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24일 정은보 이사장 주재 간담회 열고 확정안 발표
27일부터 준비된 기업 자율공시 가능..."2~3개월 소요 예상"
日 사례, 정책 성패 지표될 것...연말까지 공시 26% 참여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정부의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확정, 발표됐다. 최종안에는 이달초 초안 발표 이후 기업 등의 의견을 반영해 업종별 세분화 가이드라인 내용 등이 추가됐다. 개별 기업들이 공시를 올릴 '기업 밸류업 통합 페이지'가 지난 25일 오픈됐고, 오는 27일 준비된 기업부터 자율공시를 할 수 있게 됐다.
시장에서는 확정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내부 준비가 필요한 만큼 '1호 기업'이 나오기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밸류업 공시에 나선 일본은 지난해 말 기준 상장사 중 26%가 참여했는데 이를 기준으로 정책의 성패 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 가이드라인 최종안 발표...정 이사장 취임 후 3개월 만의 성과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 주재로 지난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및 해설서를 확정 발표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02.26 leemario@newspim.com |
정 이사장이 지난 2월15일 취임식에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최우선 추진과제로 발표한 이후 3개월 여만의 성과다. 이후 거래소는 증권사‧자산운용 사 등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상장기업, 기업 밸류업 자문단 등 다양한 시장참여자의 의견을 반영해 지난 2일 가이드라인 및 해설서 초안을 발표하고 추가 의견 수렴을 통해 이번 최종안을 확정했다.
초안 발표 이후 수정·보완된 주요 내용은 대표적으로 세 가지로 꼽힌다. 우선 가이드라인 내에 '현황진단 중 재무지표 선정'에서 '성장성' 항목에 매출액·이익 증가율 등에 더해 '연구개발(R&D투자)' 관련 지표를 추가했다. 둘째로 계획수립 관련 '기업들이 특성·성장단계 등에 따라 자신에 맞는 계획수립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현황진단 내 비재무지표 선정 관련 지배구조 지표 중 '감사의 독립성' 관련 '내부감사 지원조직의 독립성', '내부감사기구 주요 활동내역 공시' 등을 추가해 예시를 다변화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240526 상장공시시스템(KIND) 메인화면 [사진=한국거래소] 2024.05.26 yunyun@newspim.com |
또한 의견수렴 과정에서 제기된 궁금증 및 우려사항에 대한 답변을 FAQ로 제시하고, 기업이 계획을 수립할 때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도록 5가지 유형의 '가상 작성예시'도 제공했다.
거래소는 기업 밸류업 지원 관련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지난 25일 '기업 밸류업 통합 페이지'를 오픈했다. 이는 개별 기업들이 밸류업 공시를 올릴 수 있는 공간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는 27일 이후 준비가 되는 상장기업부터 공시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준비 중인 기업도 투자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향후 공시 일정을 사전에 안내하는 예고 형태의 공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올해 3분기 중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할 예정'이라는 안내 공시를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 "금융지주 적극적...현대차 제외 제조업은 소극적"
공은 던져졌다.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확정된 만큼 이제 성패는 기업들이 얼마나 적극적이고 빠르게 공시에 나설지에 관심이 쏠린다. 주요 대기업들이 앞장서야 이를 기준으로 다른 기업들도 나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오는 27일부터 가이드라인 시행에 따라 개별 기업들의 공시가 가능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호 공시'가 나올 때까지는 최소 2~3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자율공시로 강제성이 없고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도 없어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만한 유인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240526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 절차도 [사진=한국거래소] 2024.05.26 yunyun@newspim.com |
산업계 10여년 경력의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과 SK, 롯데, 한화 등 대기업들이 먼저 나선다면 이를 기준으로 나머지 제조업체들이 참고하지 않겠냐"라면서도 "최근 이들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종별로는 금융지주가 적극적이고, 제조업은 현대차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현대차는 상속이슈가 있어서 다른 제조업과 별개로 움직이는 것"이라면서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를 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주사, 금융지주, 정부 소유 유틸리티 업종들이 가장 적극적일 것이란 주장도 있다. 유틸리티 업종은 전기, 원자력, 수도 등 공공재 성격의 필수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금융지주, 보험, 정부 소유 유틸리티 업종이 적극적으로 밸류업 공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자사주 소각 및 배당확대에 나설 충분한 재원과 정부와 정책적 긴밀성 등이 고려요소"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패를 판단할 기준은 일본 사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본은 지난해 3월부터 자율적인 공시를 유도해 연말 기준 상장사의 26% 정도가 공시에 참여했다. 올해 3월 말은 45%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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