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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창조적 파괴 30년…8번의 결정적 순간은

기사입력 : 2024년07월04일 06:00

최종수정 : 2024년07월04일 08:49

AIB 선정 국제 최고경영자, 아시아 금융인 최초로 수상
인사이트펀드 부진 극복하고 M&A·ETF·글로벌로 성장
미래에셋그룹, 아시아 최고 금융사에서 세계수준 인정

[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아시아 최고의 금융회사로 성장한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글로벌 전략 책임자)의 투자실력은 정말로 뛰어날까? 이에 대해서는 평가가 크게 갈린다. 누군가는 천재적인 투자자로 기억하지만 또 누군가는 실제 실력보다 과대평가 돼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박현주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한국 금융 역사를 다 살펴봐도 더 뛰어난 인물은 없다. 그 이전까지 한국 금융 쪽에서 뛰어나다고 평가받던 경영자들은 국가대표 축구 경기로 비유하면 다 국내용 선수들이었다.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해 세계 정상권 선수들과 경쟁하는 한국의 대표선수처럼 글로벌 시장을 최초로 개척하고 금융자산을 키워 낸 박현주 회장과 수준을 논할 CEO가 없다. 또한 박 회장은 금융을 넘어 한국 기업 역사 전체를 통틀어도 적수가 거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평가도 탑 수준이다. 국제경영학회(AIB)는 2024년 최고 경영자상 수상자로 박현주 회장을 선정했다. 이는 아시아 금융인으로는 최초다. 한국인 중에서는 1995년의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수상 이후 두번째다.

AIB가 1982년부터 수여하고 있는 '올해의 국제 최고경영자상'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경영인이 수상하는 상 중 최고 권위의 상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가 박현주 회장의 경영능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제경영학회(AIB)로부터 아시아 금융인 최초로 '올해의 국제최고경영자상'을 수상 위해 행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글로벌 진출 20년 만에 글로벌 사업을 1000억달러 규모(고객자산 기준)로 키웠으며 박 회장은 그룹의 글로벌 전략가(Global Strategy Officer)를 맡아 해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국제경영 분야 관련 연구와 교육, 정책 수립을 비롯해 국가간 학술교류와 세미나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제경영학회(AIB)는 지난 1959년 미국 미시간에서 설립됐으며 현재 세계 90여개국에서 34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2024.07.03 yym58@newspim.com

◆ 미래에셋그룹의 '차이나펀드'와 '인사이트펀드'

하지만 투자실력과 경영실력은 엄연히 다르다. 또 미래에셋 투자상품의 성과가 곧 박현주 회장의 수익률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미래에셋그룹의 투자실력이 박현주 회장의 이미지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인지상정이다.

미래에셋그룹은 1997년 창립 이후 약 30여 년의 세월 동안 크고 작은 위기가 있어 왔다. 그 중 금융소비자들에게 가장 부정적으로 각인된 사건은 뭘까? 바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미래에셋 '차이나펀드'와 '인사이트펀드'의 몰락이다.

특히 인사이트 펀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 수익률이 최상이었던 2007년에 설정된 블라인드 펀드라 더 충격이 컸다. 이 펀드는 약관에 투자 대상과 범위를 사실상 정해놓지 않았다. 따라서 투자 지역과 투자 대상을 운용사측에서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다. 이론적으로는 100% 중국주식이나 100% 인도주식 투자도 가능하다.

미래에셋이 가장 자신감 넘치던 시기인 2007년에 출시된 인사이트 펀드는 오픈 초기에 무려 4조원 이상이 몰렸다. 하지만 1년 뒤인 2008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최대 손실률이 -60%로 추락했다. 이와 함께 미래에셋 펀드는 반드시 수익을 내 준다는 믿음도 사라졌다.

이 당시 미래에셋의 '차이나펀드'와 '인사이트펀드' 투자자 중 손실을 보고 펀드를 환매했던 고객들은 지금도 미래에셋에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박 회장은 당시 "100년만에 온 투자기회"라며 힘들어하는 투자자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본인 역시 밤에 잠을 설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역사는 미래에셋그룹과 박현주 회장의 성장통이었다. 만약 여기서 미래에셋그룹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멈춰섰다면 지금의 미래에셋 신화는 존재할 수 없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교훈 삼아 박 회장과 미래에셋그룹은 체질개선에 나섰다.

금융에서 돈을 버는 건 결국 철저한 확률게임이다. 동일한 금액으로 10개의 투자대상에 분산했을 때 6개 이상을 맞추면 돈을 번다. 반대로 6개 이상을 틀리면 돈을 잃게 된다. 박현주 회장과 미래에셋그룹은 2008년 이후 10개의 투자 중 6개 이상을 맞췄을까? 아니면 6개 이상을 틀렸을까?

