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 위기 감도는 삼성, 전영현 필두로 반도체 판매전략회의
최종현 선대회장 경영철학 소환하는 SK 경영전략회의, 속내는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삼성전자와 SK그룹이 각각 전사적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양 사가 각기 다른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에 열리는 연례적 전략회의인 만큼, 전략회의를 기점으로 조직 내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직에 위기감 불어넣는 삼성...전영현 부회장 첫 전략회의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8일부터 글로벌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삼성전자는 매년 6월과 12월 각 부문장 주재 하에 주요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 등이 참석하는 글로벌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선 경영진 등이 사업 부문별·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특이할 점은 삼성전자 전사적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에 전략회의가 개최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임원들은 연초부터 주6일 근무에 돌입했다. 여기에 실적 부진 사업부 중심으로 비상경영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통신장비 사업을 담당하는 네트워크 사업부는 이날 실적 부진으로 소속 인력 700명을 타 사업부로 전환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깃발 [사진=뉴스핌DB] |
이보다 앞서 지난달 네트워크 사업부 임직원 설명회에선 사업재편과 경비 절감을 포함한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며 경비 절감을 위해 임원들이 출장을 갈 때 비즈니스 대신 이코노미석을 이용하고, 숙소도 평사원과 동일한 급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냈던 반도체 사업부 DS부문은 지난달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DS부문장이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됐다.
사업적 측면에서 삼성전자의 위기감이 강조되고 있는 부분은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긴 고대역폭메모리(HBM)다. 25일 화성사업장에서 개최되는 DS부문 글로벌판매전략회의에선 뒤처진 HBM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 또 최근 이재용 회장이 미국 빅테스사들과 만난 회동을 어떻게 사업적으로 풀어낼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종현 경영철학 중심 논의하는 SK 경영전략회의
SK그룹은 28일과 29일 이틀간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참석해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SK고유의 경영철학인 'SKMS' 실천 확산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지난달 3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노소영 나비 관장과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재산분할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났다. 이날 SK그룹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2024.06.17 yooksa@newspim.com |
SK측은 항소심 판결에 치명적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판결의 주 쟁점인 주식가치 산정을 잘못해 노 관장의 내조 기여가 극도로 과하게 계산됐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의 근거로는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별세 이전과 이후 SK C&C 가치 증가분에 있어 재판부는 최종현 선대회장 기여분을 12배, 최 회장의 기여분을 355배로 판단했지만, 실제로 최종현 선대회장의 증가분은 125배, 최태원 회장 시기 증가분은 35배에 불과했다고 제시했다.
최태원 회장 측은 대법원 판결에서 SK C&C 가치 증가분에 대해 최태원 회장 보다 최종현 선대회장 기여분을 더 크게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SK그룹은 이번 경영전략회의에서 SK의 고유 경영 철학인 'SKMS' 실천과 확산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게 되는데, SKMS는 최종현 선대회장이 1979년 처음 정립한 SK그룹 고유 경영체계다.
재계는 현재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키를 쥐고 SK그룹 전반에 걸쳐 사업 리밸런싱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 경영전략회의 이후 이 작업은 더욱 빠른 속도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경우 노조설립과 파업 등 조직 내부적 위기에 직면했다면 SK그룹은 자금 유동적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어 서로 겪는 위기의 결은 다르다"면서 "특히 SK그룹의 경우
대법원 판결 이전에 SK그룹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현재 진행되는 사업 리밸런싱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