이 대부분이었다. 고환율과 엔저의 영향으로 여행 경비 부담이 비교적 덜한 일본이나 중국이 인기 관광지로 꼽혔다. 여행 전문 기업 노랑풍선에 따르면 올해 12월 25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노랑풍선을 통해 해외 패키지여행을 예약한 고객 수는 전년 동기간 대비 약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중 일본이 30%로 가장 높았고, 중국(20%)이 그 뒤를 이었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각각 16%, 7%를 차지했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한한령 완화와 단체 비자 발급 확대, 주요 노선의 항공편 증편 등 여행 여건이 개선되면서 중국 여행객이 늘었다"며 "긴 연휴로 장거리 여행을 가는 이들이 생기며 유럽은 8% 수준을 늘었다"고 설명했다. aaa22@newspim.com 2025-12-2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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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판 다이소, '와우샵' 초저가 승부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이마트가 5000원 이하 초저가 생활용품 편집숍 '와우샵(WOW SHOP)'을 앞세워 다시 한 번 초저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사실상 다이소가 독점해온 시장을 정조준한 행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 형태의 '와우샵'을 시범 운영 중이다. 지난 17일 왕십리점에 약 20평 규모로 도입한 데 이어 연말까지 은평점(19일), 자양점(24일), 수성점(31일) 등 총 4개 점포로 확대한다. 와우샵 은평점 전경. [사진=이마트 제공] 와우샵은 전 상품을 1000원·2000원·3000원·4000원·5000원 균일가로 판매하는 것이 핵심이다. 초저가 생활용품 1340여 개 중 64%를 2000원 이하, 86%를 3000원 이하로 구성해 가격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마트는 앞서 2018년 '삐에로쇼핑'을 통해 유사한 초저가 실험에 나섰지만 2년 만에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삐에로쇼핑은 '오프프라이스+초저가'를 콘셉트로 1000원대 상품부터 브랜드 이월 상품까지 혼합 진열하고 미로형 동선과 자극적인 매장 연출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매장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상시 저가 매장인지 할인 전문점인지 소비자 인식이 흐릿했고 대형마트와 분리된 독립 매장 구조로 집객과 회전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점이 한계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와우샵이 삐에로쇼핑과는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와우샵은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으로 운영돼 기존 고객 트래픽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고 전 상품을 1000원~5000원 균일가로 단순화해 가격 메시지도 명확하다. 무엇보다 이마트 해외 직소싱과 품질 관리 역량을 앞세워 '싼 가격이지만 믿을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눈에 띈다. 다이소 김포 장기점 매장 전경. [사진=다이소] 이 같은 평가의 배경에는 초저가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성공 공식'이 존재한다는 점도 작용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이소다. 다이소는 균일가, 생활필수품 중심, 언제 방문해도 저렴한 가격이라는 단순한 포지션을 수십 년간 흔들림 없이 유지해왔다. 복잡한 기획이나 과도한 연출 대신 소비자가 기대하는 가격과 품목을 정확히 충족시켰고 전국 단위 점포망을 통해 일상 동선 속 구매를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와우샵의 성패를 가를 관건은 결국 '지속성'이다. 일회성 화제에 그치지 않고 상시 초저가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대형마트라는 기존 경쟁력 위에 초저가 포맷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과거 삐에로쇼핑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와우샵이 단기 실험을 넘어 이마트 매장의 고정 코너로 안착할 경우 초저가 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마트는 올해 들어 와우샵 외에도 4950원 화장품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 880원부터 4980원까지 가격을 고정한 '5K프라이스', 노브랜드 확대 등 초저가 실험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는 과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소비자가 체감하지 못하는 10원, 100원 차이는 의미가 없으며, 상식 이하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고 강조해온 가격 철학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중간 가격대는 사라지고 '초저가와 프리미엄만 살아남는다'는 그의 판단이 최근 이마트의 전방위 초저가 전략으로 다시 구현되고 있다는 평가다. mkyo@newspim.com 2025-12-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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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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