미래에셋그룹의 투자는 10개 중에 최소 6~8개 이상을 계속해서 맞춰왔다. 그럼에도 1~2개씩은 계속해서 틀려왔다. 이런 패턴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 금융회사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확률상 이기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미래에셋은 앞으로도 계속 6~8개 이상을 적중시키며 성장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박현주 회장은 창조적 파괴를 선호한다. 미래에셋그룹의 연혁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건은 다 한국 금융사에 획을 긋는 대 사건들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창조적 파괴의 결정적인 순간을 8개만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지난 1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Horizons ETFs 운용자산 300억 캐나다달러 돌파' 기념 행사에서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 Horizons ETFs CEO인 Rohit Mehta(로히트 메타), 임직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2024.03.07 yunyun@newspim.com

◆ 결정적 순간① 한국 최초 뮤츄얼펀드 박현주 1호 출시 (1998년12월)

박현주 회장은 1998년에 본인의 이름을 건 한국 최초의 뮤츄얼펀드인 '박현주 1호' 펀드를 출시했다. 이때부터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문화를 미래에셋이 주도해 왔다. 이는 오롯이 박현주 회장의 공이다.

◆ 결정적 순간② 한국 최초 해외 운용 법인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설립 (2003년12월)

미래에셋은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2003년에 한국 최초로 해외에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을 설립했다. 이 당시까지 한국의 그 어떤 금융사도 해외에 진출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박 회장은 해외투자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이를 추진했다. 이때부터 한국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외에 해외펀드를 통해 해외에도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이후 중국, 싱가포르, 인도, 브라질, 미국, 호주 캐나다 등 다양한 해외지역에 진출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2008년에 1호 펀드를 시작으로 성장해 온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은 현재 인도 내 유일한 독립 외국자본 운용사다. 포스트 차이나로 평가받는 인도시장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운용자산(AUM)은 최근 30조원을 넘겼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시장이다.

◆ 결정적 순간③ 퇴직연금 사업 확장 (2005년~ 계속)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규모는 현재 25조원을 돌파했다. 규모 면에서 절대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던 은행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이렇게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이 급성장한 이유 역시 박현주 회장의 선구안이다. 박 회장은 한국이 결국 미국과 유사하게 퇴직연금 시장이 크게 성장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은 한국의 퇴직연금 도입 초기였던 2005년말부터 적자를 감수하고 선제적으로 퇴직연금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미래에셋은 실적배당 구조인 DC형 상품에 큰 공을 들여왔다.

초기에는 원금손실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거부감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성장하는 미국 S&P500이나 나스닥100 ETF를 퇴직연금에 편입시켜 쏠쏠히 재미를 보고 있는 금융 소비자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 결정적 순간④ 한국 최초 중국 본토 빌딩 투자 '미래에셋상하이타워' (2006년5월)

미래에셋의 첫 해외 부동산 투자는 중국 상하이의 핵심 지역인 푸동지구였다. 2006년에 황푸강 바로 앞에 위치한 미래에셋 상하이타워에 투자한 금액은 약 2600억원이다. 그 당시로는 엄청난 금액이다. 이 투자가 의미 있는 건 최초인 것도 중요하지만 평가수익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미래에셋 상하이타워의 추정시세는 1조5000억원이 넘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희소성 감안 시 2조원 가치로 평가한다. 그 당시는 대규모 자금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박현주 회장 특유의 추진력이 맞아 떨어진 사례다.

◆ 결정적 순간⑤ 캐나다 선두 ETF 운용사 호라이즌 ETFs 인수 (2011년11월)

캐나다 선두 ETF 운용사인 호라이즌 ETFs를 2011년에 인수한 건 그 의미가 크다. 액티브펀드의 시대에서 수수료가 저렴한 ETF 시대가 올 것을 일찌감치 간파한 박현주 회장의 선구안이 빛난 결정이었다. 인수가격은 1430억원이다.

미래에셋은 그 뒤로도 계속해서 해외 ETF 회사들을 인수했다. 특히 임팩트가 강했던 건 2018년 2월의 미국 ETF 운용사 '글로벌X' 인수 건이다. 인수가격은 약 4억8800만달러(그 당시 한화 약 5200억원)이다. 상당한 금액이라 우려도 많았지만 현재 시점에서 '글로벌X'의 위상을 평가해보면 역대급으로 성공한 M&A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공격적으로 S&P500이나 나스닥 등의 해외지수 ETF를 선제적으로 상장시켜 ETF 자산 규모가 급증했다. 현재는 자산규모 1위인 삼성자산운용을 바짝 뒤 쫓고 있는 상황이다.

◆ 결정적 순간⑥ 대우증권 인수 후 미래에셋증권과 합병 (2016년12월)

2016년 당시 자기자본 1위였던 대우증권을 인수한 것도 결정적인 순간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지분 43%를 2조3200억여원에 인수했다. PBR 기준 1.3배의 비싼 가격에 절대 금액 자체도 상당해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았다. 이번에도 박현주 회장의 뚝심은 통했다. 이후 미래에셋증권은 한국 '1위 증권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됐다. 현재 자기자본 10조원을 훌쩍 넘긴 미래에셋증권의 달라진 위상을 생각하면 이 M&A도 대성공이라는 평가다.

