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혈세 3818억원 연수, '디지털교과서' 없는 졸속 시행"
"디지털 교과서 발행사들, 교육부 추진 일정에 우려 표명해"
교육부 "선한 의도로 기술 사용, 도움 되는데 안 할 이유 없어"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내년부터 초·중·고교 일부 과목에 도입될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두고 교육 현장에서는 교과서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속도를 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장 교사들은 AI디지털 교과서 도입이 유보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당장 내년 3월부터 AI디지털 교과서로 수업을 해야 하지만, 여전히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어 교과서 활용 등 수업에 차질을 빚는다는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23년 6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3대 교육개혁 과제인 디지털 교육혁신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사진=뉴스핌 DB] |
이 같은 속도전에 따라 혈세 3818억원의 예산을 들인 AI디지털 교과서 관련 교사 연수가 졸속으로 치러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연수에서 강사가 기기 업데이트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변경 사항이 다수 존재하는 등 문제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 연수는 '교실혁명 선도교사'라는 이름으로, 교육부가 선정한 1만 2397명 교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지난 5월 교육부는 이들 교사를 '교실혁명 선도교사'로 선정하고 AI디지털 교과서 안착 및 수업 혁신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들 교사를 대상으로 오는 8월 초까지 총 42차시의 '선도교사 연수'를 시행한다고 했다. 해당 연수 프로그램은 AI 교과서 시제품 실습, 사회·정서적 성장에 대한 가치 공유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전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주최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송근상 충남 한산초 교사는 "지금까지 1200시간 정도의 많은 연수를 받았는데, 이번처럼 충격적인 연수는 처음"이라며 "강사가 (AI디지털 교과서에) 새로 추가된 기능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연수 내용의 80%가 AI디지털 교과서였지만 교육부는 AI디지털 교과서 연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 담당자에게 AI디지털 교과서 관련 질문을 하면 아직 본인도 완성품을 보지 못했다며 '기다려달라', '12월에 제대로 된 연수를 하겠다'고 하는데, 3818억원의 예산을 들여 왜 연수를 시작한 건지 의아하다"고 의문을 표했다.
2023년 9월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3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에서 관람객들이 전자칠판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문태주 서울 영신초 교사는 "AI교과서 개발이 깜깜이로 이뤄지고 있어 교육부에 관련 자료를 요청해도 받을 수가 없다"며 "최소한 수업을 이끌어갈 교사에게는 자료 공개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김범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해 2월 교육부가 디지털 교과서를 발행하고 있는 발행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발사들이 AI디지털 교과서 추진 일정에 대해 굉장히 많은 우려를 표한다는 얘기가 있다"라며 "교육부 보고서에 발행사들이 이 같은 의견을 표명하는 게 쉽지 않은데, 당시 조사에 참여한 발행사들이 큰 우려를 표했는지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반면 송선진 교육부 디지털교육전환담당관은 "교사가 디지털 기술을 선한 의도로 사용할 때 도움이 되는 걸 안 할 이유가 없다"라며 내년에 AI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는 이유를 밝혔다. 또 "사람이 주도돼 인간이 쓰는 도구로 (AI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한다는 게 기본 방향"이라고 했다.
김현주 교육부 교육콘텐츠정책과장은 "AI 디지털 교과서가 추구하는 방향은 교사가 데이터 기반으로 수업을 디자인하고 학생의 개별 학습을 관찰하면서 학생 성장을 이끄는 것"이라며 "교육 문화를 바꿔 가는 게 AI 기술 교육과정 개발"이라고 말했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