◆ 결정적 순간⑦ 미국 주식 중심의 해외주식 중개 집중 (2017년~ 계속)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합병 이후 통합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역점을 둔 사업은 미국 주식 중심의 해외주식 중개 서비스였다. 미래에셋은 과거부터 고객과의 동맹을 강조하며 고객 수익률 제고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럼에도 실제 고객들의 체감 수익률은 높지 않은 게 늘 과제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2017년부터 세계 금융의 중심이자 빅테크 기업들이 몰려 있는 미국 주식 위주의 해외주식 중개 서비스에 집중하면서 관리고객 수익률이 극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마진이 낮은 국내 주식 매매수수료 구조에서 탈피하는 데 성공했다. 해외주식 중개수수료는 상대적으로 높고 환전수수료까지 더해 미래에셋증권의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고객들도 수익률이 개선됨에 따라 윈윈 효과를 누리게 됐다.

◆ 결정적 순간⑧ 인도 10위권 증권사 '쉐어칸' 인수 (2023년 12월)

미래에셋증권이 2023년말에 인도 10위권 증권사인 '쉐어칸증권'을 인수한 것 역시 상당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매입 금액은 약 300억 루피(원화 약 4800억원) 수준이다. 쉐어칸증권은 2000년에 설립된 인도 현지 증권사다. 주력 서비스는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다. 총 임직원수는 약 3500여명이다.

박 회장은 오래 전부터 포스트 중국은 인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인도시장에 대한 비즈니스 확대에 집중해 왔다. 이번 인수로 인해 박 회장의 글로벌 확장 구상은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미래에셋자산운용 미국 ETF 운용 자회사 Global X(글로벌엑스) 임직원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2024.02.27 yunyun@newspim.com

◆ 아시아 넘어 세계 금융 중심으로

이런 8개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거쳐 지금의 미래에셋그룹이 만들어졌다. 이 밖에도 수많은 파괴적 혁신사례가 많다. 물론 미래에셋의 투자가 언제나 성공했던 건 아니다. 또 미래에셋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언제나 수익만 본 것도 아니다.

박현주 회장 역시 이점을 인식하고 사회공헌 활동에도 진심이다. '미래에셋 박현주재단'을 통해 지난 17년 간 많은 사회공헌활동을 해 왔다. 6900명 이상의 학생들이 50개국에서 최고의 교육 기관에 진학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했다.

척박한 한국의 금융환경에서도 미래에셋은 눈부신 성장을 해 왔다. 뛰어난 경영능력을 가진 박현주 회장의 공이다. 박 회장은 특히 국내보다 해외에서 그 능력을 더 인정받고 있다.

현재 미래에셋은 전 세계 19개국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또 미래에셋그룹의 글로벌 ETF 자산은 1250억달러(173조원)가 넘는다. 전 세계에서 12번째로 큰 ETF 금융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박현주 회장과 미래에셋은 아직 배가 고프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금융의 중심으로 성장하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블랙록'이나 '골드만삭스'와 견줄 수 있는 금융회사가 언젠가는 탄생할 수 있을까? 미래에셋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longinu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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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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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주요 고객, 블랙웰 주문 연기"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들이 최신 인공지능(AI) 칩인 '블랙웰(Blackwell)'의 주문을 연기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닷컴의 클라우드 부문, 알파벳의 구글, 메타플랫폼스 등 소위 하이퍼 스케일러 기업들은 엔비디아 블랙웰 GB200 랙의 일부 주문을 줄였다. 하이퍼 스케일러는 대규모 클라우드 컴퓨팅 및 데이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인포메이션은 이들 기업이 100억 달러어치의 블랙웰 랙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블랙웰 [사진=블룸버그] 이들 기업이 블랙웰 주문을 연기하는 것은 출고 초기 발견된 과열과 작은 결함 때문으로 알려졌다. 인포메이션은 일부 고객사들이 차후 버전을 기다리거나 엔비디아의 기존 AI 칩 구매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시설에 최소 5만 개의 블랙웰 칩을 탑재한 AI 가속기 GB200을 설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주문 지연이 발생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요 협력사인 오픈AI는 엔비디아의 기존 세대 칩인 '후퍼(Hooper)'를 탑재한 가속기를 제공해줄 것을 요구했다. 블랙웰은 엔비디아의 향후 실적과 관련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제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4분기 블랙웰 매출이 기존 목표치를 초과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날 엔비디아의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동부 시간 오전 10시 54분 엔비디아는 전장보다 2.69% 내린 132.25달러를 가리켰다. mj72284@newspim.com 2025-01-1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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